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무력화하는 `규제일몰제` 즉각 철회하라
장차법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시킨 보건복지가족부는 각성하라.
정부는 지난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를 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3항의 방송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조항을 `규제일몰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검토 기한으로 설정된 5년 내에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가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률로서의 효력이 자동 상실돼 폐기 처리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방침은 경쟁력 강화란 미명하에 장애인의 기본권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은 지상파의 경우 6%에 불과하다. 케이블방송과
IP TV는 화면해설방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화면해설이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드라마에 편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방송에 한해 제한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시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보호 육성해야 할 정부가 경쟁력 강화와 규제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며 방송사업자들의 논리와 이익만을 대변하는 작금의 현실에 우려와 함께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또한 이러한 극도의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는 장애인의 정당한 알권리와 3권분립의 정신에도 반하는 극히 위험한 발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길고 지난한 투쟁의 세월을 지나 장차법이 발효된지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 막 피어나려는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의 싹을 짓밟으려는 반인권적이며 초법적인 그 어떠한 기도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하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장차법 제21조 3항의 수화, 자막, 화면해설 등 방송사업자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조항의 규제일몰제 도입방침에 대해 사과하고 그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시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물론 출판물과 영상물 등에 대한 접근권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시청각장애인의 방송물, 출판물, 영상물 등에 대한 접근권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가시적인 계획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구호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장차법 제21조의 입법취지를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 길만이 금번 사태로 인해 정부가 스스로 실추시킨 명예를 회복하고 장차법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유일한 길임을 엄숙히 촉구한다.
2009. 2. 3.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