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커피를 볶겠습니다.”
천안에 사는 시각장애여성 3인이 바리스타 자격증·창업 과정에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끈다.
17일 충남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천안지역 여성장애인 3명이 지난 16일 커피전문교육기관 ‘커피 존’에서 3시간 동안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과정을 위한 첫 수업을 받았다.
무모한듯한(?) 도전에 나선 주인공들은 시각장애 1급으로 아예 앞을 못 보는(전맹) 한정희(57) 씨와 약시로 어느 정도 사물을 볼 수 있는 김주미(35·시각장애 3급·가명), 박미순(43·시각장애 4급·가명) 등이다.
이들은 오는 6월 1일까지 3개월간 총 12회에 걸쳐 이론교육과 실습을 병행해 자격증 취득은 물론 최종적으로는 창업에까지 도전하게 된다.
한씨는 점자교재로, 나머지 김씨와 박씨는 일반교재를 통해 이론을 습득하고 커피 존을 통해 현장실습을 익히게 된다.
특히 그동안 시각장애 때문에 본인의 일을 가져본 적 없는 한씨는 현장실습에 며느리를 대동해 손의 감각만으로 생두에 열을 가하고 커피 기계를 조작하는 등 열성을 다하고 있다.
바리스타 강사들조차 취미생활 이상의 생업도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지만, 이들의 도전은 쉽사리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한씨는 “선천적으로 앞을 못 보지만, 그동안 무리 없이 살림하고 아이들도 키워왔다”며 “뜨거운 스팀을 다루는 등 위험성도 있으나 익숙해지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씨는 “주변에서 다들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는 목소리도 있다”며 “지금으로선 내 힘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에 설레고 기분이 좋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재룡 커피 존 대표는 “시각장애인도 열심히 하면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취미생활을 넘어 성공적인 창업으로까지 이어지려면 이들이 부담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공간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화성 도 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은 “시각장애인은 안마업 외에는 취업의 범위가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바리스타 창업교육은 직업능력개발뿐 아니라 여성시각장애인의 자신감 고취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육 문의 ☎041(413)7052. 임정환 기자 eruljh@daejonilbo.com
출처 : 대전일보, 2011-03-18,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