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사각지대, 중증장애인의 생명도 존중하라!
최근 한 중증시각장애인이 PCR검사를 받으러 홀로 이동하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린다.
이번 사망사건을 살펴보면 아직도 방역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인은 노부모와 여동생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었는데, 고인을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 확진이 나온 상태에서 코로나 증상을 자각하고 PCR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로 이동하던 중에 사망하였다. 가족구성원 전원이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구성원 중에 취약계층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가족구성원 중에 취약계층이 있는지의 여부만 제대로 파악하여 지원하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발생한 것이다.
고인은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여 10여년 동안 중증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해왔다. 평소에 별다른 지병도 없었고, 사망하기 전 주까지만 해도 중증시각장애인의 이동권, 주거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우리 연합회를 비롯한 장애계에서는 장애인들이 방역사각지대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며, 복지부도 대응매뉴얼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배포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현재 중증장애인이 증상이 있어 PCR검사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에 지원을 요청하면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고인의 경우에도 이러한 현실 때문에 주민센터나 보건소 등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직접 선별진료소로 이동하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중증장애인들이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되고, 더 이상의 안타까운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방역당국은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며, 중증장애인의 권익보호와 향상을 위한 고인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편히 영면하시기를 바란다.
2022년 2월 25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