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2. 12.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위한 미술치료사 모임 ‘더(The) 틈’ 4
알짬 정보: 생활가정용품 제품에 걸어 쓰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태그 보급 외 15
공감 정책: 복지서비스 먼저 찾아 알려준다 25
공감 현장: ‘탈 플라스틱 시대’ 2025년까지 플라스틱 20% 줄인다 35
한국의 맛: 맛 좋고 영양 많은 ‘바다의 우유’ 50
BF 문화 한걸음: 음악이란 마법에 빠질 시간 59
생활과 건강: 유방암의 증상과 자가 검진 66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74
살며 생각하며: 안녕, 국화 이모 86
문화재 이야기: 창덕궁 인정전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위한 미술치료사 모임 ‘더(The) 틈’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가교 되고 싶어”
실로 스케치한 자화상, 수면 양말로 만든 캐릭터, 곡물과 꽃으로 표현된 그림.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치료사들의 모임 ‘더(The) 틈’이 지난 10월 13일부터 20여 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필드몰 별마당도서관에서 ‘빛나는 동행’ 전시회를 열었다. 시각장애인의 작품 전시, 플라워 터널, 점자 도서전, 점자 체험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사회가 보듬지 못한 세상의 빈틈을 메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감한 느낌이 담긴 시각장애인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등 관람객으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더 틈’에서 미술치료사로 활동하는 예술심리상담사 이지연 씨를 만났다.
Q. ‘더 틈’을 소개해 주세요.
A. 더 틈은 시각장애인 미술치료사들의 모임으로, 2013년부터 시각장애인의 미술치료를 통한 교육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틈을 잇고, 마음의 시간적 틈을 내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각장애인의 마음을 시각화해 함께 작품을 만들고 전시합니다. 향나무 미술심리연구소 길은영 소장님을 비롯한 7명의 현직 미술치료사와 소망복지원의 사회복지사 1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여러 활동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은 무한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Q.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빛나는 동행’ 전시도 그중 하나였나요?
A. 그렇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누군가와 온기를 나눈다는 감각 또한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그 점이 매우 안타까웠어요.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 비장애인과의 협업으로 그들이 얼마든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간 함께한 추억을 꺼내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무수한 작품과 사진들을 세심하게 다뤄준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을 비롯해 보태니컬 아트 그룹 TEAMBOTTA,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상헌 씨가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한국점자도서관에서는 점자 체험 부스를 운영해 관람객들이 비즈스티커로 점자 단어를 만들기도 했어요. 모두의 노력으로 이번 전시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Q. 더 틈의 활동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A. 정기적으로 소망복지원을 방문해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목표를 설정한 뒤 1년간의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상합니다. 수업 주제와 재료에 따라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각장애인이 최대한 다양한 미술 분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초반에는 미술 활동을 어색해하지만 익숙해지면 “오늘은 뭘 해볼까요?”, “오늘은 ○○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그로 인해 수업 방식에 변화가 생기기도 해요. 전에는 구성원 전체가 모여 하나의 일관된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바빴다면, 이제는 두세 명의 시각장애인과 한 명의 미술치료사가 팀을 이뤄 개성을 살린 활동을 합니다. 시간과 신뢰가 만든 긍정적인 변화이지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치료 이외에도 성인 발달장애인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미술치료도 진행합니다.
Q. 더 틈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A. 오랜 시간 미술치료사로 일하면서 소외계층이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간보호센터나 병원 등지로 미술치료 자원봉사를 나가기도 했죠. 길은영 소장님이 주축이 된 사회공헌활동에 간헐적으로 참여하다가 자연스레 더 틈에 합류했는데, 공통된 가치와 주제가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Q. 시각장애인의 미술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A.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을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습니다. 주도적이기보다는 순응적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서툽니다.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어 표현한다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지요. 그럴 때마다 기다립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반복되면 어느새 그것이 익숙해지고, 종이나 붓 같은 재료를 탐색하는 용기도 생기더라고요. 점을 찍고 선을 그리고…. 그 활동에 재미를 느끼면서 차근차근 세상의 문을 여는 거죠. 한겨울 눈이 녹듯이, 사람이 변화하고 치료되는 과정 역시 천천히 이뤄진다는 걸 깨닫는 순간입니다.
Q. 아쉽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A. 더 많은 시각장애인을 더 자주 만나고 싶습니다. 평균 두 달에 한 번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면서 환하게 웃는 시각장애인을 보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많은 것을 함께 이루고 싶다는 열정이 솟구치기도 하고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림을 그릴까 싶었는데, 막상 시각장애인을 만나고 보니 그림을 꼭 눈으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이처럼 더 틈 회원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서로에 대한 순수한 사랑, 사람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시각장애인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내년 봄쯤 또 하나의 큰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시각장애인이 미술을 통해 경험, 감정, 생각 등 자신의 무언가를 세상에 드러내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내면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종의 즐거운 나들이이지요.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하면서 시각장애인의 내면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장애와 비장애의 틈을 메우기 위해 변함없이 활동하며 여백을 만드는 일을 지속할 겁니다. 여백이란 텅 빈 공백이 아닌 무언가를 채우고 누군가를 들여놓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서로의 여백을 채운다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생활가정용품 제품에 걸어 쓰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태그 보급 외
01. 생활가정용품 제품에 걸어 쓰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태그 보급
한국소비자원이 생활가정용품 사업자정례협의체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생활안전 확보를 위한 점자 태그를 제작해 보급한다.
그동안 생활가정용품 중 일부 품목이 용기 형태가 같거나 비슷해 시각장애인이 이를 식별해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소비자원은 주방·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샴푸, 린스 등 다소비 품목 5종을 중심으로 제품에 걸어 쓸 수 있는 점자 태그를 제작했다. 점자 태그는 실리콘 재질로 제작돼 욕실, 세탁실 등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위생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고 분리형 체결방식으로 설계돼 다양한 규격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점자 태그는 연합회 17개 지부를 거쳐 전국 시각장애인에게 배부될 예정이다.
문의 043-880-5500
02. 시각장애인 문화시설관람 편의 안내기기 표준화 추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문화시설관람을 위한 시각장애인용 안내기기 요구사항과 콘텐츠 제작 지침’ 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교통약자법 시행령에 따라 문화시설에는 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대개 문화시설 관련 내용보다는 시설 내·외부의 위치 정보가 촉지도의 형태로 나타나 있다. 이용 가능 콘텐츠가 있는 경우에도 한 번 기록하게 되면 변경이나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문화시설관람을 위한 시각장애인용 안내기기 요구사항과 콘텐츠 제작 지침’이 마련된다면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멀티모달 안내기기인 ‘인터랙티브 데스크’, 셀을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무수히 배열하면 간단한 도형이나 그림을 표시할 수 있음을 이용한 ‘키오스크’, 비컨 통신이 가능한 ‘모바일 패드’ 등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이 관련 문화시설의 사용과 콘텐츠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각장애인은 입구 키오스크에서 해당 시설 정보와 편의시설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고, 모바일 패드를 통해 문화시설 내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실시간으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인터랙티브 데스크로 전시물의 형태, 설명 문구 등의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문의 031-724-0114
03. 고려대 연구팀, 지하철 교통약자 맞춤형 실내 내비게이션 구축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최린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포함한 지하철 역사 복층 전 구역에 실내 측위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시각장애인,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실내 내비게이션 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팀의 이번 기술은 자연 발생 신호인 지구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 장비나 전기공사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실내 측위가 가능하다. 1m 이내 수준 측위 성능을 달성함으로써 기존 전파 기반 기술 대비 5배에서 10배 정도 측위 성능을 개선했다.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NET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서비스되면 세계 최초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구축으로 평가받게 된다.
연구팀은 장애 유형별 맞춤형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외에도 열차 정보 및 위험구역 접근 알림, 이동 편의시설 위주의 안전한 경로 안내 등의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역사 내 감염병 발생 시 감염병 전파 경로, 감염 위험 대상자와 전파자 등을 추적·분석하는 첨단 감염병 관리 시스템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의 02-3290-3210
04.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장애인 위한 전화 예약 시행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인터넷 예약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 시각장애인이나 중증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전화 예약 서비스’를 시범시행 중이다.
시각 및 지체 중증 장애인은 전국 45개 국립자연휴양림 중 장애인 우선 예약 객실에 한해 추첨 접수와 선착순 예약을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 본인이 직접 예약하고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본인이 전화한 경우 따로 제출서류 없이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에 등록된 정보를 기준으로 본인 및 장애 정도 등이 확인되면 예약·신청할 수 있다. 장애인 본인이 전화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선상으로 장애인 본인의 동의를 받고 개인정보처리에 동의한 자에 한해 대리인이 대신 예약할 수 있다.
산림청은 이 서비스를 연말까지 시행한 뒤, 향후 서비스 대상 확대 필요성 등을 검토해 숲나들e 예약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문의 1588-3250
05. 서울 문화비축기지, 시각장애인 동행 ‘손으로 보는 건축투어’
서울시 문화비축기지는 시각장애인과 함께 건축물을 관람하는 ‘손으로 보는 건축투어’를 2023년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앞서 문화비축기지는 이 사업을 지난달 말까지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손으로 보는 건축투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기조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으로, 촉각·청각이 발달한 시각장애인이 문화비축기지의 건축물을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시각장애인은 해설사와 함께 문화비축기지 야외공원과 6개의 탱크 코스를 돌며 철판·콘크리트·자연암 등 건축물을 직접 만져보고, 공원의 자연을 후각으로 느끼고, 탱크의 울림을 청각으로 경험하며 공간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비축기지 블로그(https://blog.naver.com/culturetank)를 참고하거나 투어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문의 02-376-8737, 9340
공감 정책
복지서비스 먼저 찾아 알려준다
- 전 국민 대상 ‘복지멤버십’ 제공
정부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도록 범정부적 혁신을 추진하고 국민의 불편사항을 과감하게 해소하기로 했다. 이에 소득과 재산 및 인적 사항을 분석해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먼저 찾아서 알려주는 ‘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전 국민 대상으로 제공한다.
정부는 지난 10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혁신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행정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추진 방향으로 설정했다.
정부는 공정과 책임에 기반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대민 서비스와 제도·규제를 민간과 국제 기준에서 개선·정비하며 국민과 소통하고 중앙과 지방 간에 협력해 범정부적인 정부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 생활 속 불편사항 수시로 발굴해 해소
먼저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는 정부가 먼저 찾아서 알려준다. 전 국민에게 ‘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설·택배·배달 업종의 야외근로자가 폭염·호우·한파 등의 위험기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험기상정보를 근로자 업무용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리 제공해 야외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한다.
일상생활에 편리한 서비스는 먼저 발굴해 제공한다. 행정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묶어서 한 번에 패키지로 제공해 국민의 서비스 이용 접근성을 개선한다.
지하철만 이용 가능한 현행 정기권을 개선해 최대 40% 할인된 금액으로 30일 동안 60회까지 지하철과 버스 환승 이용이 가능한 ‘지하철·버스 통합정기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실현한다. 국적,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행정서비스 이용에 제약받지 않도록 공공·디지털서비스에 보편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
고령자도 쉽게 모바일 금융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큰 글씨, 쉬운 접속방식, 음성인식 등을 지원하는 ‘고령자모드’를 개발해 전 금융업권으로 확대한다.
생활 속 불편사항은 수시로 발굴해 과감하게 해소한다. 신분증에 표기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신상정보를 최소화한다. 아울러 필요한 정보는 추가로 표기하는 등 신분증의 보안성과 활용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 밖에도 고밀도·입체적 도시구조에 적합하게 입체 주소를 도입하고 누구나 활용하기 쉽게 주소정보 데이터를 표준화할 계획이다.
특히 행정제도와 공공서비스를 온라인·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한다.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 민원을 온라인으로 신청·처리할 수 있도록 민원을 디지털화하고 구비서류는 지속적으로 감축해 민원 편의성을 높인다.
법률구조가 필요한 국민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신청해 지원받고 예비 학부모는 자녀의 취학통지서를 온라인에서 쉽게 발급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등이 입·출금과 같은 단순한 금융업무를 편의점·백화점 등에서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금융 접근성을 높인다.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보호는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행정복지센터와 도서관 등 생활공간을 활용해 수준별 디지털 역량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국민 의견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기관 성격에 제한 없이 국민이 필요한 사항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도록 국민제안의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국민제안을 유형별로 분류해 적합하게 처리하도록 체계적인 처리 절차를 마련한다.
- 국민 목소리 경청 정책에 적극 반영
또 국민이 요구하면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수렴한 국민 의견은 정책에 반영해 국민의 정책 참여 효능감을 향상시킨다.
더욱 쉽고 편리하게 소통·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자 헌법상 청원권을 온라인으로 쉽게 행사하도록 ‘청원24’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한다. 국민참여플랫폼인 ‘온국민소통’에 공모전과 공청회 기능을 신설해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한다.
아울러 ‘국민제안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고충 민원과 제안 데이터를 연계·분석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해 국민 의견을 보다 효과적으로 정책화시킬 계획이다.
한편 지역 특색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주민과 기업 주도로 지역이 발전하도록 한다. 이에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 공동체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로컬브랜딩’을 확산해 지역 경쟁력을 높인다.
복잡·다양한 지역문제는 주민·기업·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계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맞춤형으로 해결한다. 지역주력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장경로를 지원하고 지역별로 특화된 데이터는 가명 정보로 활용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한다.
청년·탈북민·외국인 등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임시주거시설, 교육 프로그램, 비자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일 잘하고 신뢰받는 정부 구현을 위해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상생활이 편하도록 행정서비스를 개선하며 문제를 효과적으로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여 국민 누구나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주간지 <공감>
공감 현장
‘탈 플라스틱 시대’ 2025년까지 플라스틱 20% 줄인다
- 전 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
정부가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1년 대비 20% 줄이기로 했다. 2024년 이후 본격화될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이후 사용량이 급증한 포장재·용기 분야 플라스틱 관리를 철저히 하고 플라스틱 대체 소재 및 서비스 확대 기반을 구축키로 했다. 재활용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재활용이 쉬운 제품 생산도 적극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 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을 10월 20일 발표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본격 추진한다.
- 전 세계 석유 10% 플라스틱 생산에 쓰여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다소비국가로 플라스틱 수요와 폐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용주기가 짧은 포장재와 용기 폐기물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19년 418만 톤에서 2021년 492만 톤(잠정)으로 늘어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17.7%가 증가했다.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수요는 2030년에 이르면 864만 톤까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한국환경연구원의 분석이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며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한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10%가량이 플라스틱 생산에 활용될 정도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연간 8억 6,0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는 석탄발전소(500MW) 189개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 주기 탈 플라스틱 대책의 주요 내용은 ▲ 대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일회용품 감량 ▲ 소각형 재활용에서 물질·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온전한 재활용 ▲ 재생 원료·대체재 산업 및 시장 육성 ▲ 국제사회 책무 이행 등 크게 네 가지다.
정부는 우선 텀블러, 유아용 식기류 등의 다회용기 서비스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대여·공유 서비스를 활성화해 플라스틱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택배 주문 시 소비자가 다회용 택배포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다회용 택배 상자를 대여·회수·세척하는 공급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식당 배달 앱 등에선 요청 시에만 일회용품을 제공해 일회용품 미제공이 기본 원칙이 되도록 운영체계를 개선하며, 사용한 일회용 컵을 다시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세종과 제주에서 12월부터 시범 시작해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간다.
- ‘화학적 재활용’ 비율 높인다
우리나라는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 배출률이 69.1%로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지만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다. 재활용 불가 판정을 받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아서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other’라고 쓰인 두 가지 이상 재질이 섞인 복합재질 플라스틱이나 음식물 등으로 오염된 플라스틱은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물질 재활용’이 어렵고, 이를 고온에서 분리해 열분해유를 만들어내는 화학적 재활용 또한 초기 단계로 처리 용량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을 태워 열을 회수하는 ‘소각형 재활용’이 전체 재활용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재활용지원금 할당 비율을 확대(40% → 60%)해 부가가치가 높은 물질·화학적 재활용 중심으로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설계·생산 단계에서 물질의 환경영향이 80% 이상 결정되는 만큼 플라스틱의 두께와 재질, 무게 기준 등을 마련해 재활용이 쉽도록 개선키로 했다. 재활용성 최하위 등급을 지속적으로 받은 제품에 대해선 처리부담금을 부과한다.
- 석유계 기반 플라스틱을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으로 대체
환경 유출이 불가피해 환경오염과 생태계 교란 우려가 큰 품목에 대해선 생분해 플라스틱 활용을 유도한다. 전 세계에서 연간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옥수수나 목재와 같은 친환경 원료인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현재는 바이오매스 함량 기준이 20%만 돼도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2022년 하반기까지는 40%를 넘어야 하고 2050년엔 100%를 달성하도록 할 예정이다.
올 3월 국제연합(UN)이 플라스틱 국제협약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럽 등 주요국이 플라스틱세를 도입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이러한 방침은 세계적 탈 플라스틱 기조에도 선제적으로 발을 맞추는 것이다. 정부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정보센터(가칭)’를 운영해 플라스틱의 전 주기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업계의 해외 진출을 돕는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 12월 2일부터 세종·제주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첫 시행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12월 2일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처음으로 시작된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시기는 예정대로 12월 2일로 하되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될 것이며 다수 공공기관이 입주한 세종의 경우 공공이 앞장서 일회용 컵 회수·재활용을 촉진해 ‘자원순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제도에 참여하는 선도지역 소비자와 매장에 강화된 혜택(인센티브)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소비자에게는 보증금제 대상 매장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경우 매장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함께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는 상표띠(라벨) 비용(6.99원/개), 보증금 카드수수료(3원/개), 표준용기에 대한 처리지원금(4원/개) 등을 지원한다. 상표띠 부착을 돕기 위한 보조 도구와 일회용 컵 간이 회수지원기 구매도 지원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매장과 소비자의 일회용 컵 반납 부담을 덜기 위해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희망 매장에 무인회수기 설치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반환수집소 등 매장 외 회수처도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제도화한다. 환경부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9월 26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했다.
- 소비자에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추가 제공
개정안에는 자원순환보증금액을 300원으로 정하고 일회용 컵 영업표지(브랜드)와 관계없이 구매 매장 이외 다른 매장에서도 반납(교차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예외적으로 브랜드별로 반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제도 적용 브랜드가 한정된 초기에는 소비자가 반납처를 알기 쉬워야 하며 일회용 컵을 판매하는 만큼 처리 부담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예고한 자원순환보증금액 300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논의를 통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소비자 지불의사 조사 결과와 과거 자발적 협약을 통한 보증금 제도 운영 경험을 고려해 기존과 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각종 혜택 제공에 필요한 체계를 마련하고 보증금 반환이나 현장 민원 대응 등 전반적인 기술지원과 애로사항 상담을 위한 전화상담실(콜센터)도 늘리기로 했다.
보증금 분리 회계를 위한 매장별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구축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각종 안내문과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지역별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음료 판매 시 일회용 컵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고 사용한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5월 소상공인에게 코로나19 회복 기간을 주기 위해 12월 1일까지 제도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컵의 감량과 다회용 컵 사용 확대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책주간지 <공감>
한국의 맛
맛 좋고 영양 많은 ‘바다의 우유’
“오직 바다의 맛과 즙이 풍부한 식감만 입 안에 남았을 때 나는 껍데기에 남은 차가운 바닷물을 마신 후 입 안을 화이트와인의 청량함으로 또 한 번 씻어낸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공허한 기분을 털어내고 행복에 젖어 다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행복 무량한 글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다.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 굴은 굉장히 고급 음식이다. 보편적으로 생식을 즐기지 않지만 굴만큼은 로마 시대부터 인기가 있었다. 귀족 연회에 단골로 올라왔다.
철학자 세네카는 매주 굴 1,200개를 먹었고 카이사르는 굴이 많이 나는 갈리아를 정복했다. 동시대를 살았던 클레오파트라도 미용식으로 굴을 즐겼으며 프랑스 앙리 4세도 전채로 굴 300개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외국인은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내주는 굴 한 접시를 보면 반색한다. 알굴은 고추장에 찍어 소주와 한잔 들이켜기 좋다. 반찬이나 서비스로 나오고 때론 굴을 한 양동이씩 구워 먹는다. 김장 재료나 국밥을 끓일 때도 쓴다.
세계에서 신선한 굴이 가장 싼 곳이 우리나라다. 세계 양식 굴 생산량 2위다. 우리나라의 굴은 저렴하고 싱싱하다.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호사는 없다.
석화라면 레몬즙을 살짝 뿌린 굴을 그대로 입 안에 꿀꺽 넣어 이리저리 돌린다. 혀로도 으깰 수 있을 만큼 보드라운 그 살을 씹으면 바닷물과 섞인 짭조름하고 청량한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진한 육즙에서는 뭔가 비교하기도 어려운 깊은 풍미가 배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감칠맛이다. 찬물에서 자란 제철 굴 맛이다.
동장군이 몰아치는 요즘 딱 좋은 굴국밥이며 굴칼국수를 끓이면 제격이다. 솥에 쌀과 함께 넣고 굴밥을 하기도 한다. 굴에 달걀옷을 입혀 지지면 굴전이 된다. 작은 굴에 빨갛게 양념을 해 재워두면 굴젓이 돼 밥을 도둑질한다.
전남 장흥과 여수 등 산지에는 장작불을 때고 석화를 올려 굴을 구워 먹는 집도 여럿 있다. 중국음식점에서도 일제히 굴짬뽕을 낸다. 같은 제철인 매생이와도 딱 어울린다. 겨울 동기(?)인 매생이굴국이다.
맛도 좋지만 영양가가 많기로도 소문났다. 무기질이 많아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풍부한 아연과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바닷물 속 아연을 섭취하면 내보내지 않는 까닭이다. 아연 성분은 정자 생성과 왕성한 활동을 돕고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졌다.
카사노바가 엄청난 양의 굴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됐다. 또 굴에는 멜라닌색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고 해서 여성들도 좋아한다. 이 밖에도 셀레늄, 철분, 칼슘, 비타민 A·D 등을 많이 함유했다고 한다.
굴을 좋아한다면 가끔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지독히 감사해야 한다. 맛이 들 대로 든 굴이 나는 요즘이라면 더욱 그렇다. 굴이 많이 나는 서해와 남해, 그리고 서울에서 굴을 맛볼 수 있는 집을 소개한다.
◇ 전국의 굴 맛집
- 충무집
세계적 굴 산지로 유명한 경남 통영의 이름을 딴 충무집이다. 서울 중구 다동에서 통영 향토 음식을 내는 노포인데 겨울이면 통영에서 직송한 신선한 굴을 식탁에 올린다. 종갓집 전통 솜씨로 부쳐낸 굴전이 맛있다. 제철 굴은 달고 진하다. 굳이 다른 감칠맛(간장)에 찍지 않아도 맛이 충분히 혀를 적신다. 굴은 본래 짭조름한 바다 맛을 품어 간도 적당하다. 고소한 기름 맛을 더하고 싱그러운 파 맛까지 얹어준다.
- 광화문 조선기술
서울에도 굴을 낱개로 시켜 먹는 전문 식당 ‘오이스터 바(oyster bar)’가 생겼다. 광화문 조선기술에서 맛보는 굴은 유럽 스타일이다. 커다란 삼배체 등 통영, 고성, 고흥에서 직접 주문한 귀하고 다채로운 굴을 신선한 석화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얼음 위에 올린 신선한 굴을 눈으로 확인 후 선택하고 전통 고추장을 첨가한 특제 소스와 서양식 식초 소스 등 두 종의 소스를 곁들여 샴페인이나 와인과 함께 즐기면 된다.
- 용머리숯불꼼장어굴찜
서울 망원동에서 굴찜으로 유명한 가게 용머리숯불꼼장어굴찜이다. 커다란 사각형 스테인리스 찜기에 석화를 잔뜩 얹고 중탕으로 팔팔 끓여내면 향긋한 굴찜이 완성된다. 뚜껑을 열면 석화가 입을 벌리고 김을 모락모락 피운다. 양도 꽤 많다. 소주 몇 병이 그냥 달아난다. 먹장어 메뉴도 있다.
- 사계절굴구이
전남 장흥엔 굴구이 마을이 둘이나 있다. 용산면 남포마을과 관산읍 죽청마을이다. 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둘러앉아 구워 먹는 방식이다. 바닷가에서 배 터지게 먹는 굴구이, 푸짐하고도 맛깔난다. 이곳에서는 석화를 푸짐히 구워 먹고 난 뒤, 짜장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원래 중국집을 운영했던 이곳 사장이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준다. 모자란 기름기를 채워준다.
정책주간지 <공감>
BF 문화 한걸음
음악이란 마법에 빠질 시간
◇ 코다
루비의 엄마, 아빠, 오빠는 모두 청각장애인입니다. 루비는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비는 짝사랑하던 남자아이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하고, 교수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 듀엣 콘서트는 물론 버클리음대 오디션 기회까지 얻습니다. 그러나 루비는 가족들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기에 꿈과 가족 사이에서 망설입니다.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보는 내내 귀가 즐겁고, ‘다름’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제목인 ‘코다’는 청각장애인 밑에서 태어난 정상인 자녀를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정보: 2021/미국, 프랑스/극영화/장편/111분/12세 이상 관람가/감독 션 헤이더/출연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트로이 코처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 윤제균/내레이션 장동윤/제작지원 현대중공업그룹1%나눔재단
◇ 보이콰이어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반항아 스텟은 어느 날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최고의 실력자만 모였다는 국립소년합창단 입학시험을 치릅니다. 한 번도 음악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스텟의 숨겨진 재능을 엿본 단장 카르벨레는 그에게 혹독한 교육을 넘어 인생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너희의 남은 인생에는 뭐든 다른 재능이 찾아올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재능이 나타날 때 그 재능을 키우는 일이다. 지금의 재능을 키워온 방식으로….”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교육을 넘어서 참된 인생을 알려주는 카르벨레 같은 분이 아닐까요? 그는 스텟뿐 아니라 스텟의 아빠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성장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아울러 헨델의 메시아 최고 난이도 3옥타브 D를 넘나드는 소년들의 목소리는 큰 울림을 줍니다.
정보: 2014/미국/극영화/장편/103분/전체 관람가/감독 프랑소와 지라르/출연 더스틴 호프만, 캐시 베이츠, 가렛 워레잉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 신동일/내레이션 이일화/제작지원 (재)정인욱복지재단
◇ 콰르텟
과거 사랑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테너 레지, 분위기 메이커 바람둥이 베이스 윌프, 정신은 오락가락하지만 소녀같이 순수한 알토 씨씨. 이들은 한때 세계적 명성을 날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던 오페라 가수들이었지만 이제 모두 은퇴하고 비첨하우스에 모여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막강 포스의 슈퍼스타 소프라노 진이 새 게스트로 합류합니다.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드림팀이 30년 만에 한 자리에 뭉친 것이지요.
재정난에 빠진 비첨하우스를 지키기 위해 추진된 갈라 콘서트의 콰르텟 제의를 진은 거절하지만, 동료들의 설득과 화해 끝에 무대에 오릅니다.
영화 ‘콰르텟’은 배우 더스틴 호프먼의 감독 데뷔작입니다. 베르디의 아리아 ‘축배의 노래’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기대 이상의 풍요로운 인상을 줍니다.
정보: 2012/영국/극영화/장편/98분/12세 이상 관람가/감독 더스틴 호프먼/출연 매기 스미스, 마이클 램본, 빌리 코널리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 한지승/내레이션 엄태웅
◆ 배리어프리 영화 공동체 상영 이용 방법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누리집(barrierfreefilms.or.kr) 접속 후 바로 신청하거나 신청서를 내려 받은 뒤 이메일로 신청
- 문의: 02-6238-3200, barrierfreefilms@gmail.com
김수정 기자
생활과 건강
유방암의 증상과 자가 검진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 암 발생률 1위에 해당하는 암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만 명가량의 환자가 유방암을 진단받고 있고, 해마다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으면서 여성들은 유방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유방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정기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상당히 좋은 암입니다. 하지만 처음 발병 시 그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에 정기 검진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0세 이상 여성이면 1~2년마다 유방촬영술을 시행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을 포함한 동양의 여성 대부분은 치밀 유방을 가지고 있어, 유방촬영술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치밀 유방은 유방의 지방 조직이 적고 유방 조직이 단단한 유방을 뜻합니다. X선이 잘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밀 유방의 경우 유방암이 있더라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방초음파 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것을 권합니다.
유방초음파 검사가 유방촬영술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악성 미세석회소견을 포함한 석회소견들은 유방초음파에서는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유방초음파 검사와 유방촬영술은 서로 보완하는 검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방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성 호르몬과 식습관, 비만, 유전, 환경적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요인과 바꿀 수 있는 요인이 있는데, 여성(전체 유방암의 1%는 남성), 나이, 가족력, 유전자 이상,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으로 인한 장기간의 여성 호르몬 노출 등의 위험 요인은 우리의 의지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입니다. 반면 음주, 폐경 후 비만, 운동 부족, 장기간의 호르몬 대체 요법 등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들입니다.
유전자 원인으로 생기는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금주, 적절한 운동, 체중 조절 등 생활 습관의 변화로 바꿀 수 있는 위험 인자를 조절한다면 유방암의 상대적인 위험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폐경 이후의 비만은 유방암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알코올 섭취도 유방암의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으므로 금주를 권합니다.
- 자신의 유방에 대해 관심 갖기
자신의 유방이 어떤지 관심 없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가 검진을 통해 유방 상태에 대해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는 유방의 변화를 쉽게 인지하게 하고,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여성들은 유방에 통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유방암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유방암과 관련이 없는 통증도 많습니다. 유방암이 진행되면 증상이 발현되는데, 유방에 혹이 만져지지만 아프지는 않은 ‘무통성 종괴’가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여성 스스로 발견하려면 일반적으로 2cm 이상의 크기로 유방암이 진행돼야 합니다. 그 밖의 증상으로는 유두 분비물, 피부 변화와 함몰, 유두 함몰, 겨드랑이에 만져지는 혹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자가 검진은 가임기 여성이면 누구나 습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리를 하는 폐경 전 여성이라면 생리 이후 3~5일 뒤인 유방이 가장 부드러운 시기에, 폐경 후 여성이라면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 시행하면 됩니다.
샤워할 때의 편안한 자세 및 팔을 올린 상태에서 유방의 모양이나 윤곽을 살피고, 피부 변화가 있는지, 피부나 유두가 움푹 들어간 곳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유방을 만져볼 때는 촉진하고자 하는 유방 쪽의 팔을 올린 뒤 반대편 손의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 첫 마디의 바닥면을 이용해 멍울이 잡히는 곳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지 가볍게 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반드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유방암은 흔한 암이고 여성이라면 누구나 생길 수 있는 암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습니다. 그러므로 유방암에 대해 지나친 두려움을 갖거나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정기 검진과 생활 습관 개선, 그리고 자가 검진으로 올바른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민성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외과)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클래식 알고 들으면 더 좋습니다
지금까지 1600년부터 1950년까지, 약 350년간의 서양 음악의 현대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17세기가 시작되면서 고대 그리스 문학의 연구를 통해 음악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피렌체 악파 작곡가들. 바흐와 헨델, 비발디의 작품들과 라모의 체계적인 이론에 이르러서 절정을 맞게 된 바로크 시대. 로코코 양식을 거쳐 모차르트와 하이든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에서 발전의 극단을 보여 준 고전주의 시대.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과 베를리오즈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초기 낭만주의와 리스트와 바그너의 웅장하고 스케일 큰 작품들이 시대정신을 반영했던 중기 낭만주의, 리하르트 시트라우스와 말러 작품의 세기말적 경향에서 20세기 음악의 필연적 도래를 예감했던 후기 낭만주의. 민족주의와 원시주의의 민족적 요소와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의 회화적 요소가 음악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었던 20세기 초기와 12음기법과 신고전주의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20세기 중기로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20세기 후반의 음악은 어떠했으며 21세기 음악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음악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서양 음악은 고대 그리스의 이론~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론~과 로마의 실용 음악, 헤브루를 비롯한 지중해 연안 국가의 문화를 그 기원으로 봅니다. 최초의 음악은 제전 음악이나 노동 음악입니다. 하나는 종교 음악과 예술 음악으로 그 뿌리를 이어갔고, 다른 하나는 민속 음악과 대중 음악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므로 음악사에서 논의되는 음악은 역사적 근거를 문헌을 통해 밝힐 수 있는 종교 음악에 국한됩니다. 회화나 단편적 자료들 외에는 검증의 대상이 될 사료가 거의 없는 그 밖의 음악은 상상과 추측을 통한 의견으로 제시될 뿐이지요.
중세 초기의 음악은 모두 단선 음악이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들릴 이 단선 음악은 그 음계 체계가 현재의 장·단조와는 다른 교회 선법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확한 박자가 없이 마치 시를 읊조리는 듯한 자유로운 리듬을 갖고 있지요. ‘단선’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화음이 없이 하나의 성부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선 음악의 대표적인 예가 ‘그레고리 성가’입니다. 590년에서 604년까지 교황을 지냈던 그레고리 대제가 당시 사용됐던 교회 음악을 집대성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이름이 붙게 되었지요.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중세 초기를 ‘그레고리 성가의 시대’라고 부르는 음악사학자도 있습니다.
서양 음악을 세계 다른 지역의 음악들과 확연하게 구분 짓게 하고, 서유럽 나라들의 다양한 음악을 ‘서양 음악’이라는 하나의 범주 속에 묶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이는 9세기 중기 즉, 850년을 전후로 해 새롭게 발달하기 시작한 ‘다성 음악’이라는 음악 구성의 기본 형태입니다. 다성 음악이란 동시에 2개 이상의 성부가 각각 높이가 다른 음을 연주함으로써 그 음악이 성부 간의 간격(음정)에 의해 긴장(불협화음)이나 해결(협화음)의 느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서양 음악사는 이 다성 음악의 2가지 구조 - ‘수평적, 대위법적 구조’와 ‘수직적, 화성적 구조’에 대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한 기법 탐구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초기의 다성 음악, 오르가눔은 2개의 성부가 4, 5도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병행으로 진행하는 매우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1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방랑 음악가인 투르바두르와 투르베레에 의해 세속 다성 음악이 작곡됐고, 파리의 노트르담 사원을 중심으로 한 ‘노트르담 악파’ 작곡가들이 뛰어난 작품을 작곡함으로써 중세 오르가눔은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중세 다성 음악의 꽃이라 불리는 모테트가 최초로 등장했지요.
14세기는 흑사병과 백년전쟁, 봉건제도의 약화, 교회의 타락과 교황권의 위기, 스콜라 철학에 대한 불신과 세속적 관심의 대두, 인본주의의 발현 등으로 중세 사회가 붕괴한 시기입니다. 리듬의 기본으로 인식되었던 3박자에 더하여 2박 분할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20세기 음악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복잡한 리듬을 가진 작품이 작곡되기도 했습니다.
‘재탄생’이라는 의미의 르네상스는 1450년을 전후하여 이탈리아에서 시작됐습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셰익스피어, 마틴 루터, 콜럼버스 등의 위대한 예술가와 과학자, 탐험가를 탄생시킨 이 시기의 음악은 ‘네덜란드 악파’의 작곡가들에 의해 주도됐습니다. 4성부 작법이 표준의 틀이 되고, 3화음이 진정한 의미의 화음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요. 리듬은 단순 명료해지고, 선율은 표정 깊고 부드러운 굴곡을 갖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트리나의 작품에서 절정을 이룬 르네상스 음악은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바로크 음악에 의해 변화와 발전을 이어갑니다.
20세기 서양 예술 음악은 크게 2개의 조류로 나뉘어 발전했습니다. 음악의 모든 요소 즉, 선율과 화성, 형식과 리듬, 심지어 악상까지도 음열을 통해 통제하려는 ‘총체적 음열주의’가 하나이고, 음악에 우연성 즉, 작곡 단계에서 어느 하나 또는 2, 3개의 음악 요소의 선택에 주사위나 랜덤 차트 등을 이용하여 우연성을 개입시킴으로써 음악에 획기적인 전환을 불러 온 ‘우연성 음악’이 다른 하나입니다.
우연성 음악은 1960년대에 연주자로 하여금 창작의 일부에 참여하도록 하는 ‘불확정 음악’으로 그 폭을 넓혀 갔고, 음악 문헌보다는 작곡가들의 창작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20세기 음악의 기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가 대표적인 작곡가입니다. 1970년대 대중과 점점 멀어져가는 클래식 음악의 위기를 절감하고 젊은 미국의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사실상의 예술 음악 부흥 운동이 미니멀리즘입니다.
극히 단순한 2, 3개의 화성만으로 비슷한 유형의 리듬으로 된 짧은 악구를 계속 되풀이하는 이 음악은, 초기에는 팝 음악과도 같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채 20년을 넘기지 못하고 음악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모든 예술사가 그러하듯이 음악사 역시 새로운 것의 모색, 변화의 추구, 그리고 극도의 발전과 혼란 등 4개 단계를 끊임없이 되풀이해 왔습니다. 학자들 중에는 음악사를 “완성을 향해 몸부림치다 극단의 혼란에 직면하여 또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을 또 다른 완성의 목표로 삼아 달려가는 미완과 허무의 역사”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매일의 삶이, 혹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미완과 허무, 때로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의 삶과 시대정신을 소리로 표현하는 음악이 이러한 길을 걸어 왔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완성 그 자체보다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매진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긍정적인 눈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나의 하루와 우리의 시대는 더 따뜻하고 희망적일 겁니다. 베토벤 전원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듣고 농부의 기쁨과 소박한 웃음 속에서 삶의 희망을 떠올릴 수 있는 여러분에게 “일상은 살아내고 견뎌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니라 소중하게 가꾸어갈 수 있는 시간의 정원”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상재 교수(나사렛대학교)
살며 생각하며
안녕, 국화 이모
매일 아침, 저의 출근길을 누구보다 환하게 반겨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섯 살 꼬마 아이입니다.
몇 달 전 출근을 하려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유치원 등원 차량을 기다리던 한 여자 아이를 보았습니다. 아이는 낯선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처음 본 제게 “이모!”라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저를 처음 보는 아이들 대부분은 휠체어에 앉은 모습을 신기해하고, 온통 휠체어 바퀴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저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지요. 그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웠습니다. 우리는 금세 친해졌습니다. 출근 전 사탕과 젤리를 챙기고 그 아이를 만나 전해주는 것은 아침 일과가 되었지요.
하루는 장애인콜택시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 평소보다 서둘러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습니다. ‘오늘은 못 보겠구나.’ 생각하면서 차량에 탑승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뒤에서 누군가 빠른 속도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이 떠나갈 듯이 큰 소리로 외치더군요. “이모!” 처음엔 어느 집 조카가 이모를 찾나 보다 싶었는데, 장애인콜택시 승무원이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조카가 애타게 이모를 찾네요.” 뒤돌아보니 그 아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이의 아빠는 “오늘은 유치원 차량이 오는 시간보다 더 빨리 준비를 하고 내려왔다”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도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어갔습니다.
얼마 전 지방에 사는 엄마가 직접 키운 가지를 보내왔습니다. 그중 몇 개를 피디님께 나누어드렸더니 어느새 피디님의 자녀들 사이에서 제 별명이 ‘가지 이모’가 되었다네요. 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지 이모는 매일 휠체어를 밀어야 하니까 팔이 많이 아플 것 같아. 다음에 만나면 내가 꼭 휠체어를 밀어줄 거야.” 그리고 그 마음을 담은 그림을 제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담긴 봉투를 보니, 받는 이가 ‘가지 이모’가 아닌 ‘퍼플 이모’로 되어 있더군요. 어찌 된 영문인지 피디님께 물었습니다. “이모를 채소 이름으로 부르면 혹시 사람들이 놀릴 수 있으니 이모가 좋아하는 색깔로 별명을 바꾸어야 한대요.” 아이들의 순수하고 깊은 배려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이후 아이들과 저는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나오는 뉴스를 꼭 챙겨보는 애청자가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피디님의 큰 아이 태경이가 회사에 왔습니다. 유치원에 있던 아이가 갑작스레 열이 났는데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어 회사로 온 것이죠. 피디님은 다음 시간의 뉴스를 담당해야 했는데, 혹시 태경이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는 뉴스를 마친 상태였기에 태경이를 돌봐주겠다고 했습니다. 태경이와 저는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지요.
그날 이후 태경이는 자신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마다 “국화 이모 시간 괜찮아?” 하고 물었다고 합니다. 또 만나는 사람에게 “국화 이모와 같이 했던 퍼즐게임이 너무 재밌었다”고 얘기했답니다. 둘째 태웅이는 “국화 이모가 얼마 전 어린이집에 와서 안전교육을 해줬다”며 자기는 이모와 함께 공부한 사이라고 우쭐해 한다네요. 저는 태경이와 태웅이에게 같이 놀고 싶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멋진 ‘국화 이모’가 된 것입니다.
장애를 입은 이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이 많았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구구절절 자초지종을 설명해야만 했습니다. 안타까워하는 눈초리만은 피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매일 아침 주차장에서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여자 아이와 태경이·태웅이 형제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런 조건과 이유 없이 제게 다가와 주었고, 우리 사이에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바라봐 주는 아이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하면서 늘 강조해 왔던 것, ‘장애를 그저 존재하는 다양함으로 바라봐 달라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때로는 아이의 눈과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는 휠체어를 탄 제 모습이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언제나 주머니에서 맛있는 사탕과 젤리를 한가득 내어주는 이모, 재밌는 퍼즐게임과 안전교육을 해주는 이모, 뉴스를 진행하는 멋진 ‘국화 이모’로 보였을 테니까요.
이번 호를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열심히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최국화 앵커였습니다.
최국화 앵커(KBS)
문화재 이야기
창덕궁 인정전
‘인정’은 ‘어진정치’라는 뜻으로, 인정전은 창덕궁의 법전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법전은 왕의 즉위식을 비롯해 결혼식, 세자책봉식 그리고 문무백관의 하례식 등 공식적인 국가 행사 때 사용하는 중요한 건물이다.
인정전의 넓은 마당은 ‘조회가 열리는 뜰’이란 뜻에서 ‘조정’이라고 부른다. 삼도 좌우에 늘어선 품계석은 문무백관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시로, 문무관으로 각각 18품계를 새겼다. 품계석에 맞춰 동편에는 문관, 서편에는 무관이 중앙을 향해 서는데, 문관은 동쪽에 위치하므로 동반, 무관은 서쪽에 위치하므로 서반이라 했다. 이를 합쳐서 조선 시대의 상류 계급인 양반이 된다. 문무관은 임금을 향해 바라보는 게 아니라 문관은 무관을, 무관은 문관을 서로 마주보며 종렬로 선다.
인정전 안에는 정면에 임금의 용상이 있고 그 뒤에는 나무로 만든 곡병과 곡병 뒤에는 일월오악도라는 병풍이 있다. 병풍에는 음양을 뜻하는 해와 달이 있으며 이는 다시 왕과 왕비를 상징한다. 그 아래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우리나라의 동서남북 중앙의 다섯 산을 가리키며, 이는 국토를 의미한다. 이것은 임금이 중앙에서 사방을 다스리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정치를 펼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는 유리창을 비롯해 전구나 커튼 등 서양 장신구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구한말 외국과 수교 후 다양한 외래 문물이 들어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