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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의 정책과 방향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_경희대 시민교육

작성자이수혁

작성일시2018-12-11 오전 1:10:03

첨부파일 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PNG


문화생활이란 무엇이며 향유하는 대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번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시민교육 수업을 통해 'Blind' 조원들은 시각장애인분들의 문화생활 사각지대에 대한 고찰을 해보았다.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공익을 실현하는 이상적인 문화생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분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예술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할 핵심 인권이다. 영화, 연극, 콘서트, 전시회, 스포츠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급속히 변화하는 문화예술 환경에 시각장애인분들의 입장도 반드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본 기사화를 통해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서 기획한 '장애인의 영화관람 확대 및 비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사업'에도 힘을 싣고 싶다. 볼 수 없음이 문화생활을 향유하는데 장애의 대상이 될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문화생활의 가치를 제고하여 '문화소외계층'이라는 말이 불편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도 동일하다. 눈으로 감동하지 못할뿐,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은 더욱 벅차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즐길 수 있어요
-KWACC과 인터뷰하다

시민교육 BLIND조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래하여 큰 기술의 발전을 이룩해내었고,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가능으로 바꾸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소수자, 약자들이 불가능에 머물러 있는 것은, 그들의 불가능은 기술에 있어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교육 조 blind는, 발전된 기술 뒤에 가려진 시각장애인들의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중에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하지만 그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영화, 뮤지컬, 스포츠, 콘서트 등을 즐기기 위해서 ‘인터넷 예매’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스크린 리더’를 통해 화면 속의 텍스트들을 이해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지 형태로 나오는 포스터들 뿐 아니라, 리더기가 읽을 수 없는 수많은 화면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막막하기만 하다. 리더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웹사이트를 설정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리더기가 모든 화면을 읽을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시각’장애인이기에 공연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애초에 소비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웹접근성평가기관 KWACC의 연구원 세 분과 인터뷰를 하며 더더욱 드러났다. KWACC의 7년차 연구원 조 현영 씨는 공연장 예매 경험에 대해, “좌석에 맞게 화면 리더기형 버튼을 주기는 했는데 근데 사실 좌석의 무대랑 구조 파악이 되지 않아 여기가 대강 어디인지 예측이 어렵다. 전에는 혹시나 공연장, 예술의 전당 좌석 배치도가 있을까 했는데 거기도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숫자가 적으면 앞자리라고 했는데 때로는 모퉁이인 경우가 있어서 이왕이면 앞에서 보고 싶은데 마음에 안들 때가 있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 박 민혁 씨는, “현장 판매자분들이 장애인 친구 3명하고 현장 예매하러 가니까 시각장애인들이라고 사람들이 붐비면 위험하니까 안된다고 거절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며 공연장에서 거절당한 경험을 토로했다. 이는 그들을 불가능의 영역에 가두어, 그들의 문화 욕구를 온전히 무시하고 비장애인과 다르기에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장애를 6등급으로 분류하여 차등한 복지를 제공함으로서, 실제 시장에서 적용되는 접근 대상의 범위를 축소시켜 시장이 당위성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공연장복지를 ‘휠체어 좌석’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에 대한 개별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발현된 불평등은 정책과 제도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현 서울시의 장애인문화예술 정책은 문화향유와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창조적인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창작 활동은 일상적 단체운영과 작품 구상 및 집필, 연습, 리허설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단연도 지원’, ‘소액 다건’ 지원방식은 창조적 역량 강화 및 저변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지금처럼 보조금을 받지 않고 하나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선정이 되어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로 간다면 장애인 예술인의 삶은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불안정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예술인이 하나의 생계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장애인문화예술단체도 자립생활센터처럼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사업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때때로 좋은 음악을 듣다 절정의 순간에 눈을 감고는 한다. 이는 그들이 누구보다도 더 온전히 공연을 느낄 수 있음에 대한 증명이 아닐까. 그들 역시 수많은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에 전율하고,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에 가슴 벅차하며, 뮤지컬의 서사에 눈물 흘린다.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눈 뜬 자들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눈 먼자도 눈 뜬자와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소수자의 목소리에 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불평등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버릴 때, 우리는 눈 먼 사회에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