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을 위해 수형자들이 나선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법무부·서울맹학교와 점자책 제공을 위한 MOU 체결
-수형자들로 구성된 눈빛나눔봉사단, 시각장애 학생들 위한 나눔 실천
-수형자 대상으로 ‘점역․교정사 직업훈련’도 신설돼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법무부, 서울맹학교가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점자자료 보급에 함께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오는 11월 24일 서울남부구치소 대강당에서 수형자들로 구성된 '눈빛나눔봉사단'의 발대식과 '점역자료 제공 등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갖는 것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남부구치소․교도소, 서울맹학교가 체결하는「점역 자료 제공 등을 위한 업무협약」에는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점역자료(도서, 파일 등)의 제공, 수형자의 점역․교정사 자격취득 지원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으며, 각 기관은 향후 지속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남․여 수형자 30명으로 구성된 '눈빛나눔봉사단'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요청한 도서를 점자정보단말기 사용이 가능한 파일 또는 점자책으로 점역하여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점역(말이나 글을 점자로 옮기는 것)의 전문성 확보와 수형자들이 출소 후 안정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점역․교정사* 직업훈련도 신설된다.
* 점역․교정사 :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문서를 점자로 번역․교정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자
지난 11월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점자로 만들어진 교재가 부족해 많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점역․교정사의 부족현상 또한 지난 2009년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이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시각장애 학생들은 다양한 도서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며, 현재 시각장애인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점역․교정사를 보다 많이 배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형자들은 소외계층에 대한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교화에도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시각장애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부교재와 교양도서를 점자로 만들어 보급한 후 일반시각장애인에게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일에 열리는 행사는 시각장애 방송인 심준구 씨 사회로 진행되며 서울맹학교 시각장애학생의 축하공연과 수형자가 직접 만든 점자책 전달 등, 시각장애학생과 수형자의 상호 이해와 공감이 함께하는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축하공연을 앞둔 한 시각장애인학생은 “평소 갈고 닦은 연주가 부족했지만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앞으로 봉사단 도움으로 다양한 교양도서를 읽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사기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이번 봉사활동을 지원했다는 여자 수형자 안모 씨는, “과오와 실책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지고 있는 제가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사랑과 배려를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법무부는 그 동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법치 구현을 위해, 보라미 봉사단, 범죄피해자 법인에 대한 수형자 작업장려금의 기부, 직업훈련으로 획득한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랑나눔 봉사활동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