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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67호]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 김동우(시각장애1급, 경상남도 거제시)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06-25 오후 4: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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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 김동우(시각장애1급, 경상남도 거제시)

 

요즘 우리 사회에서 심심찮게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장애가 과연 극복될 수 있는 대상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같은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노력으로 장애에 의한 불편을 상당부분 상쇄시키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러한 상태를 ‘극복’이라는 단어를 붙여 부르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 인간이 특정 신체부위에 장애를 입어 그 기능이 정지됐다면 나머지 신체 기능들을 좀 더 활용하고 발달시켜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 생활이 정상적인 사람과 똑같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장애는 적응하는 것이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육상 선수가 아무리 달리기를 잘한다 해도 말처럼 달릴 수는 없는 것이며 또한 인간이 아무리 수영을 잘한다 해도 물고기와 같아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는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있듯 장애인도 장애를 뛰어넘어 비장애인과 같아질 수 없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극복이니 적응이니 하는 말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장애가 개인적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패러다임이 변한지가 이미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애를 개인적 극복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장애인 중 대다수 경우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됐다. 결국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각종 질병, 재해, 사고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됐다는 말이며 따라서 장애에서 비롯하는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는 견해가 성립되는 것이다. 또한 선천성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장애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것임으로 장애는 개인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책임론에 비추어 볼 때 장애는 극복의 대상도, 적응의 문제도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제도를 만들고 분위기를 조성하여 장애인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 그것이 시대적 사명이며 그렇게 되어야지만 언제 장애인이 될 지도 모르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가 든든한 삶의 터전이 되어 줄 것이다.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이 고맙게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끊임없이 장애인이 양산되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비장애인들도 갑자기 장애가 찾아왔을 때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장애가 장애로 인식되지 않는 사회를 기다리며 모든 사람이 '더불어'라는 말을 한 번쯤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