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설치되는 등 제기능 상실
시각장애를 안고 있는 문모(50·제주시)씨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점자블록을 따라 어렵사리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지만, 음향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와 마주하는 것이 다반사다. 신호등 기둥에 음향신호기가 달려있다 하더라도 점자블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바로 찾기가 쉽지 않다.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도로를 횡단할 때 음성으로 안내해주며 길잡이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문 씨는 "막상 신호기를 이용하려고 보면 고장이 나 있거나 점자블럭과 떨어져 엉뚱한 곳에 설치돼 있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신호기의 안내를 받아 건너려 해도 안내 멘트가 너무 짧은데다 볼륨이 제각각이여서, 차소리와 경적소리가 뒤섞여 더욱 혼란만 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6일 제주시 연동 그랜드호텔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음향신호기를 눌러 점검해보니 문씨가 겪은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점자블럭이 설치된 횡단보도 보행자 정지선에 서보니 신호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또한 8대의 신호등에는 신호기가 모두 설치돼 있었지만 버튼을 눌러보니 음량이 제각각이고 소리가 나지 않은 고장난 신호기도 있었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