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점자의 역사를 찾아서
지난 호 흰 지팡이 발자취에서는 점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글점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한글점자의 역사는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98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선교사 홀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점자의 한 종류인 뉴욕포인트를 변형하여 이른바 평양점자를 만들었습니다. 홀은 이 평양점자로 십계명과 복음 등을 점역하였는데요. 하지만 이 당시 평양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1913년 조선총독부가 제생원을 설립하고 일본의 6점 점자를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이 때 제생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송암 박두성 선생과 제생원 학생들은 비밀리에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조선어점자연구위원회에서는 한글점자를 6점 점자로 제작하기 위해 연구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송암 박두성 선생은 자음 3점, 모음 2점의 점자 즉, 3·2점을 제작하였습니다. 이 후 3·2점 점자에 대한 여러 단점들이 제기되어 송암 박두성 선생은 연구 끝에 3·2점 점자의 단점을 보완한 ‘훈맹정음’을 창안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이렇게 한글점자 ‘훈맹정음’이 발표된 것이 1926년 11월 4일이었습니다. 이후 11월 4일을 점자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훈맹정음은 계속 수정 및 보완이 되었으며 1982년에 이르러서는 당시 문교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사용하는데 혼란이 일지 않도록 한국점자통일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한국점자통일안에는 한글점자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 등 점자기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날 손쉽게 사용하는 점자에는 이처럼 길고 긴 역사가 수반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한글점자를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은 일제강점기라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일제의 눈을 피해 한글점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이처럼 오늘 날에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점자가 많은 이들의 땀의 결실로 맺어진 것입니다. 앞으로 점자의 역사를 되새겨 보며 점자의 우수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한국 시각장애인의 역사 (임안수, 2010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