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구호는 ‘차별은 없이, 기회는 같이, 행복은 높이’다. 하지만 우리 50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차별받고 있고, 기회는 공평하지 않으며, 행복과 멀리 있다.
장애유형별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지원종합조사도구는 여전히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양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서비스지원종합조사도구에 의해 결정되는 활동지원급여는 여전히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이 필요한 모든 장애인의 활동지원 급여를 줄어들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 급여의 일부를 가지고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시범 운영하려 하고 있다. 잘못 설계된 평가 도구, 그 평가도구를 통한 활동지원급여의 결정, 활동지원급여의 일부를 활용한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시범 운영, 그로 인한 절대적인 서비스의 부족과 서비스 질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장애인복지의 뿌리를 흔들려 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의 무관심과 회피 또한 여전하다.
2022년 신규로 등록한 시각장애인 중 65세 이상은 시각장애인 전체 신규등록의 51.7%다. 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의 신청 자격이 65세 이하로 되어 있어 65세 이후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등은 활동지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또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예산 등의 이유로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의 무관심과 장애인복지 근간의 흔들림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장애인 당자사의 몫이다.
정부는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과정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각 장애유형의 현실과 상황에 맞게 서비스지원종합조사도구를 개편하여 장애인활동지원을 비롯한 장애인복지서비스의 현실적인 이용을 보장하고, 서비스의 양과 질을 담보하여 개인예산제를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실효성 있게 도입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와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날을 전후한 며칠, 365일 중 겨우 열흘 남짓 한 기간동안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불탄다. 그리고 이내 많은 이의 기억 속에서 장애이슈는 흐려진다.
제43회 장애인의날 구호에 맞게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으며, 각자의 존재만으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3년 4월 20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