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훈.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중파TV 아나운서다. |
“안녕하십니까 생활뉴스입니다.”
KBS 정오 뉴스에 시각장애인 이창훈 앵커가 진행하는 방송 첫 멘트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 장애인 이창훈 뉴스 앵커는 지난해 12월 앵커 선발 시험에서 경쟁률 523대1을 뚫고 KBS에 입사하였다고 한다. 그는 매일 12시 KBS 1TV 뉴스 말미에 5분간 생활뉴스'를 단독 진행하고 있다. 두 눈을 부릅뜨고도 가장 어려운 직업이 TV 뉴스 앵커 인데 과연 시각장애인이 앵커를 할 수 있을 까 하고 처음 방송을 들을 때는 불안 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초의 성공이라고 한다.
"2009년 영국 민영방송에서 안면 변형 장애인을 1주일간 뉴스 진행자로 기용한 적은 있지만 시각 장애인이 뉴스의 고정 코너를 진행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맹인 앵커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 됐다.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은 장애인이 어느 분야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지독한 연습 벌레'라고 한다. "내가 잘해야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이르고 있지만 취업은 44%에 불과하다. 그것도 20~30만원 봉급자를 포함해서다.
법적으로도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공공부문이 3% 민간기업이 2.3%로 법정화 되어 있다. 그러함에도 법정률을 지키지 않은 기관 단체 기업은 2012년 2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무려 852곳이라고 한다. 이중에는 제주도 모 공공기관 1개소가 포함되었고 특히나 30대 대기업들이 1.79%이며 장애인을 단 한명도 고용하지 않은 대기업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의무 고용률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벌금을 내고 범죄행위를 하여 이익을 챙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라 하겠다.
장애인 고용은 말 그대로 생존권이며, 자립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OECD국가로서 IMF 기금에 17조를 지원하고 있는 나라다. 그 품격에 맞게 정부는 단순히 고용부담금 등 벌금을 물리는 것에 그치지 말고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 대하여 세금감면, 고용장려금지원, 장애인 편의시설지원, 보행권 즉 이동권의 확대 그리고 IT를 이용한 새로운 첨단장비 연구에 정부나 대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했으면 한다. 그 외 기업이나 봉사단체도 장애인을 위하여 점자도서, 보청기, 휠체어 등 장애인을 위한 기구는 부족함이 없이 다투면서 봉사했으면 한다.
장애가 있다고 일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몸이 불편하다는 것이 꿈을 이루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헌법정신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버리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편견 없는 마음으로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몫이기도 하다.
필자는 국제봉사인 단체인 라이온스에서 회원들과 함께 장애인센터에 점자도서 1000 여권을 기증했던 일이 생각난다. 눈이 어두워 책을 볼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른다. 한권의 점자도서 비록 작은 일지만 행복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이들은 누가 점자도서를 가져오는지 모른다. 정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진정한 봉사의 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맹자는 함께 더불어 사는 덕목을 ‘수오지심’과 더불어 ‘측은지심’이라고 하였다. 전자는 ‘내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고 후자는 ‘남을 가엾게 여기어 베풀려는 마음’이다. 대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사회의 덕분 인데 대기업인은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과 정신적 덕목을 갖춰야 한다. 의무고용률을 부담금으로 대신하려는 수오지심을 가지고 장애인에게 먼저 봉사하는 측은지심을 실천했으면 한다. 장애인을 더는 채용하지 못 할망정 법정 의무고용률 만이라도 지켜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장애인의 달을 보내면서 소감이다.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