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업자와 결탁한 장애인방송 고시 개정을 규탄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각장애인 등의 방송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였고, 1월 30일부터 시행한다.
개정 고시는 제6조제6항을 신설하여 방송사업자별 화면해설방송 편성의무비율은 유지하되, 지상파방송·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방송사업자의 화면해설방송 편성의무비율 중 재방송 편성비율을 2019년 40%, 2020년 35%, 2021년 30%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하였다. 그간 시각장애인계는 화면해설방송의 재방송 편성비율을 폐지 또는 완화해줄 것을 요구해왔었다. 이번 고시 개정에 시각장애인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은 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쾌거이다.
2018년 필수지정사업자들의 화면해설방송은 총 529,105편이고, 이중 317,290편을 재방하여 재방비율은 무려 60%나 되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OBS 77.1%, JTBC 75.9%, MBN 73.2%, 채널A 69.5%, KBS 56.1%, EBS 55.5%, SBS 30.6%, MBC 24.6%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만 15세 이상 10,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 국민여가활동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14.12)에 따르면, 가장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의 1순위로 TV시청(12.7%)이 꼽혔으며, 평일에 주로 하는 여가활동에서는 TV시청이 68.9%, 휴일의 경우에도 TV시청이 51.9%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처럼 많은 국민들이 방송을 활용하여 여가활동을 하고 있음은 방송이 사업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화면해설방송 편성비율이 낮은 상태에서 재방송 편성비율마저 높은 것은 시각장애인이 방송정보접근에서 얼마나 침해받고 있는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여가활동 수단에서조차도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당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는 방송정보접근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는 방송소외계층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화면해설방송 재방송 편성비율을 2019년 40%, 2020년 30%, 2021년 20%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안에 위원들이 합의한 바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시 개정(안)보다 강화된 입장을 표명한 바도 있었다. 또한 당사자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화면해설방송 재방송 편성비율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방송시청보장위원회 합의안을 적극 수용하였었다. 이번에 개정된 고시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소외계층의 방송정보접근보다 방송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 5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또다시 커다란 실망과 좌절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울러 자막방송의 재방송 편성비율 축소는 삭제되고 스마트TV에서의 수어방송은 1.3배의 카운터를 하겠다고 하니 고시 개정 심의 과정에 방송사업자들의 입김이 작용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사람은 생애주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업자, 방송통신위원들은 영원불멸의 신체를 지니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50만 시각장애인과 함께 장애인방송고시가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누구든지 방송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방송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재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방송정보접근으로부터 차별이 해소될 때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19년 1월 30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