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생은 도보살 / 박종민(시각장애 1급, 서울시 동대문구)
나는 우리 집에 오는 활동보조인을 도선생 또는 도보살 이라고 부른다. 도선생이란 도움이 선생을 줄인 말이다.
또한 활동보조인이 불교신자인데 관세음보살같아서 도보살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자 자기는 도선생, 도보살이기도 하지만 낮에 와서 밥, 빨래, 청소도 하고 밖에 나갈 때는 동행하고
저녁 때 돌아가니 우렁각시란다.
내가 도보살을 만난 것은 2012년 5월 10일이었다. 도선생은 나보다 나이가 한참 위라서 큰 누나 서열이다.
나도 사람들에게 깔끔하다는 말을 듣는데 도선생은 청소나 음식을 할 때 나보다 더 깨끗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도선생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좋은 활동보조인을 만났느냐고 하면서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그러면 나는 “그게 아무나 그렇게 되나? 조상 3대가 덕을 쌓아야 그렇게 되지!”라며 농담을 한다.
정말 우리 도선생은 도보살이다. 자기한테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람들에게 베풀려고 한다.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을 사람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비오는 날 지나가다 우산 없이 가는 할머니나 어린이가 있으면
비닐우산을 하나 사 주든지 집이 가까울 때면 자기 우산을 줘버린다. 떡, 과자, 과일이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동네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나 경비 아저씨들에게 곧잘 나누어 준다. 그래서 어떤 할머니는 도보살이 지나가면
손부터 쳐다본다고도 하였다. 물론 나한테도 너무나 잘한다. 내가 도보살에게 나에게 해주듯 남편이나
시부모한테 하면 효부, 현처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하니 도보살도 웃으며 자기도 같은 생각이란다.
도선생은 옛날에 별명이 엄격한 ‘사감선생’이었다고 한다. 예의와 행실이 바르고 철두철미한 성격 탓일 것이다.
어떨 때는 나에게 “살찌니까 그만 먹어요.”라면서 음식을 더 주지 않고 먹던 것도 빼앗아 버릴 때도 있다.
그럼 나는 “도선생은 순악질 여사에요.”라고 하면 도선생은 “왜 내가 순악질 여사에요?”라고 묻는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왜 순악질녀사냐? 그것은 순할 순, 즐거울 악, 부드러울 질.
즉 순하고 양순하며 온순하고, 즐겁고, 쾌활하고 명랑하며 밝고, 부드럽다. 착하고 선한 것이다.”라고 했더니
도선생이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훌륭한 도움이상, 착한 도움이상, 모범 도움이상 같은 것이 있으면 우리 도선생인 도보살을 추천 하고 싶다.
하루 속히 이런 제도가 생겨나 활동보조인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