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를 한다. 특히 유일한 비장애인 골키퍼는 선수들 수비 위치를 지정해주기 위해 목청 높여 이름을 부른다.
또 수비 때 말을 안하면 경고를 받는 규칙도 있다. 바로 '보이(Voy)'다. 스페인어로 '나'이라는 뜻이다. 수비수가 공을 향해 달려갈 때 반드시 외쳐야 한다. 선수들끼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축구장은 매우 소란스럽다. 하지만 잘 하는 팀일수록 말이 적다. 중요한 순간마다 짧고 정확한 소통을 하면 된다. 반면 실력이 부족한 팀은 상황 파악이 안 돼 시도 때도 없이 '보이'를 외쳐댄다.
선수뿐만 아니다. 코치는 상대편 골대 뒤에 서서 선수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골키퍼 앉아있다", "골키퍼 오른쪽에 있다", "오른쪽으로 공격하라" 등 다양한 지시를 내린다. 선수들은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빨리 공을 향해 뛰는 게 중요하다.
경기는 골키퍼를 포함해 총 5명이 뛴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는 반드시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시력을 잃었다고 해도 사람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선수들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반칙은 농구 규칙과 비슷하다. 5개 반칙을 저지르면 퇴장당하지만 다른 선수가 대신 들어온다. 단, 비신사적인 행동을 하면 한 명이 부족한 채로 경기를 치른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