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청에 처음으로 안내견과 함께 출퇴근하는 시각장애인 공무원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제 막 입사 5개월이 지난 7급 공무원 최수연 주무관인데요. 최수연 주무관은 형태만 파악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으로 늘 안내견 온유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손으로보는세상에서는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최수연 주무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Q. 서울시청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는데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저소득중증장애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과 직원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저소득중증장애인이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이를 계획하는 업무입니다. 직접 대상자분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고 계획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Q.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일단 편견이 작용하지 않는 직업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어요. 시험을 치룰 때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리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위해 시험시간 연장, 점자시험지 등의 환경이 제공되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도 공무원과 잘 맞았고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Q. 공무원이 되시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A. 많은 시각장애인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교재였어요. 공무원 시험의 경우 새로 개정되는 법이나 새로운 판례가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가 빨리 되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재는 업데이트가 느린 편이니까요. 직접 복지관 학습지원센터에 의뢰해서 교재를 받아보곤 했었습니다. 그래도 교재를 받아보려면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서너달도 걸리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Q. 공무원공개채용 시험은 비장애인에게도 매우 어려운 시험인데요. 시각장애를 겪고 계시면서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교재를 컴퓨터를 통해 음성으로 들으면서 공부를 했어요. 점자는 속도가 느려서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컴퓨터로 공부를 했어요. 컴퓨터로 강의를 들으면서 동시에 타자로 필기를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만의 노트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타자로 필기를 하면서 저만의 노트를 만들어서 유용하게 공부를 했어요.
Q. 안내견 온유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온유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온유를 만난 것은 2012년 10월이에요. 안내견 학교에 신청을 해서 온유와 만나게 되었고요. 2주 동안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서 훈련을 받았고 다음 2주에는 생활환경에서 훈련을 했어요.
Q. 온유와 함께 근무하시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아는 사람이 앞에 지나가도 사람을 못 알아보잖아요. 그럴 때 온유가 저를 끌고 아는 사람에게 가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온유를 보고 인사해주시고요. 온유 덕분에 주위 분들과 많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안내견 온유와 늘 함께 근무하시면 어려운 점도 있으실 것 같아요.
A. 네. 아무래도 개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안내견에 대해 이해를 잘못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식당에 갈 때 망설이게 되요. 저 스스로 당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를 못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그런 점이 조금은 어렵습니다.
Q. 서울시에서 근무하시는데 서울시에서 시각장애인 공무원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많은 것을 지원받았는데요. 컴퓨터 음성지원서비스, 광학문자판독기, 점자라벨기, 데이지 플레이어, 독서 확대기를 지원받아서 업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온유를 위해서 자리도 만들어주셨어요. 제 자리 옆에 있던 책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온유가 근무시간 내내 제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해주셨어요.
Q. 근무하신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나셨다고 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아직 거창한 계획은 없어요. 일을 열심히 배워서 시각장애가 있어도 일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다른 시각장애인분들께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다른 비장애인들에게도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아직 제가 다른 분들께 조언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한다면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결과가 좋든 나쁘든 도전을 하면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