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으로 느끼는 따뜻한 마음 / 박민아(경기도 시흥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입력봉사를 시작했던 때가 떠오른다.
대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이었던 7월 말 한 여름이었던 그 때, 더위가 푹푹 느껴지는 시기였다. 내리 쬐는 햇볕이 강렬해서 미간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조금만 걸어도 더위가 온몸을 관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부끄럽지만 지금에 와서야 고백하자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백 퍼센트 자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재학 중이던 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사회봉사였다.
학교에서 지정한 봉사기관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정해진 시간만큼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학교를 다니던 4년 동안 ‘다음 방학 때 하지 뭐’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매번 다음을 기약하다가 대학교 4학년 마지막 여름방학을 맞이하고서야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봉사기관을 선택할 때는 수강신청으로 강의를 고르는 것처럼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방학 때 30시간 이상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했기에 집에서도 위치가 가까웠으면 좋을 것 같았고 비교적 쉬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단순히 컴퓨터로 문서를 작업하는 입력봉사를 한다고 생각했지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입력봉사를 위한 교육을 받기위해 처음으로 복지관을 갔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사실 그 전에는 주위에서 시각장애인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각장애인들이 책이나 영화, 텔레비전을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각장애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교육을 받고 입력봉사를 하게 되면서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입력한 책이 전자도서가 되어 시각장애인분들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흔히들 봉사는 내가 하는 것보다 오히려 받는 것이 많다고 하는데 이 흔한 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도 막연하게 나보다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시간에 치이고 일상에 치여 봉사를 어렵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요건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입력봉사를 시작으로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해 관심도 많이 생기고 전자도서뿐만 아니라 음성도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녹음봉사에도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녹음봉사를 시도했을 때 긴장도 많이 되고 실수를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점차 횟수가 늘어갈 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많은 시각장애인분들이 나의 녹음봉사로 하여금 책을 읽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은 더 커졌다.
앞서 말한 대로 학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봉사였지만 이러한 봉사활동은 단순한 봉사활동 그 이상의 의미였다. 학교에서 지정한 30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또 졸업을 하고 나서도 봉사의 참 맛을 잊지 못해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물론 내가 시각장애인분들의 앞을 볼 수 없는 어려움을 면면히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노력하여 입력봉사, 녹음봉사를 하면서 여러 시각장애인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렇게 훈훈한 마음이 시각장애인분들께도 전달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봉사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