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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솔빛 - [164호]작은 배려의 행복 / 박미진(부산시 부산진구)

작성자담당자

작성일시2014-03-20 오전 11: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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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부산진구에 거주하시는 박미진 님께서 시각장애인 이웃과 겪은 일화를 보내주셨습니다.

 

 

작은 배려의 행복 / 박미진(부산시 부산진구)

 

결혼하기 전 8년 정도 안과에서 일했었다. 그 때마다 느낀 점은 세상에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었다.

결혼을 하고 이사를 오면서 26개월이 된 쌍둥이들을 집근처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잘 됐다 싶어 그 아이의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 엄마 또한 환한 미소로 말했다. “예 안녕하세요? 같은 어린이집 분이시죠?”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그 분이 태민이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다음날이 되었다. 그 날도 태민이 엄마가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인사를 했는데 오늘은 가까이 갔는데도 태민이 엄마는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분명 어제 인사를 반갑게 나눴는데 오늘은 딴 사람처럼 인사를 하지 않는 태민이 엄마가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서 있는데 태민이 엄마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승준이 엄마 아니세요?” “아. 네.” 나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먼저 보면 인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제가 눈이 안 좋아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보거든요. 그래서 긴가민가하고 있었어요.” 그 말에 나는 되물었다. “눈이 많이 안 좋으세요?” “아 황반변성증인데 중심시야가 없고 주변시야만 있어요. 시각장애 등급 받았고요.” 태민이 엄마의 말을 들으니 왜 나를 봐도 아는 체를 안했는지 이해가 됐다. “죄송한데 제가 사람을 못 알아 봐서 그런데 다음에 만나면 먼저 인사해 주시면 안 될까요?” 태민이 엄마는 환한 미소로 나에게 말했다. 나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긴요. 먼저 인사하는 것이 대수라고. 그렇게 할게요!”

 

그 뒤 나는 태민이 엄마를 보면 먼저 가서 인사를 했다. 그렇게 몇 번 만나고 우리 집에 초대하여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며칠 후 우리 쌍둥이들이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기침을 했다. 문득 태민이도 아프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하니 태민이도 감기에 걸려 콧물이 나고 열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선뜻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태민이도 아침부터 기침을 해서 병원을 가려던 참이었는데 잘되었다고 했다. 전화너머로 들리니 태민이 엄마의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병원에 가서 처음 오는 사람들이 적는 사항도 내가 적어주었다. 다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저녁밥을 먹는데 ‘띵동’하고 문자 한통이 왔다.

 

‘항상 신경써주고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저녁식사 잘하고 내일 봐요.’

 

내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태민이 엄마의 문자를 보니 마음이 찡해왔다. 나에겐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태민이 엄마를 통해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주 작은 배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은 일에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게 느껴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