성 명 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독선은 어디까지인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은 우리나라 장애인고용 및 직업재활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고용이나 직업재활이 아닌 다른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의문이 드는 이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단의 수장인 이성규 이사장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의 장애인복지·장애인고용정책의 전문가다. 이성규 이사장의 장애인 관련 학식과 경험은 공단의 수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의 ‘2012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중 기관장평가 부분에서 현 공단 이사장의 평가결과가 C등급이었다. 더구나 기관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는 공단이 D등급을 받았는데 그 주요한 이유들이 고객만족도 하락, 실적부진 그리고 리더의 핵심 가치에 대한 전략 인지도 부족 등이다. 최고 전문가가 이끄는 800여명의 전국 조직이 이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금할 길이 없다.
또한 공단의 중점업무는 고용부담금의 징수, 고용장려금의 지급이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의 ‘2013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공단은 내부청렴도 3등급을 받았다. 쉽게 말해 최하위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 전문가가 경영하고 전문인력들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D등급을 받고 부담금 징수와 장려금 지급업무를 하는 조직이 내부청렴도가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공단. 고용노동부는 공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둘째, 공단 설립과 운영의 궁극적 목적은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고 직업재활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의 궁극적 목적을 고려한다면 공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는 장애인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단은 이사회에서 장애인당사자단체의 단체장을 배제하고 있다. 공단은 1990년 설립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 이사회를 구성함에 있어 장애인당사자단체장 3인을 포함시켜 구성하였다. 이들은 장애인계와 공단의 교량적 역할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공단 운영에 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일부 장애인당사자단체장들이 이사로 활동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하자 공단은 곧바로 장애인당사자단체장들을 배제했으며, 장애인당사자단체장이 공단 이사로 활동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이사회에 장애인당사자단체장을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장애인당사자단체 중심이 아닌 장애인단체의 연합단체를 이용하여 장애인계의 분열을 책동하는 꼼수를 쓰기에 이르렀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공단의 상임이사 임용에서도 내부승진과 다름없는 상임이사 임명으로 장애인당사자들의 우려를 벗어나지 않는 폐쇄경영의 진수를 공단이 보여주었다. 이러한 공단의 행위가 앞서 언급한 공공기관 평가결과와 무관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끝으로, 고용노동부와 공단의 장애인 고용을 향한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장애인고용정책은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을 배려한다는 큰 원칙이 있다.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에게는 각종 장애인고용정책에 따라 우선적으로 고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의 고용을 우선시 하는 원칙을 준수하면서 사업주들의 장애인고용부담을 경감시키고자 시행하는 제도가 장애인연계고용제도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지적장애인고용증대를 위한 핵심적 정책인 장애인연계고용제도의 적용범위를 지난해 축소했으며 이에 지난해 12월 한국일보 정병진 칼럼에서는 장애인연계고용제도 축소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결국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고용부담금을 더 많이 징수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앞으로 공단은 또 어떤 일들로 우리 장애인당사자들을 분노케 할까? 더욱 큰 문제는 고용노동부에 있는지도 모른다. 공단을 통해 장애인고용정책을 이행하는 고용노동부 역시 장애인계와의 긴밀한 협조나 유대와 멀어진지 오래이다. 장애인단체 실무책임자 중에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1년에 고용노동부가 주체하는 장애인고용관련 회의가 몇 차례나 있는지 알고 있는 실무책임자 역시 별로 없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와 공단의 모습에서 고객만족도를 이야기하고 실적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공단의 공공기관 및 기관장 평가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고용노동부는 공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할 것이다. 무너진 장애인계와의 협력체계를 재정비하고 공단의 비상식적, 비이성적 오류를 바로잡으며 창조적이고 경제적인 장애인고용정책의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4년 2월 13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