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입니다. 주말로 기억합니다. 어머니와 잠실역 인근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데 수십 대의 자전거가 눈에 띄었습니다.
잠실역 2번 출구 앞이었죠. 지하철 출구부터 시작해서 횡단보도까지 자전거가 줄줄이 주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가 주차된 곳. 다름 아닌 '점자블록' 위였습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깔아놓은 점자블록에 누군가 무심코 자전거를 주차해 놓은 겁니다.
한 대 두 대 그렇게 늘어난 자전거. 결국 수십 대의 자전거가 점자블록을 차지했습니다.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한 시각장애인 연구원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함께 현장에 가보니 안전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한 걸음 뗄 때마다 무릎에 자전거가 턱턱 걸렸습니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방송국 카메라까지 있는 취재 상황에서도 자전거 무단 주차(?)는 계속됐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장을 보러 가야 한다" "출구가 여기서 가깝다"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자전거를 세워놓을 공간이 마땅히 없어서 아니었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점자블록 바로 코앞에는 수백 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 타워'가 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무심코 누군가 점자블록에 자전거를 세워 둔 겁니다.
"이렇게 보도가 나가면 달라지는 게 있나요?"
그날 시각장애인이 제게 물으셨는데 제대로 답을 못한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말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도 이후 담당 구청에서는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오래된 자전거를 처분하고, 출구 앞에는 커다란 경고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다시 찾은 잠실역 2번 출구 앞입니다. 사진도 첨부해봤습니다. 다시 점자블록이 돌아왔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돌아왔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냐 묻는다면 전, 꼭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특종기사, 단독 인터뷰보다 더 제 심장을 울리는 건 이런 작은 '변화'입니다.
서상희 기자
잠실역 2번 출구 앞이었죠. 지하철 출구부터 시작해서 횡단보도까지 자전거가 줄줄이 주차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가 주차된 곳. 다름 아닌 '점자블록' 위였습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깔아놓은 점자블록에 누군가 무심코 자전거를 주차해 놓은 겁니다.
한 대 두 대 그렇게 늘어난 자전거. 결국 수십 대의 자전거가 점자블록을 차지했습니다.
기획기사를 준비하며 한 시각장애인 연구원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함께 현장에 가보니 안전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한 걸음 뗄 때마다 무릎에 자전거가 턱턱 걸렸습니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방송국 카메라까지 있는 취재 상황에서도 자전거 무단 주차(?)는 계속됐습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장을 보러 가야 한다" "출구가 여기서 가깝다"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자전거를 세워놓을 공간이 마땅히 없어서 아니었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점자블록 바로 코앞에는 수백 대의 자전거를 무료로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 타워'가 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무심코 누군가 점자블록에 자전거를 세워 둔 겁니다.
"이렇게 보도가 나가면 달라지는 게 있나요?"
그날 시각장애인이 제게 물으셨는데 제대로 답을 못한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말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도 이후 담당 구청에서는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오래된 자전거를 처분하고, 출구 앞에는 커다란 경고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다시 찾은 잠실역 2번 출구 앞입니다. 사진도 첨부해봤습니다. 다시 점자블록이 돌아왔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돌아왔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냐 묻는다면 전, 꼭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특종기사, 단독 인터뷰보다 더 제 심장을 울리는 건 이런 작은 '변화'입니다.
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