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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뉴스클리핑 - 고양시 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밴드 <내일신문 2011.06.09>

작성자협회관리자

작성일시2011-06-13 오후 4: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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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악은 보이는 것 너머로 흐른다”

고양시 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밴드

 명함을 내미는 손이 부끄러웠다. 점자로 만들어 지지 않은 명함을 건네는 것이 혹시라도 시각장애인 그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리포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찬식(고양시 시각장애인 연합회장) 씨는 밝게 웃었다. 고양시에 사는 1급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시각장애인 밴드’ 연습일인 27일 오후, 박 씨도 베이스 기타를 잡았다. 

1급 시각장애인 4명, 밴드를 꾸리다
 첫 곡으로 송골매의 ‘세상모르고 살았노라’가 울려 퍼졌다. 연습은 고양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 안 쪽, 작은 방에서 한다. 방음장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옆방에서 기다리는 동안 음악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악기와 최소한의 음향 시설은 피아노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찬식 씨가 기증했다. 추가로 드는 구입비와 유지비, 소요 경비도 자비로 해결한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열정 외에는 많은 것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도 멤버들은 신나게 연주한다. 시각장애인 연합회장이자 장애인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박찬식 씨가 베이스, 안마사 김종남 씨가 드럼을 맡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김영훈 씨는 기타, 안마사로 일할 예정인 김형중 씨는 키보드를 친다. 지금은 김종남 씨가 드럼과 보컬을 맡고 있지만, 기타 멤버를 확충하면 김영훈 씨가 보컬로 나설 예정이다.
선곡은 대부분 7080 그룹사운드의 노래를 부른다. ‘젊은 미소’, ‘나 어떡해’도 고정 레퍼토리다. 

음악에 재능있는 재주꾼들
 악보는 없다. 노래를 들으면서 ‘음을 따서’ 코드 진행을 외운다. 키보드를 치는 김형중 씨는 “노래 한 곡의 코드를 외우기 위해 수백 번 씩 듣는다”고 말한다.
“에이마이너(Am)코드 아닌가?”
“아니야. 두 번째는 씨(C)코드야”
멤버들은 연습 중간에 코드를 두고 의논을 하기도 한다. 코드는 화음을 말하는데, 두 개 이상으로 이루어진 음을 동시에 연주한다. 코드를 따는 것은 드럼의 김종남 씨가 대부분 맡는다. 그는 “악보에 의지하다 보면 음악을 못한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면서 해도 하기 어려운 연주를,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동원해서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박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은 소리에 민감하다”고 말한다. 멤버들은 그 중에서도 음감이 발달한 사람들인 것이다.
 김형중 씨는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지금은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한다. 김종남 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마칠 때 까지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다. 클럽에서 잠깐 일한 경력도 있는 그는 악기는 모두 섭렵하고 있다.
네버씨 시신경증으로 시력을 잃은 김영훈 씨는 군대에서 급작스럽게 발병했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경우다. 그는 소원을 들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기타를 배웠다. 박찬식 씨도 97년에 과로로 망막이 찢어져 시각을 잃었다. 피아노 대리점을 하면서 조율을 하고 있어, 베이스도 어렵지 않게 연주한다.

우리 음악, 비장애인에게도 삶의 활력 되기를
 기타 멤버도 보강해 내년 4월에 있을 장애인가요제에도 참가하려고 한다. 꾸려진 지 석 달이 채 안됐지만 벌써 몇 차례 공연을 했다. 일산서구청 거리축제와 장애인종합복지관 행사에 초청받은 것이다. 즐거운 일이지만 어려움도 있다. 공연이나 연습은 모두 생계를 뒤로 한 채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 직업이 지극히 제한적이에요. 90프로가 안마사 일을 하죠. 음악적 재능들이 많은 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면 좋잖아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서울 관악구 시각장애인 밴드를 예로 들었다. 관악구 팀은 시에서 월급을 받기 때문에 생계도 해결되고 음악적 재능도 살리고, 비장애인들에게 문화적인 즐거움도 제공할 수 있다.
“드럼 하나에도 150만원이 넘어요. 후원이 없으면 지속되기 어려워요. 밴드 꾸리는 것도 그런 이유로 일 년 넘게 고민하다 시작했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회원들은 당당하게 음악을 즐기려고 한다.
“장애든 비장애든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음악을 통해 삶의 의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김형중)
“시각 장애인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에요. 선입견 갖지 말아주세요.” (김영훈)
“비장애인들이 저희를 보고 삶의 활력을 느낄 수도 있잖아요. 중증 시각장애인들이 저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면서 삶의 의욕을 가지면 좋겠어요.” (박찬식)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시각 장애인의 80%는 후천적으로 생긴다. 그들은 ‘특별히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 삶에서 맞은 장애를 당당하게 받아들인 ‘특별히 용기 있는’ 이웃들이다.
참, 이 밴드는 아직 이름이 없다.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면 ‘특별 노래 선물’을 하기로 약속을 단단히 받아 두었다. 기타를 칠 줄 아는 장애인도 기다리고 있다.
후원 및 공연문의 031-969-5775 후원계좌(농협) 217051-51-014348(시각장애인협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시각 장애인 연합회는..
고양시 시각장애인은 3,700여 명이다. 고양시 시각장애인연합회는 1996년에 만들어진 단체다. 중도실명자를 위한 점자교육, 컴퓨터 교육, 볼링교실, 노래교실, 보행교육들을 진행한다. 월1회 나들이도 진행한다. 장애인을 위한 장보기, 이동, 민원업무, 병원업무 처리들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