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국제적인 “도서기근” 해결을 위한
국제조약 채택을 환영한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orld Blind Union: WBU)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되는 점자도서, 확대문자도서, 녹음도서 등이 국가 간 교류될 수 있도록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의 국제협약 필요성을 오랜 기간 주장해 왔다. 이에 2012년 12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국제협약 채택을 위한 정부 간 회의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2013년 6월 18일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정부 간 회의를 진행한 결과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노력한 결과의 결실을 드디어 맺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예외에 관한 국제 조약인 「시각장애인의 저작물 접근권 개선을 위한 마라케시 조약」이 채택된 것이다. 이번 마라케시 조약이 채결됨으로써 지적재산권이 있는 정보, 국제법에 의해 보호되는 지적재산권에 시각장애인 및 독서가 어려운 장애인이 접근하는데 장벽이 사라지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독서접근에 취약한 장애인들이 저작권이 있는 정보에 접근할 때 차별적 장벽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이번에 채택된 마라케시 조약을 “역사적인 국제조약”이며,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의 조약”으로 “시각장애인과 독서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는 “우리가 꿈꾸던 일이 현실화 되었다”며 금번 조약 체결 소식을 WBU의 각 지역 단위 임원진에게 알렸다. 이에 우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우리나라 10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는 당사자 단체로서, 또한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의 한국 대표 단체로서 이번 국제조약의 채택을 환영하는 바이다.
그 동안 전 세계 시각장애인계는 저조한 저개발국 시각장애인 도서 보급률 상황을 “도서기근(Book famine)”이라고 규정하고 책에 굶주린 저개발국 시각장애인과 독서에 불편을 겪는 모든 장애인들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이제 우리는 이번 마라케시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오랜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되었으며 이러한 결실을 맺기까지 수고하고 노력한 모든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그러나 기쁨을 나눔과 동시에 우리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시각장애인 등 독서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도서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번 조약이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도서에만 대상을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조약의 개정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는 접근 가능한 도서를 뛰어 넘어 화면해설이나 폐쇄회로자막이 삽입된 영상물 등 접근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디지털 멀티미디어 저작물들과 같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대해서도 접근 가능한 도서들과 같이 예외규정 마련하도록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서둘러 이번에 채택된 조약에 서명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국내법의 정비 작업에 들어감은 물론 국회 비준 절차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역사적인 국제조약의 채택을 환영하며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해온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번 국제조약의 채택을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과 같이 독서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