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앞장서서 장애인차별을 조장하고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공자에게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 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룰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은 ‘무인정보단말기와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설치되는 응용소프트웨어의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해당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구체적 내용 규정’을 명시하여 마치 장애인의 접근성 제고를 위하는 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완화로 장애인의 접근성을 후퇴시키고 있다.
규제영향분석서 내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는 대상에 따라 2024년 1월, 2024년 7월, 2025년 1월 등 3단계로 나누어 단계별로 적용한다고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일인 2023년 1월 28일 이전 설치된 무인정보단말기의 경우 산업계의 준비 시간을 고려하여 2026년 1월 28일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한다. 복지부의 이런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25만 시각장애인은 정보접근영역에서의 차별이 정당화되었으며, 또한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상시근로자 100인 미만 사업자는 3단계에서 시행하고, 바닥면적의 합계가 50㎡ 미만인 시설에 대해서는 기존 단말기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소프트웨어 또는 상시 지원인력을 두는 경우 적용 제외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생활밀착형서비스에서는 더욱 차별을 받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은 전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키오스크의 편리함과 불편함을 논하는 것도 사치이다. 위치를 찾을 수도, 화면 내용을 파악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용 자체가 불가하다. 정부가 업체들에 면죄부를 주는 26년까지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정보접근장애로 방치될 것이며, 이런 차별을 복지부가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다.
단계적 이행은 소비자간 정보 격차를 초래하여 시각장애인을 또 다른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무인정보단말기가 확대되는 동안, 시각장애인은 주체적인 삶을 포기하고 의존적인 삶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정부에 시각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며, 그동안 장애계의 우려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강행하는 단계적 적용 개정(안)을 조속히 폐기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정부는 국민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삶의 편의에 대한 권리에서 더 이상 시각장애인을 후순위로 두지 말아야 한다.
2022년 12월 20일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