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닷코드' 수업현장
지난달 29일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83동 601호 교실. '뮤직 인 마이 펜'이란 이름으로 한 조를 이룬 학생들이 책 한권을 꺼냈다. 책 속에는 피아노 건반과 미세한 점들이 인쇄돼 있었다. 조장을 맡은 정수진(22)씨가 "이 종이 건반에 펜을 갖다 대면 실제로 피아노 소리가 난다"며 "집에 피아노가 없어도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가 전자 펜으로 책에 인쇄된 피아노 건반을 찍자 바로 펜 속 소형 스피커에서 피아노 소리가 났다.
-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의실에서 한 학생이 닷코드를 활용해 동료 학생들과 함 께 제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 네오랩 제공
벤처기업 네오랩이 개발한 차세대 바코드 '닷코드'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닷코드(Dot code)란 종이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점을 인쇄해 그 안에 소리, 영상, 인터넷 주소 등 다양한 정보를 담는 기술이다. 원리는 기존의 바코드나 QR코드(기존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흑백 격자무늬의 신형 바코드) 기술과 비슷하다. 닷코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탄소 잉크 점(가로·세로 각각 2mm)으로 이루어져 있어 담을 수 있는 정보 용량이 QR코드보다 2배가 많다. 인식장치로는 카메라가 달린 펜 모양의 전용 인식 장치 '닷코드 펜'을 쓴다. 이 펜에는 MP3플레이어가 있어 읽어낸 정보를 바로 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
네오랩은 지난 2008년 일본 기업 '그리드'에서 닷코드 원천기술을 도입해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이상규 대표가 창업한 기업. 닷코드 원천기술은 일본에서 구했지만, 코드는 독자적으로 지난해 개발했다.
닷코드는 이미 교육업체와 기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EBS, 삼성출판사 등 국내 업체는 물론, 호주·일본 기업까지 합쳐 모두 국내외 8개 기업이 닷코드를 도입해 교육용 책을 출간했다. 올 초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와도 손을 잡았다. 이 대표와 네오위즈를 함께 창업했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가 닷코드의 장점을 알아보고 적극 보급에 나섰다.
이 교수는 "닷코드를 본 순간 단순한 정보 저장기술이 아니라, 교육과 오락에서 인문학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봄학기에 국내 대학교 중 처음으로 '닷코드' 기술을 활용한 강의를 개설했다. 학생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책 판매 대상을 선정하면 네오랩이 책 제작을 지원한다. 시장조사를 거쳐 학기가 끝나기 전에 책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