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인이 목욕탕 입장을 거부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차별 진정한 사건이 장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만간 이 사건은 공익소송 제기로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시각장애인의 목욕탕 입장 거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아봤다.
<시각장애인 사고 난 예 거의 없는데 왜 입장 거부하나 문제 제기>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전시에서 일어난 일인데, 작년 12월 대전시 동구 판암동의 한 동네 사우나에 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목욕을 하러 갔다가 업주로부터 입장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상황을 대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인권센터 관계자는, “이 여성시각장애인은 그전부터 여러 번 혼자 이 목욕탕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매번 업주로부터 혼자 목욕탕에 오면 곤란하다는 잔소리를 들었다. 그 날도 예외 없이 업주가 장애인에게 또 혼자 오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러자 동행한 남성 활동보조인이 업주를 향해, 시각장애인에게 혼자 오면 안 된다고 자꾸 그러지 말라, 혼자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혼자 오는 거니까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따졌다.
그러자 목욕탕 업주는 화를 내면서 받았던 돈을 돌려주고, 돌아가라며 입장을 거절했다. 시각장애인이 업주에게 탈의실까지만 안내해 주면 충분히 혼자서 목욕할 수 있다고 사정했지만 업주는 경찰까지 부르면서 시각장애인의 목욕탕 입장을 거부했다는 것이 사건의 개요이다.” 라고 전하고 있다.
이 사건 해결에 개입한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연구소에서 사건을 접수한 후 먼저 관할 지자체인 대전 동구청에 “목욕탕 업주가 장애인을 차별했으니까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대전시 동구청 위생과 담당자는, “이 사건의 본질은 목욕탕에서 시각장애인이 혼자 목욕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누가 책임지느냐가 관건이라서, 무조건 목욕탕 업주에게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받아들이라고 강제할 수 없고, 그래서 목욕탕 업주도 처벌 할 수 없다.”고 답변해 왔다고 한다.
이어 연구소는 이 사건을 장애인 차별사건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는데, 인권위 관계자도 처음에는 이런 지자체 입장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 얘기다.
인권위는 올해 초 1차 답변에서 목욕탕 업주가 장애인을 차별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목욕탕은 비장애인도 미끄러져서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면 어쨌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업주가 사고를 두려워 해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거부한 것을 무조건 차별로 규정할 수 없다.”는 구두 답변을 해왔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 얘기다. 이어 인권위 관계자는 두 번째 구두 답변에서 “이 사건은 사고 위험 때문에 장애인 차별 사건으로 볼 수 없어 기각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시 항의하면서 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이 사우나나 목욕탕에서 넘어져서 사고가 난 사례가 거의 없다. 또 만약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업주의 책임을 면해주기 위해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을 찾을 경우 업주가 다음과 같은 고지를 하면 되는데, 우리 목욕탕은 당신을 도와줄 인력이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를 이유로 한 사고에 대하여는 본 업소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사전 고지를 하고 이에 대해 시각장애인이 동의하면 무조건 입장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 사건을 인권위에서 기각하면 앞으로 전국의 시각장애인이 목욕탕 입장거부를 당하는 치명적인 차별을 당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도 다중시설 입장 거부는 차별이라고 주장>
장애인 단체의 항의에 직면한 인권위는 부랴부랴 시각장애인 단체 관계자와 목욕탕 업주 모임 관계자 그리고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내부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에 혼자 입장하는 것에 대해 사고 위험을 들어 거부하는 것은 중대한 장애우차별이다. 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목욕탕 업주들은 비장애인이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을 때에도, 업주는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는 만큼 동반자 없는 시각장애인 입장 거부는 타당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대전 연구소 관계자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인권위는 목욕탕 업주 입장에서 동반자 없이 시각장애인을 입장시키면 사고위험이 매우 높고, 이는 목욕탕 업주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결국 시각장애인이 혼자가 아닌 도우미가 동행한 가운데 목욕탕에 입장하는 게 타당하지 않나 라는 조심스러운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게 역시 연구소 관계자 얘기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결국 시각장애인 혼자서는 목욕탕에 갈 수 없다는 얘기여서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라는 게 연구소 관계자 지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인권위가 제시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대안은 시각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이 동행하면 두 사람 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많고, 그러면 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동행해서 목욕탕을 찾을 경우 목욕탕에서 요금을 할인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대안은 목욕탕업이 민간 사업장이기 때문에 요금을 할인해 주라고 강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게 연구소 관계자 지적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솔로몬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장애우의 다중시설 입장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 사건을 법정에 제소해 법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이 대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관계자 입장이었다.
과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