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등 편의법)」이 시행된 지 4반세기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전체 장애인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에 비해 유난히 낮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79.2%였는데 비해 시각장애인 관련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회장 김영일)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에서 2024년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257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에서도 적정 설치율이 41.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법령에 규정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은 시각장애인이 일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편의시설의 최소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미설치율이 높다. 설치되었다고는 하지만 잘못 설치된 부적정 설치율도 높다. 진행 방향이나 설치 방법이 잘못된 점자블록이 많이 있다. 점자표지판의 경우 설치되어 있더라도 내용 표기가 잘못되어 실내출입문의 방 이름과 다른 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사례도 있다. 계단과 경사로 등 손잡이 점자표지판의 경우 층 정보는 표기하지 않은 채 올라감이나 내려감 등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만 표기한 사례도 다수이다.
여러 해를 기다려도 시각장애인편의시설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관리·감독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규칙 별표 1」 편의시설의 구조 재질 등에 관한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지체장애인 관련 기준 다음으로 시각장애인 관련 기준이 많다. 그런데도 현행 장애인편의시설 적합성 확인 업무에 시각장애인편의시설 전문가가 참여할 기회가 태부족하다.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조차 시각장애인편의시설 실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적합하게 개선할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그러기에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편의시설이 개선되어 간다는 것을 체감할 리 없다.
이제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시점이다. 매년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5년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없다면 그러한 조사는 낭비이고 무책임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이 유독 낮은 조사 결과의 후속 조치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이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중 편의시설 설치기준 적합성 확인 업무 대행 관련 조항을 개정하라!
하나.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개선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마련하라!
하나. 지자체는 전국 257개 보건소가 금년말까지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반드시 개선하도록 조치하라!
2025년 4월 10일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