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흰 지팡이 발자취에서는 타자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타자기가 제작되면서 시각장애인도 묵자(일반 활자)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맹학교에서 타자기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타자수라는 직업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타자기가 어떻게 도입되었으며,
한글 타자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한글 타자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타자기의 도입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글 타자기를 제작한 인물은 시각장애인과 인연이 깊은데요. 1950년 무렵 안과 의사인 공병우 박사가 한글 타자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1914년 재미동포 이원익이 영문 타자기에
한글 활자를 붙여 한글 타자기를 고안하긴 했지만 실용화 되지 못했고 이 후 1950년대 공병우 박사가 개발한 한글 타자기가 실용화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안과 의사인 공병우 박사는 어떤 이유로 타자기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공병우 박사가 한글 타자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글학자 이극로가 공병우 박사를 찾아 치료를 받다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설파한 뒤부터라고 전해집니다.
또한 공병우 박사는 해방 이전 후배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소안과학’이라는 책을 집필했었는데 시기가 해방 전인 만큼
애초에 일본어로 작성했습니다. 해방 이후 이 책을 한글로 번역할 때, 번역하는 과정에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번역을 하자 필체가 제각각이라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공병우 박사가 한글 타자기가 있으면 작업이 빨라지고
글자체도 통일될 것이라는 생각에 한글 타자기를 찾아 나섰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한글 타자기가 없자 직접 속도도 빠르고 글씨체도 통일된 한글 타자기를 만들어 보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에 공병우 박사는 새로운 한글 타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타자기를 다 분해하여 타자기 기본 구조를 익혔습니다.
그 다음 한글의 음운 조직을 공부했습니다. 공병우 박사는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의 한글 고유의 특성과 자주 쓰는 소리를
분석하여 인체공학적으로 세벌식 타자기를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공병우 박사가 만든 세벌식 한글 타자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의 타자기와 구별되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최초로 한글 가로쓰기를 구현했으며 타자기 버튼의 거리를 줄여 타자의 속도를 높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타자기 활용을 높이기 위해서 1967년 서울라이온스클럽에서는 제1회 한글타자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또한 공병우 박사는 1972년 일본시각장애인과 한국시각장애인이 함께 참여 할 수 있는 친선타자경기대회를
개최했는데요. 이처럼 많은 노력 끝에 시각장애인의 타자기 활용이 실용화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1961년에는 정부가
공문서를 한글 타자기로 작성하기 시작했고 1963년에는 실업과 교과목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타자기는
컴퓨터의 발달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한국 시각장애인의 역사 (임안수, 2010년)’, ‘1950~60년대 한글사용의 인식 변화가 타자기 역사 바꿨다 (김태호 서울대병원 역사문화센터 연구교수, 교수신문 2012년 2월 20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