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필요적 국선변호 선임대상’에 포함돼 형사소송 절차상 권리가 한층 더 보장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21일 시각장애인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를 개정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장애인 중 ‘농아자’와 ‘심신장애에 의심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시각장애가 있는 피고인들은 소송서류나 공판조서 등을 재판과정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출입국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시각장애인 정모(46)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881)에서 “피고인이 시각장애로 인해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유죄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이 판결은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시각장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피고인의 연령, 지능, 교육정도를 비롯해 시각장애 정도 등을 확인한 다음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시각장애 정도’를 국선변호인 선임을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소로 삼았었다. 대법원의 이번 예규개정은 판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폭넓게 보호할 수 있게 한 것이다.정수정 기자suall@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