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 노귀현(52)씨는 무더운 날씨에 음료수를 마시는 일이 늘었지만 매번 불편함을 느낀다. 음료캔 뚜껑에 돋을새김을 한 ‘점자’는 ‘음료’라고만 쓰여 있을 뿐 탄산음료인지 과일주스인지 이온음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노씨는 “활동보조인이 24시간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집에 있을 때는 마셔보기 전까지는 이게 무슨 음료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 음료업체들은 몇년 전부터 맥주 등 주류와 음료를 구분하기 위해 음료캔 뚜껑에 점자를 새기고 있다. 하지만 제품명이 아닌 ‘음료’라고만 뭉뚱그려 표기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다양한 맛의 수십 가지 음료제품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저 ‘음료’ 하나일 뿐이다.
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음료업체들은 비용과 자동화공정을 이유로 들었다. 2008년부터 점자를 새겨온 한 음료회사는 16일 “음료캔 뚜껑을 덮는 과정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자동화공정을 따른다. 개별 음료마다 다른 점자를 새기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