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고도 박사학위… 신인식 목사
"시각장애인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다는 거죠.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취업률이 낮아요. 거의 대부분이 기초수급자로 전락한 이유입니다."
1급 중증시각장애인 신인식(54) 목사가 지난 18일 대구대 대학원 재활과학과에서 직업재활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ARS 시스템 기반 시각장애인 웹 사용성 모형개발'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웹(web)을 통해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내용이다.
그는 4살 때 시력을 잃었다. 고향 경남 의령에서 술래잡기하다가 넘어지면서 돌에 눈을 부딪혔다. 그러나 가난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끝내 시력을 잃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식당과 역에서 껌과 볼펜을 팔았고, 새벽에는 신문도 배달했다. 학교에서 교환원과 숙직근무도 했는데 연탄불을 갈다가 질식해 쓰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 결핵과 신경성 폐렴으로 고통 겪기도 했다. 신씨는 "나의 학창시절은 온통 눈물과 아찔한 기억들뿐"이라고 했다.
서울장로교신학대학에 들어간 그는 잡지 '사랑의 메아리'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월간지다. 60분 테이프 2개에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 8년간 매달 전국 500여명의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보냈다. 1994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서울 회현동에 '종달새전화도서관'을 만들었고 지금도 관장으로 일한다. 전화로 신문과 책을 검색해 내용을 듣고, 동호회 활동도 돕는 도서관이다.
이어 그는 장애인 연구가 활발한 대구대 박사과정에 들어갔고, 서울에서 대구를 오가며 공부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취업 숙제를 푸는 것이 여생의 사명인 것 같아요. 구직정보를 좀 더 쉽게 얻는 시스템을 만들고 맞춤형 직업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2011-02-23, 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