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장애뉴스클리핑 - 장애인 구두공장 대표 시각장애 유석영씨 <연합뉴스, 2011-04-05>

작성자협회관리자

작성일시2011-04-06 오전 11:06:58

첨부파일 없음

청각장애 6명과 '구두 만드는 풍경' 사회적기업 반석에

(수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5일 오전 10시50분 경기도의회 1층 로비. 김문수 지사가 구두 판매대 앞에서 양발의 치수를 측정하고 발 크기에 맞는 수제화를 신어봤다.

김 지사는 "수제화는 처음이다. 정말 편하네"하며 흡족해하고 즉석에서 구매했다.

도의회에 좌판을 깐 업체는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에 소재한 '구두 만드는 풍경'.

40년 경력의 구두 장인과 청각 장애인 6명이 한땀 한땀 공들여 수제화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청각장애인 직원들을 이끄는 구두 만드는 풍경의 대표는 1급 시각장애인인 유석영(49)씨다.

20대 초반 시력을 잃은 유씨는 1987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방송의 리포터와 휴먼르포 제작자 등으로 활동해 왔다.

2004년 3월 지적장애인들이 가구를 제조하는 파주의 '일굼터'를 책임지다가 2006년 11월 파주장애인복지회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복지회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운전면허.꽃꽂이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것을 절감했고, 과거 구두제조 업체를 견학 갔다가 본 청각장애인들의 행복한 미소를 떠올렸다.

구두공장을 차리기로 했고 수소문 끝에 40년 경력의 구두 장인 안모(53)씨를 삼고초려로 모셔왔다. 안씨의 부모도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다.
"청각장애인은 눈썰미가 일반인보다 뛰어납니다. 뜻을 세웠고 열정이 있기에 기술 습득이 훨씬 빨랐죠"

유씨는 지난해 3월 31일 구두 만드는 풍경을 오픈했다. 소비자들이 소리를 못 듣는 청각장애인들이 열심히 구두를 만드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회사명을 지었다고 한다.

직원 공모를 통해 브랜드명은 '아지오(AGIO)'로 정했다. 아지오는 이탈리아어로 '편하다. 안락하다'는 의미다.

홍보를 위해 방송활동을 하며 알게된 유시민.서유석.배한성 씨 등 유명인사들을 모델로 섭외했고 이들 모두 선뜻 응했다. 모델료로는 구두 한켤레씩 줬을 뿐이다.

지난해 9월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두데이'라는 행사를 열어 사흘만에 106켤레를 팔았다. 변웅전 의원은 사무실 직원 모두를 데려와 1켤레씩 구매했다고 한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마케팅과 제품개발 등에 지원을 받게되며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됐다.

유씨는 "정말 좋은 구두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의 구두공장이 번창해서 다른 청각장애인에게 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의 모토는 '온 국민이 아지오를 신는 그날까지'다.

출처 : 연합뉴스, 2011-04-05,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