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차별로 상처주고 소금뿌리는 롯데마트, 각성하라!
지난 11월 29일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장애인 보조견이 되기 위한 훈련 중'이라고 쓰인 옷을 입은 안내견의 입장을 막고, 훈련을 돕는 자원봉사자에게 고성을 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예비 안내견은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는 장애인 안내견 교육용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예비 안내견은 생후 7주부터 일반 가정집에 위탁돼 1년간 사회화 교육을 받는다. 이른바 ‘퍼피워킹’이며, 훈련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퍼피워커’로 불린다.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퍼피워커가 예비 안내견과 함께 출입하자 매니저가 다짜고짜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면서 소리치며 출입을 거부한 행위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후진적 인식을 만천하에 보여준 만행이자, 평소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소수자를 어떤 시선으로 보아왔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사건이다.
롯데마트가 SNS 상에서 짧게 내놓은 공식적인 입장은 또 어떤가? 적반하장이다.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이러니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가 문제인데, 금번 사례를 교훈 삼아 더욱 고객을 생각한다는 얘기가 왜 나오나.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안내견의 출입 거부를 초래한 엄중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롯데마트의 책임 의식과 대책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특단의 대책이나 재발 방지는 말로 실현되지 않는다.
롯데마트는 “장애인 안내견을 차별했다.”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롯데마트 인스타그램은 물론 롯데그룹 고객센터에도 항의가 빗발치자 SNS 상에서 짧은 사과에 나섰다. 이럴 때 덧붙는 의례적 해명이 있다.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이게 바로 첫 번째 변명이다. 어느 차별주의자도 자신이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의도적이지 않다는 변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볼까? 사실 그게 더 끔찍하다. 의도적이지 않다면 그만큼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 즉, ‘본심’이라는 뜻이 된다.
왜 차별했는지 석고 대죄했어야 했다. 그게 예의였다. ‘사과’나 ‘책임’ 전에, 진실부터 정중히 전달했어야 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롯데마트의 그 어떤 책임 있는 주체도 훈련을 돕는 자원봉사자인 ‘퍼피워커’와 안내견을 만나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롯데마트에서만 벌어지는 것일까?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한층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안내견의 출입은 여기저기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이번 일처럼 예비 안내견들이 사회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즉, 시각장애인의 곁에 있어야 할 안내견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법령에서는 안내견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안내견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이에 우리나라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이번 롯데마트의 망언망동을 결코 좌시할 수 없으며, 시각장애인 안내견 차별 사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롯데마트는 안내견 차별 사건으로 눈물을 흘린 퍼피워커 및 그 가족에게는 물론, 50만 시각장애인 앞에 백배 사죄하라!
하나, 롯데마트는 안내견 차별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정하게 인사조치하라!
하나, 롯데마트는 안내견 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장애인 관련 법령에 근거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법령에 의하여 실시되는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이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온라인교육을 폐지하고 대면교육으로 전면 전환하라!
이번 안내견 차별 사건과 관련하여 롯데마트가 우리의 요구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연합회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밝혀 둔다.
2020년 12월 01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