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안녕하십니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이병돈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를 아프게 했던 갑오년 한 해가 가고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는 사랑하는 100만 시각장애인과 가정에 항상 웃음과 건강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회장으로 업무를 시작한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시련이 당면한 과제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과제를 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고민과 고심 속에 숨 가쁘게 달려 왔습니다.
물론 회원님들은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 적어 미흡하다 여길 수 있겠으나 한시련의 중기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올해 치러질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원활한 개최를 보장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형성한 점에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준비상황을 파악한 바, 대회의 타당성 검토만 받기로 계획되어 있을 뿐 올해 지원 받기로 한 예산 1억 원은 이미 소진하였고 조직위원회의 사무실 임대료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동 대회 조직위원회는 한시련과는 무관한 조직이라며 한시련의 개입에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양상까지 보여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한시련은 첫째, 대회 유치와 대회의 결과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이 있고 둘째, 2014년에 2 억 원이라는 돈을 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조직위는 한시련의 개입을 축소하거나 꺼려하고 셋째, 경기장부터 시작하여 예산까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내년에 대회를 치룰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다 만약 대회를 포기할 경우 한시련이 국내외적으로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법적 자문을 받은 바, 상대의 결정에 따라 손해배상소송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아 들고 참으로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며칠을 심사숙고한 끝에 5월 말경, 회장단을 소집하여 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후 한시련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현 집행부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면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그 후부터 8개월간 기적을 만들어 왔습니다.
국비 54억 원은 차치하고 서울시 집행부는 단 돈 1원도 내년 예산으로 상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 발의로 28억 원의 서울시 지방비를 확보한 것은 기적이었으며, 그 과정은 몇 마디 말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또한 히딩크 축구감독을 명예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배우 김보성과 구혜선을 홍보대사로 위촉하여 동 대회의 홍보는 물론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확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년사에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준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동 대회는 우리나라 유사 이래 시각장애인계의 가장 큰 행사인데다가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인식 개선과 홍보에 전환점을 가져다 줄 의미 있는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동 대회의 성패는 한시련 향후 발전과도 직결된 부분이어서 저를 비롯한 한시련 전 조직이 전력을 다하였기 때문입니다.
회원 여러분!
2015년 새해에는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이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 동안 과학문명이 발전하여 생활이 편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많은 부분에서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품을 고를 때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워 항상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건물에서 특정 위치를 찾아가고자 할 때도 위치 정보를 알 수 없어 헤매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접근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인터넷, 모바일, 방송 분야 모두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다음 과제를 추진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생활필수품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이 보다 쉽게 원하는 형태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주위에는 많은 생활필수품이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시각장애인이 확인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시각장애인이 보다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둘째로 점자 음성 표지판 도입 및 확대입니다. 현재 일부 건물에 보면 점자로 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지판이 매우 한정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어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받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신 NFC 기술과 스마트폰을 접목하여 보다 많은 정보를 점자와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을 개발하고 이러한 표지판을 법제화하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등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여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건물, 나아가 공공건물 및 숙박 시설 등 다양한 시설에 확대 설치될 수 있도록 앞장서 노력하겠습니다.
셋째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민간 자격제도 운영을 시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현재 한시련에서는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점역·교정사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 제도를 통해 배출된 자격 소지자들이 양질의 점자 책 출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웹 및 모바일 접근성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시각장애인이 자격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웹 및 모바일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넷째로 적은 금액이나마 중도시각장애인 재활지원센터의 2015년도 예산을 증액한 만큼 동 센터가 실질적으로 내실 있게 운영되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조속히 재활 자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겠습니다. 또한 연합회가 실시하는 많은 사업과 프로그램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를 비롯하여 기존 제도권과의 충돌 등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선결 과제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보화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제를 추진해 나가는데 있어 우리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과 격려 그리고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외에도 일자리 문제, 안전 문제, 복지 문제 등 앞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안에 있어서도 관련 단체나 기관들과 협력하여 빠뜨리지 않고 하나하나 챙겨 우리 시각장애인 모두가 승리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항상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당장 최선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임기 4년 동안 앞으로 10년, 2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을 설계하도록 하여 우리 시각장애인 연합회를 반석에 올려놓는데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을미년 한 해에는 우리 100만 시각장애가정에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건승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이 병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