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92호 2023. 10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3. 10.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4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여자 골볼대표팀 주장 김희진 선수 4 알짬 정보: 2022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개막 등 20 정책 현장: 늙은 사자, 아픈 반달가슴곰… 위기의 동물들이 이곳으로 모이는 까닭은? 29 모두의 여행: 대통령의 섬에서 국민의 섬으로 42 마음 건강: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나더라도 52 BF 문화 한걸음: 성공의 법칙 58 생활과 건강: 어깨 통증의 다양한 원인 68 세대 공감 K-Pop: 복고, 익숙함의 미학 76 살며 생각하며: 위대한 손 성스러운 손 83 문화재 이야기: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 94 사람의 향기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여자 골볼대표팀 주장 김희진 선수 - “오늘도 꿈을 향해 힘차게 공을 던져요” 제4회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이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43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게임에서 여자 골볼대표팀도 메달 사냥에 나선다. 골볼은 세 명의 선수가 한 팀이 되어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편 골대에 넣는 게임. 대표팀 주장이자 서울시 장애인 직장운동경기부에 소속돼 있는 김희진 선수는 연신 바닥에 몸을 던지고 팔과 다리를 뻗어 묵직한 공을 받아냈다. “동료와 상대, 공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스포츠예요. 공정한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아이패치와 아이셰이드(고글 안대)를 사용하는데, 긴장감 속에서 오는 짜릿함이 굉장합니다.” Q.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훈련하고 있나요? A. 여느 선수와 같습니다. 이천 선수촌에서 아침 먹고 운동하고, 점심 먹고 운동하고, 저녁 먹은 뒤에도 운동해요. 이번 패러게임은 내년에 있을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는 골볼 강팀이 많은데요,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자 전략을 구상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등 훈련에 매진하고 있어요. 골볼은 온몸으로 공을 막아내는 스포츠이므로 올바르고 정확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부상의 위험을 낮출 수 있지요. 정지영 감독님의 지도 아래 수비 동작을 활용한 스트레칭 등을 고안하고 체력도 향상할 수 있는 훈련 커리큘럼을 시행 중입니다. 이번 패러게임에는 선수 6명, 감독님 등 10여 명의 인원이 출전합니다. Q. 포지션은 어떻게 되나요? A. 저는 중앙에 자리한 센터입니다. 좌우에 있는 두 명의 팀원을 지원하고 수비를 주로 담당합니다. 든든한 맏언니로서 늘 힘이 되어주는 레프트 심선화 선수, 센터이자 레프트·라이트도 겸하는 최엄지 선수, 라이트이자 한창 폭풍 성장 중인 막내 서민지 선수가 함께 뛰고 있습니다. Q.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스포츠인데요, 시각장애를 언제 갖게 되었나요. A. 6살 무렵 선천성 녹내장으로 인한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곧바로 시력을 전부 상실한 건 아니고 바깥쪽부터 점차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빛 감지와 사물 인지가 어느 정도는 가능한 상태예요. 처음에는 ‘내 눈이 다른 사람보다 안 좋구나’ 했어요. 오빠가 둘인 데다 워낙 활달하고 털털한 성격이었기에 밝게 자랐지요. 운동신경이 남달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육상선수로도 활동했어요. 좁은 시야로 인해 이따금 레일을 혼동하거나 레일을 이탈하는 일이 있었지만 대체로 즐거웠어요.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지요. 하지만 차츰 시력이 더 악화되면서 서울맹학교로 전학을 갔고, 설상가상으로 발목 부상까지 입어 육상을 그만둘 위기에 처했지요.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Q. 골볼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A. 전학 이후 한동안 의기소침하게 지냈어요. 생활 환경이 전과 크게 달라졌고, 점자 등 학습 방법도 익혀야 했으니까요. 주변 친구들도 낯설었어요. 시각장애가 있었지만 그간 시각장애인의 문화나 생활양식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으니까요. ‘아이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그동안 해 왔던 스포츠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걸까?’ 하면서 우울감에 빠졌어요. 그런데 골볼을 접한 순간 달라졌어요. 골대로 힘껏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굴리고, 그 공을 향해 온몸을 던지는 것에 매료된 거예요. 평소 조심스레 움직이던 친구들도 골볼할 때만큼은 활동적으로 변하더라고요. 긴장은 설렘으로 차츰 변했습니다. 골볼은 잔존 시력이 있든 없든 누구나 눈을 가리고 하기에 공정함과 자유로움이 동시에 느껴졌지요. 선생님께서 이런 제 모습을 보고는 적극적으로 골볼을 권해주셨고 오늘날 대표선수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어요. 육상을 하면서 기른 스피드는 큰 자산 중 하나가 되었지요. Q. 골볼이 아직 생소한 사람도 있을 텐데요, 관람 포인트나 에티켓이 있을까요? A.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던지듯 굴려 상대편 수비를 뚫고 골대에 넣는 경기로,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승리합니다. 전·후반 각각 12분씩 주어지고, 선수는 레프트·라이트 공격수 2명, 수비수 센터 1명 총 3명이 출전합니다. 작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아이셰이드를 착용합니다. 골볼은 청력에 의존하는 스포츠이므로 경기 관람을 할 때 정숙해야 합니다. 단, 선수가 공을 잡는 등 수비에 성공했을 때, 공이 골대에 들어갔을 때는 마음껏 함성을 질러도 돼요. 전력으로 굴러오는 공을 몸으로 막는 모습에 위험하지 않느냐며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요, 무릎과 팔꿈치, 정강이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적절한 자세로 움직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Q. 장애인 선수로 지내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A. 우리나라 골볼 실업팀은 2018년 창단한 전라남도 남자팀, 2019년 창단한 충청남도 남·여자팀, 같은 해 창단한 서울시청 여자팀, 2022년 창단한 인천도시공사 남자팀까지 총 5팀이 있습니다. 실업팀이 창단되기 전에는 골볼 선수로만 활동할 수 없기에 각자 다른 생업에 종사해야 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대회 일정에 맞춰 집중 훈련을 했어요. 지금은 전문 골볼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참 기뻐요. 하지만 10여 곳이 존재하는 골볼 동호회와 비교하면 실업팀의 수나 지원, 대중적인 관심이 아쉽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업의 적극 후원으로 선수 인력이나 규모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요. 우리나라 역시 골볼에 대한 인식이 발전해 온 만큼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어깨가 다소 무겁지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 노력할 겁니다. Q.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A. 제가 골볼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노래예요. 골볼 훈련을 하면서도 학교 밴드부 활동에 참여할 만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요.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의 지인으로부터 “고정욱 작가의 ‘안내견 탄실이’가 뮤지컬로 제작되는데, 그 오디션에 응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주인공이 실제 시각장애인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제가 떠올랐다고 하면서요. 무대에 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오디션에 도전했는데, 다행히 합격했고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무대는 스포츠 경기와는 또 다른 설렘을 줍니다. 내가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지요. 종종 스포츠 관련 행사의 축하 공연 의뢰가 오는데, 당분간 골볼에 매진해야 하기에 정중히 거절하고 있어요. 게다가 숭실사이버대학교 스포츠재활복지학과에 재학 중이기에 여유가 더 없어지기도 했고요. 체계적인 스포츠 이론과 재활 영역으로서의 스포츠에 관심이 생겨 진학했는데, 멘탈 캐어에 중점을 둔 스포츠 심리학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Q. 앞으로의 꿈과 기대를 들려주십시오. A. 지난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골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며 28년 만에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한없이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저는 골볼 선수를 꿈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전문 선수로서 코트를 누빌 수 있기를 희망해요. 그러려면 장비 및 경기장 확보, 실업팀 창단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해요. 골볼의 인지도가 더 향상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고, 그를 위해서는 유의미한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저를 비롯한 선수들이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이유일 겁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골볼 2차 세계대전 후 실명용사들의 재활을 목적으로 고안된 스포츠다. 우리나라는 1987년 제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3명의 선수로 구성된 2팀에 의해 진행되고 팀당 최대 4명까지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전맹과 약시의 구분 없이 통합등급 경기로 진행한다. ○ 골대 크기는 넓이 9m, 높이 1.3m로 양쪽 코트 끝라인에 설치한다. 골대는 둥글고 견고하여 경기 중에 골대가 밀리거나 가운데가 처지는 일이 없어야 하며 코트 밖에 위치한다. ○ 경기장 길이 18m, 넓이 9m의 마룻바닥이다. 중앙의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길이 3m 간격으로 중립지역인 렌딩에어리어, 팀에어리어로 나뉘고, 팀에어리어 내에 포지션라인이 그려진다. 라인은 0.05m 넓이의 테이프로 표시한다. ○ 볼 무게는 1,250g이고 둘레는 약 76cm이며 표면에 약 1cm 직경의 구멍이 8개가 있다. 볼 속에 방울이 들어 있다. ○ 아이패치와 아이셰이드 아이패치는 눈에 들어오는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눈 위에 붙이는 용품이다. 아이셰이드는 눈에 붙인 아이패치가 경기 중에 떨어질 경우 빛을 차단해주는 보조 역할과 외부 충격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알짬 정보 2022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개막 등 01. 2022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개막 2022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장애인아시안게임)이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 연기된 이번 아시안 패러게임은 총 43개국이 참여하며 보치아, 골볼, 체스 등 22개 종목이 펼쳐진다. 공식 마스코트는 페이페이(Feifei)다. 선사시대 항저우의 신조(신성한 새)를 모티브로 하는데, 중국 문화에서 신조는 좋은 소식을 안겨주고, 문화와 행복을 전파한다. 첫 페이(Fei)는 비행을 뜻하며, 사회의 포용성, 존중 및 동지애를, 두 번째 페이(fei)는 자신의 꿈을 좇는 장애인 선수의 끈기를 대변한다. 문의 02-3434-4500 02. 국립공원공단,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오감 맞춤 생태 체험 운영 국립공원공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 오감 맞춤 생태 체험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을 활용해 국립공원을 즐기는 것으로, 전국 14개 국립공원에서 무료로 참가 가능하다. 해당 국립공원은 지리산, 북한산, 계룡산, 무등산, 소백산, 월악산, 주왕산, 가야산, 내장산, 속리산, 덕유산, 태백산, 변산반도, 태안 해안이다. 세부 일정을 살펴보면 11월 2일까지 북한산과 태안 해안 등 8개 국립공원에서는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특수 휠체어를 활용한 바다·산악 체험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간식 만들기 등의 과정을 운영한다. 11월 19일까지 가야산과 내장산 등 5개 국립공원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연의 소리 듣기 및 향기 맡기 체험을 실시한다. 11월 9일까지 계룡산과 무등산 등 6개 국립공원에서는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를 활용한 생태 해설 및 사찰 역사 체험과 국립공원 저지대 걷기를 진행한다. 국립공원 오감 맞춤 생태 체험 및 무장애 시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공원공단 누리집(https://www.kn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33-769-9300 03. 경기도교육청,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추진 경기도교육청은 경기 지역 최초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는 5만 4,900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거주하고 있고, 시각장애 특수교육 대상자는 184명에 이른다. 도내에 시각장애인 특수학교가 없어 이들은 일반 학교에 다니거나 다른 지역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는 수원시 영통구 영동중학교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영동중학교는 2025년 3월 수원시 망포동으로 이전한다.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는 지역주민을 위한 주차장과 체육시설 등을 갖춘 학교복합시설로 건립될 계획이다. 문의 031-1396 04. 광주시립점자도서관 개관 시각장애인의 정보 습득과 문화생활, 평생교육을 돕기 위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이 문을 연다. 광주광역시 남구 사동에 지상 4층(414.43㎡) 규모로 들어선 도서관은 책마중 공간, 어린이열람실, 서고, 대면낭독과 점자자료 제작을 위한 녹음실, 점자 인쇄실,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일반도서와 전문서적 등을 점자와 음성으로 변환한 도서를 열람·대출할 수 있다. 점역교정사, 사서,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이 상주해 시각장애인에게 최적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점자·정보화기기를 활용한 재활교육, 인문학 강좌 등의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광주시시각장애인연합회가 2025년 9월까지 위탁 운영할 예정이다. 문의 062-415-9530 05. 서울역사편찬원,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오디오북 기증 서울역사편찬원이 ‘쉽게 읽는 서울사’ 등 서울의 역사를 담아낸 대중교양서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국립장애인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기증했다. 오디오북은 편안한 배경음악과 성우의 낭독으로 구성됐으며 한 편당 20~30분 분량이다. 올해 초부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 등에서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이번 기증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등 국내 주요 도서관 등에 오디오북을 계속 기증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외국인에게 서울의 역사문화자원을 알리기 위해 영어 오디오북을 제작해 보급한다. 문의 02-413-9511 06. 농심, 신라면 큰사발에 시각장애인용 QR코드 삽입 농심은 시각장애인의 편의 향상을 위해 신라면 큰사발에 QR코드를 삽입, 제품 관련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한다. QR코드는 컵라면 뚜껑의 뜯는 곳 바로 위에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제품명과 조리법, 알레르기 유발 물질, 주의사항, 고객상담 안내, 소비기한 등이 적힌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문자 음성 안내 기능을 이용해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농심은 QR코드를 10개 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문의 02-820-7114 정책 현장 늙은 사자, 아픈 반달가슴곰… 위기의 동물들이 이곳으로 모이는 까닭은? “으르렁.” 사람을 보자 수사자 ‘바람이’가 낮게 포효했다. 2004년생으로 올해 나이 스물. 사람으로 치면 100세가 넘는 고령이지만 맹수의 위용은 여전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던 바람이는 이내 동물복지사가 건네는 고깃덩어리를 물었다. “여름엔 동물들도 식욕이 줄게 마련인데 바람이는 고기 4kg을 한자리에서 다 먹는다. 이제 갈비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집도 올랐다.” 청주랜드동물원의 최형민 동물복지사가 말했다. 바람이는 지난 7월 5일 충북 청주시 청주랜드동물원(이하 청주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전까지는 경남 김해의 한 실내 동물원에서 7년을 살았다. 바람이에게 주어진 건 가로 14m, 세로 6m의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좁은 방뿐이었다. 유리창 너머 관람객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늙은 사자의 존재 이유였다. 어느새 바람이는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말랐고 그 모습은 몇몇 시민에 의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청주동물원은 바람이를 데려오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콘크리트 방을 벗어난 바람이는 현재 2,000㎡(약 606평)에 이르는 청주동물원 내 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시설은 환경부의 ‘생물자원보전시설 설치 사업’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청주동물원에서는 여러 사유로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들을 이곳에서 보호한다. 얼마 전까지 좁은 곳에 살던 ‘먹보’와 ‘도도’도 이곳으로 옮겨왔다. 사자들은 하늘이 보이는 야외 방사장에서 나무와 바위를 오르고 물웅덩이에 몸을 담그며 자유롭게 생활한다. 원하면 언제든 관람객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내실로 들어와 쉴 수 있다.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탄 바람이를 보려 방문객이 몰리자 동물원에서는 모니터로 그 모습을 보도록 ‘바람TV’도 설치했다. 동물을 가까이서 보기 원하는 사람들과 관람객으로 말미암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동물 모두를 배려한 조치다. 최 복지사는 “가을이 되면 바람이와 먹보, 도도의 합사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자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청주동물원은 2014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서식지에서 자연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국내 서식지 외 보전기관은 서울대공원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를 포함해 세 곳뿐이다. 그중에서도 청주동물원은 ‘전시’보다 ‘보호’에 주력하는 동물원으로 유명하다. 청주동물원의 고유종(토종 야생동물) 비율(27.1%)이 국내 공영동물원 10곳 가운데 가장 높은 점은 이를 방증하는 예다. 오직 관람과 전시만을 목적으로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서 살기 어려운 외래종을 들여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주동물원에 코끼리나 기린과 같이 관람객에게 인기 많은 대형 외래종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기존에 보호하던 외래종은 자연 감소를 위해 중성화수술을 하고 자연 방사가 불가능한 토종·멸종위기 야생동물은 계속 보호한다. 이 때문에 청주동물원엔 저마다 아픔을 지닌 동물이 모여든다. 독수리 ‘하나’는 가까이서 보니 다른 독수리와 달리 부리가 밑으로 휘어져 있었다. 야생에 있으면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17년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한 뒤 이곳으로 옮겨졌다. 독수리 방사장 앞엔 관람객이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2년 전 강원 철원에서 어미를 잃고 떠돌다 구조된 산양도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산양은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발견 당시 개선충에 감염돼 있었던 산양은 건강을 회복한 뒤 야생동물 방사 훈련장에 살고 있다. 이 밖에 복숭아밭을 떠돌다 구조됐지만 갈 곳이 없어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붉은여우 ‘김서방’, 웅담 채취 목적으로 좁은 철창에 갇혀 살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구조한 사육곰 출신 ‘반이’, ‘달이’, ‘들이’ 등 많은 동물이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청주동물원도 처음부터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건 아니다. 1997년 설립된 이곳은 8만 2,500㎡(약 2만 5,000평) 부지에 130여 종의 동물이 모여 살 만큼 환경이 열악하던 시절도 있었다(현재는 69종 379마리가 산다). 호랑이, 늑대, 하이에나 같은 맹수들마저 좁은 방사장에 한두 마리씩 갇혀 살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한자리에서만 빙빙 도는 등의 정형행동을 보였고 콘크리트 바닥에 살며 관절염에 걸리기도 했다. “동물은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게 본능이기 때문에 죽고 나서야 질병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사체를 부검해 보니 질병에 걸리고 부상에 시달려 온 동물이 많았죠. 동물은 생존이 치열한 야생에서보다 동물원 안에서 수명이 더 길어야 하는 게 상식적인데,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하면 이 안에서 고통만 받다 짧게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적어도 본래 습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호 팀장의 말이다. 2001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해 온 그는 청주동물원의 변화를 이끈 주역이다. 청주동물원은 2018년 환경부, 녹색연합과 함께 반이, 달이, 들이를 구조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동물원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곰 방사장은 기존 콘크리트 바닥을 해체한 뒤 흙으로 덮고 쉼터와 놀이터를 조성했다. 김 팀장은 “과거 곰 방사장은 곰의 생태는 고려하지 않은 그저 ‘똥 치우기 좋은’ 구조였다”고 했다. 다닥다닥 붙어 있던 늑대 방사장은 벽을 허물어 기존보다 네 배 더 넓혔고, 공간 확장이 불가능한 스라소니 방사장은 떨어져 있는 두 개 공간을 하늘터널로 잇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활동 공간을 만들었다. 과거 360도로 관람이 가능했던 야생조류 방사장은 사람의 출입을 막은 대신 멀리서 망원경으로 보도록 했다. 이 덕분에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관람객은 비무장지대(DMZ)에나 있는 두루미를 비롯해 흑고니, 해오라기 등 희귀 조류들이 드넓은 방사장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청주동물원이 지향하는 동물원의 모습은 ‘동물의 본래 습성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에겐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이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방사장에 나오도록 행동을 통제하지 않는 탓이다. 일례로 ‘명암’, ‘무심’, ‘미호’ 등 수달 가족의 집 앞에는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안내문을 놔뒀다. 수달의 기상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전까지는 누구도 수달의 단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후 동물원들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일부 동물원의 열악한 처우가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모든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김 팀장의 의견은 다르다. 12월부터 동물원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면 당장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동물원은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위해서도 이미 만들어진 동물원은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야생동물 보전과 기후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동물원이 허가제로 바뀌면 실내 동물원부터 타격을 입을 거예요. 거기서 쏟아지는 동물을 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공영동물원의 역할이 커지겠죠. 동물들이 어떻게 동물원까지 오게 됐는지,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면 야생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의 장으로 동물원을 활용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윤리적인 측면만 강조해서도 안 돼요.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도 존중해야죠. 그러려면 동물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재미도 있어야 합니다. 동물이 지루함을 덜 수 있는 해먹 등 행동풍부화 놀잇감을 만드는 가족 프로그램은 특히 인기가 좋았습니다. 관람객이 죄책감을 가지고 동물원 밖을 나서지 않길 바랍니다.” 정책주간지 모두의 여행 대통령의 섬에서 국민의 섬으로 - 대통령들의 휴가지, 저도를 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일부터 6박 7일간 여름휴가를 떠났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경남 거제시 저도에 머물며 진해 해군기지와 거제 고현시장 등을 찾았다. 윤 대통령의 휴가지인 저도는 행정구역상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속한 면적 43만여㎡의 작은 섬이다. 남이섬과 비슷한 크기다. 거제도에서 직선거리로 1.3km, 부산 가덕도에서는 5.5km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이 섬을 가로지른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낸 곳으로 ‘대통령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대통령들은 왜 저도로 여름휴가를 갈까? 저도는 1972년 청해대로 지정됐다.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이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으나 2019년 9월, 47년 만에 일반에 개방됐다. 이제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섬이다. 저도는 섬 전체에 해송과 동백이 자생하고 기암괴석과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 궁농항에서 유람선을 타면 20분 만에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 닿는다. - 때 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 속으로 부두에 내리면 가장 먼저 도로변에 설치된 대통령 기념공간인 ‘역대 대통령을 만나는 곳 저도’가 눈에 들어온다. 역대 대통령 사진과 함께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저도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대통령 별장일 것이다. 저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저도라고 불린다. 청해대는 풍수지리상 ‘돼지의 눈’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내부 관람은 할 수 없다. 그저 대통령이 복잡하고 무거운 현안으로 가득한 집무실에서 벗어나 잠시 쉴 수 있는 곳이자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는 공간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대통령 별장 앞에는 200m 길이의 인공 해변이 있다. 원래는 몽돌로 가득한 해변이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해대를 지으면서 섬진강에서 모래를 실어와 조성한 인공 백사장이다. 작은 해변이지만 푸른 바다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저도의 진가는 손때 묻지 않는 숲속 산책로에서 드러난다. 저도 둘레에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동백림과 해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다. 산책로에서 마주친 곰솔나무에선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수령 400년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다. 두 팔을 한껏 뻗어도 나무의 반에 못 미친다. 소나무와 편백, 팽나무, 삼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인 숲에서 피톤치드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산책로 곳곳에선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저도는 부산과 거제도 사이에 위치해 예로부터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일제는 1920년대 이곳에 군사기지를 짓고, 살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제2전망대와 제1전망대에는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제1전망대에는 벽돌로 쌓아 만든 탄약고가,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 사이에는 일본군 막사 건물과 우물이 남아 있다. 제1전망대에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한 옥포해전, 그 역사의 현장이 내려다보인다. 거가대교와 시원한 바다 전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산책로 마지막 구간에 이르면 연리지 나무가 있는 넓은 잔디밭이 나온다. 기존의 9홀 규모의 골프장을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잘 관리된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을 땐 눈부신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통령 별장을 지나 인공으로 만든 조그마한 해수욕장까지 저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하다. - 대통령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 저도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4년 여름 휴양지로 선택하면서 대통령의 대표적 여름 휴가지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저도를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일반인 거주와 방문이 불가능해졌고 어로 행위도 전면 제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저도를 ‘바다의 청와대’라는 의미에서 청해대라고 이름을 붙이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며 수영과 사격, 테니스 등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환·노태우·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름 휴가철 저도를 방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저도를 찾아 바닷가에 쓴 ‘저도의 추억’이란 글씨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에 쓴 시 제목이다. 매년 함께 저도를 찾았으나 한 해 전 세상을 떠나 함께 오지 못한 육영수 여사를 그리는 내용을 담은 시다. 2004년 저도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20여 일 앞둔 2008년 2월 다시 섬을 찾았다. 같은 해 7월 저도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현대건설 과장 시절에 청해대 건물을 지었다며 “내가 이곳을 쓸 줄 알았다면 더 잘 지을 걸 그랬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섬인 저도가 일반에 개방된 건 2019년에 이르러서다. 저도가 속한 장목면 주민들은 30년 전부터 ‘저도 반환’ 운동을 벌여왔다. 장목면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취임하자마자 청해대를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했다. 하지만 관리권은 여전히 국방부가 보유했고 이후에도 대통령들의 휴가지로 이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에게 저도를 반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17일 일반 탐방객을 실은 첫 유람선이 저도에 입항했다. 저도로 가는 유람선은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운항한다. 궁농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거가대교 3주탑을 지나 저도로 갔다가 거가대교 2주탑과 중죽도·대죽도를 지나 궁농항으로 돌아온다. 거가대교와 남해 관광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일대 해역에서 상괭이 떼를 만날 수도 있다. 정책주간지 마음 건강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나더라도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누구나 달콤한 와인은 거절하지 않는 법. 인생의 쓴맛은 너 혼자 마셔야 한다. 즐거움의 복도는 널찍해서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 우리는 모두 한 줄로 지나가야 한다.’ 미국의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의 ‘고독’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누군가 어두운 실패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잠시 상대를 위한 짧은 위로와 동정은 할 수 있지만 곁에 두고 오랫동안 슬픔의 짐을 함께 나누기는 힘들다. 오히려 상대의 실패와 불행이 나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경계하며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대가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면 성공의 후광이 자신에게도 비추기를 원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윌콕스의 ‘고독’은 이용 가치에 따라 상대를 다르게 대하는 기회주의적인 관계의 쓸쓸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상대를 그렇게 대한다면 상대 역시 나를 같은 식으로 대할 것이다. 쓸모없어지는 순간 내쳐질 걸 안다면 깊은 속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깊이 다가가지 못해 겉도는 관계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윌콕스의 시를 읽으며 스치듯 지나갔던 고독한 관계가 떠올랐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은 첫 책의 인연으로 알게 된 A 씨였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초청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낯선 사람들과 식사 자리가 빈번해진다. A 씨는 지방의 한 강연에서 알게 된 사업가였다. 마음이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자주 연락해 왔다. A 씨의 친화력 때문인지 친한 사이가 됐다. A 씨는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나를 소개했고 회사 홍보물에 들어갈 글을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빛나는 시간이 지나자 A 씨는 가장 먼저 곁을 떠났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관계란 상대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기애’에 불과한 것이라는 회의가 든다. 그래서 타인과 관계가 깊어질수록 고독하고 쓸쓸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쓸모를 추구하는 마음은 쓸모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박한 삶을 알게 해준다. 기회주의자의 마음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본능을 깨우쳐 준다. 이런 앎이 있을 때 타인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를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A 씨 역시 성취의 기쁨에 공감해주던 좋은 친구였다. 그리고 혼자 있어야 할 때 혼자 있게 해준, 그때의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마음에 대한 공감이 있을 때 이기적인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긴다. 윌콕스의 시를 다시 읽으며 나라면 고독을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웃어라, 온 세상이 나와 함께 웃어서 행복할 것이다. 울어라, 마음껏 혼자 우는 만큼 삶은 깊어질 것이다.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 달콤한 와인은 함께 마실 수 있어 즐겁고 혼자 맛봐야 하는 인생의 쓴맛은 나만의 것이어서 소중하다. 널찍한 즐거움의 복도는 길고 화려한 행렬을 들일 수 있어, 아름답고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한 줄로 지나야 해서 애틋하다.’ 신기율 칼럼니스트(마인드풀링 대표) 정책주간지 BF 문화 한걸음 성공의 법칙 ○ 도둑들 한 팀으로 활동 중인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습니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면서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꿉니다. 이들은 홍콩에서 중국 도둑 첸, 앤드류, 쥴리, 조니를 만나고, 팽팽하게 흐르는 긴장감 속에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로 합니다. 어딘가 비밀스런 마카오박과 그런 마카오박의 뒤를 노리는 뽀빠이, 마카오박에게 배신당한 과거가 있는 팹시와 팀보다 개인의 이득을 중시하는 예니콜, 한국 도둑을 믿지 않는 중국 도둑…. 서로 다른 목적과 마음을 가진 10인의 도둑들은 서서히 자신만의 플랜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이 탄탄하고 캐릭터가 생생한 데다 “너 도둑이 왜 가난한 줄 아니? 비싼 거 훔쳐서 싸게 팔잖아.”처럼 촌철살인의 대사가 곳곳에 있어요. 최동훈 감독은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를 잇는 범죄 3부작을 완성하고자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누적 관객 수 1,298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정보 - 2012/한국/극영화/장편/135분/15세이상관람가 - 감독: 최동훈 - 출연: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 배리어프리 영화 공동체 상영 이용 방법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누리집(barrierfreefilms.or.kr) 접속 후 바로 신청하거나 신청서를 내려받은 뒤 이메일로 신청 - 문의: 02-6238-3200, barrierfreefilms@gmail.com ○ 미셸처럼 공부하고 오바마처럼 도전하라 이 책은 가난과 흑인이라는 편견을 딛고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자리에 오른 오바마 부부의 인간 승리 기록을 담았습니다. 2009년 1월,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흑백 혼혈아라고 놀림받던 한 소년과 끔찍이도 가난했던 한 소녀가 온갖 시련을 딛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부부가 될 수 있었던 성공 습관은 무엇일까요? 버락 오바마는 흑백 혼혈아라는 편견, 아버지의 부재 등으로 청소년기에 혹독한 방황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가정 환경을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Yes we can!’이라는 그의 선거 구호처럼 긍정적인 생각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냈다고 합니다. 미국 최초 흑인 퍼스트레이디가 된 미셸 오바마는 ‘흑인, 여성, 가난’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프린스턴대학을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바로 하버드대 로스쿨로 진학하여 변호사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외로움은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 성공하는 사람은 그 외로운 시간을 자신과 데이트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감정이입,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 역경에 맞서는 인내가 리더의 조건이다.” 역경 속에서도 떳떳함을 잃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걷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글로벌 무대에서 꿈을 펼치려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줍니다. 정보 - 2009/글: 김태광/발행처: 흐름출판 - 소장기관: 강원점자도서관(점자자료), 마포점자도서관(휴먼음성자료), 빛들 전라북도점자도서관(점자자료), 강서점자도서관(점자자료), 대전점자도서관(휴먼음성자료), 송암점자도서관(휴먼음성자료), 서울점자도서관(DAISY자료) ○ 평범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 100인이 공개하는 성공 비결이 든 책입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보브 돌 전 미국 상원의원, 리처드 게파트 전 미국 하원의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CEO 짐 파커, 호텔 체인업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회장 겸 CEO 빌 메리어트 그리고 의료계와 군부의 주요 인물, 그래미상과 에미상을 수상한 연예계 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높은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지금 손에 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을 뿐이었지요. 또한 과거의 잘못이나 실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려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성공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 실패를 불러온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 - 2000/글: 토마스 A. 슈웨이크/발행처: 위즈덤하우스 - 소장기관: 서울점자도서관(DAISY자료),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휴먼음성자료), 대전점자도서관(휴먼음성자료), 빛들 전라북도점자도서관(휴먼음성자료) * 도서관 이용 방법 - 이용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토·일요일 및 국가공휴일 휴관) - 도서관에 방문하여 원하는 자료를 열람하거나, 도서관에 자료를 신청하면 우편으로 발송 - 문의: 033-262-1920(강원점자도서관), 02-338-0180(마포점자도서관), 063-288-0046(빛들 전라북도점자도서관), 0507-1439-2280(강서점자도서관), 042-252-0055(대전점자도서관), 032-876-3504(송암점자도서관), 02-935-9696(서울점자도서관), 063-288-9083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생활과 건강 어깨 통증의 다양한 원인 스포츠 여가 활동이 많아지면서 어깨 통증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대다수 환자들은 주변의 비슷한 증상을 지닌 사람이나 처음 접한 기사를 보고 스스로 진단한다. 그러나 초기 진단을 잘못하면 증상이 악화되어 오랜 기간 동안 고통받을 수도 있다. 어깨 통증은 중년부터 늘어나는데 어깨 통증을 단순한 오십견으로 판단,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반대로 오십견을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고 치료비를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회전근개 질환, 유착성 피막염, 석회성 건염이 가장 흔한 질환이고, 기타 다른 질환도 어깨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경추의 디스크 질환 또한 어깨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환자들이 말하는 어깨의 범위는 목 뒤부터 상완부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러므로 통증이 있다는 표현만 듣고는 확진할 수 없다. 통증 부위를 세밀히 관찰해야 증상 위치에 따라 감별이 가능하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 힘줄이 파열되는 것이다. 만성적인 어깨 사용에 따른 퇴행성 파열이 가장 큰 원인인데, 운동을 많이 하거나 노동을 하는 경우 그 빈도가 증가한다. 갑작스러운 외상으로도 회전근개가 파열될 수 있다. 파열 정도가 작을 때는 근력이 약화되지 않지만 파열 정도가 클 경우는 근력이 저하되거나 능동 운동 범위가 감소한다. 파열 부위를 누르면 압통이 있다. 오십견은 관절막에 발생한 염증과 이에 따른 관절막의 섬유화 때문에 운동 범위가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동 운동 범위를 살펴야 하는데, 수동 운동 범위의 감소는 힘을 주지 않고 어깨 운동을 할 때 가동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만히 있을 때에는 통증이 없으나 관절 운동 범위가 빠르게 증가하는 동작을 할 때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옷을 벗거나 물건을 잡으려고 팔을 뻗을 때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오십견은 대개 관절 부위의 압통이 없다. 관절막이 깊이 위치하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석회성 건염은 회전근개 내부의 혈액순환이 저하되는 부분에 분필가루나 치약 같은 물질이 침착되는 것이다.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기도 하고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어깨 부위에 염증 소견이 동반되면 어떤 질환이든 통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통증의 유무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렵다. 우선 압통이 있는 부위가 등 쪽이거나 경추 주위에 있다면 회전근개 파열이나 오십견의 가능성은 낮다. 대개 근막 동통 증후군이나 섬유근통인 경우에 견갑골 주위의 통증이 많다. 오십견은 능동 및 수동 운동 범위가 모두 감소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만일 능동 운동 범위만 감소해 있다면 회전근개 파열이 큰 경우이거나 신경마비를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질환이든 통증이 심하고 관절막의 염증이 동반되면 운동 범위가 감소하므로 증상이 비슷하다. 그러므로 어깨를 전공한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디스크 질환이나 경추 신경 질환에서도 어깨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마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경추 병변에서 오는 마비는 통증이 있고 근력이 저하되면서 능동 운동 범위가 감소한다. 한편 회전근개 파열은 3~4cm 이상 파열이 되어도 능동 범위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석회성 건염, 회전근개 파열은 초음파 검사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수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인 경우 자기공명검사가 필요하다. 오십견은 스스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참고 지내다 보면 낫는다는 속설도 일부는 맞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에서 많게는 2~3년 동안 통증이 지속될 수 있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스트레칭 운동과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 및 주사 치료가 도움이 된다. 오래 방치할 경우 오래 고통받거나 관절 운동 범위가 감소될 수 있다. 스트레칭은 여러 방향으로 해야 하는데, 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 주사 및 약물을 사용하여 통증을 경감시켜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의 경우 파열이 점차 커지거나 통증이 재발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는다. 석회성 건염은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소염제 복용과 스트레칭 운동을 지속한다면 자연적으로도 치유될 수 있다. 석회가 없어지지 않고 통증을 재발시킨다면 주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체외 충격파를 시행할 수 있으며 여러 치료에도 석회가 점차 커지고 통증이 심해지면 관절경적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수술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봉근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세대 공감 K-Pop 복고, 익숙함의 미학 우리는 시간이 주는 유한함에 대해 아쉬움을 안고 산다. ‘터미네이터’나 ‘백투더퓨처’ 등 타임패트롤과 관련된 영화, 시간여행에 대한 영화가 사랑받는 것도 이러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서일 것이다. 아쉬움과 고민을 녹인 문화가 바로 복고이다. 복고가 시간여행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집단 지성이 만들어 낸 문화에는 최신의 흐름, 즉 트렌드가 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트렌드를 점차 받아들이고, 세세한 부분은 예술가, 지성인들에 의해서 퇴고된다. 약 300년 전인 1750년, 사교적이면서도 퇴폐적인 왈츠가 유행했다. 3박자 춤 벨러(Weller)가 왈츠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왈츠는 남녀가 서로의 몸을 맞대고 추는 춤이라는 이유로 외설스럽다고 소문이 났다. 현재도 그러한가? 아니다. 예술 혹은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대회가 열리는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고 양식 또한 개량됐다.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시대 때 처음 한글로 된 가사를 읊는 것은 수준 낮고 저질스럽다고 인식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는 순수한글 문학으로 기록됐고, 다양한 미디어로 만들어졌다. 판소리도 서남 지방에서 주로 굿을 하며 읊조리는 소리가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판소리 가사 중 공감 가는 내용이 있었고, 읊조리는 소리를 흉내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개량이 됐고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보는 의견이다. 판소리의 ‘판’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 ‘소리’는 장소에서 냈던 읊조리는 소리를 칭한다. 이쯤에서 대중음악의 기원도 생각해 보자.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녹음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록이 생겼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최초의 대중가요를 1921년 발표된 ‘희망가’로 꼽는 부류가 있고, 1925년 발표된 ‘사의 찬미’를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 부류가 있다. 기록이 생긴 후로 여러 음악을 듣게 됐고, 어느 시점에서 한국이 선두에 서기도 했다. 음악의 발전은 라면의 발전과도 일맥상통한다. 라면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올 당시 모양이 혐오스러워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부가 혼·분식 장려 운동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현재는 라면을 소울푸드로 꼽는 사람이 상당하다. 또한 닭고기라면, 소고기라면, 돼지고기라면, 카레라면, 만두라면, 마라탕라면 등 다양한 변화로 발전 중이다. 음악도 그렇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각자가 잘 아는 음악을 시도했다. 지금은 동시대 다른 지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접하는 건 물론, 과거 음악까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풍부한 정보 유동화의 시대가 되면서 문화와 재능은 흘러넘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되레 유행이라는 것을 쉽게 감지하게 어렵게 됐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복고라는 미명 하에 과거의 것을 다시금 활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전에 제작자와 창작자는 안전함을 찾은 것이다. 복고의 주기는 20년이라고 한다. 물론 불멸의 복고도 존재한다. 성경, 탈무드, 삼국지, 코란 등은 고전이지만 현재에도 아주 활발히 소비되는 것들이다. 어쨌든 20년이라는 세월은 꽤 흥미로운 시기이다. 만일 성년이 되자마자 결혼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나이 차는 20세이다. 자녀를 가졌을 때 음악을 들었다면 그것이 태교가 될 거고, 자녀도 그 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부모 세대와 자녀가 공감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그 예로 2000년 초반 유행하던 드럼 앤드 베이스(DnB)라는 장르는 지금 뉴진스가 뉴트로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유행한 아이돌의 복장을 한 채로 말이다. NCT가 HOT의 ‘캔디’를 리메이크했고, 산다라박이 1999년 발표된 엄정화의 ‘페스티벌’을 리메이크했다. 과거 대중에게 사랑받던 음악을 가져와 성공 공식을 적용하고 성공 확률을 높인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나오는 새로운 음악이 있다면 20년 후에는 또다시 복고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임채섭(작곡가) 살며 생각하며 위대한 손 성스러운 손 - 시 ‘변소 푸는 날’을 중심으로 <변소 푸는 날> 주인 할머니가 변소를 쳐내 나는 막걸리를 받아 왔다 막걸리 냈다고 할머니는 세곡리 잔칫집에서 얻어 온 돼지 혓바닥 삶았다 김이 설설 오르는데 먼저 알고 달려드는 파리 탁 때려잡고 설죽은 건 엄지로 꾹 눌러 비빈 뒤 그 손으로 고기 한 점 소금 찍어 주신다 이쪽 요만큼은 간인디 돼지 간이라도 뜨거울 땐 먹을만햐 밥 푸는 것처럼 변소 밑바닥까지 휘저어 채소밭 골고루 거름 얹고 담배 한 대 피워 물면 그만 똥이나 파리나 당신 손에선 더러울 것 없어 그 손 알아보는지 푸성귀도 짐승들도 뽀얀 살이 오른다 - 최은숙, ‘변소 푸는 날’ 전문 모든 소생은 버려지는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이치이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모두가 돌아갔다가 돌아오는 소생의 연속이다. 이 순간에도 돌아온 것들은 또 버려지고 어디론가 돌아간다. 그러므로 정해 놓은 것이나 정해야 할 것도 반드시 제자리인 것이 없다. 쉬운 말로 하자면,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돌지 못하는 것들은 누군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이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가장 건강한 만물의 이치가 똑바로 서게 되고 모든 생명이 생태적 삶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위 시를 찬찬히 읽어보자. 인간이 배설한 배설물이 자연을 살찌우고 자연은 다시 수확물을 통해 인간을 살려 놓는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곳이 ‘푸성귀도 짐승들도 / 뽀얀 살이 오른다’라는 두 행이다. 그렇다. 할머니가 키워낸 짐승들과 푸성귀가 인간들을 살찌운다. 생명이 다른 생명을 키우는 것이다. 시에 등장하지 않은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생명을 위해 고기나 가죽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다른 푸성귀들도 그러하다. 다양한 생명들을 위해 참살이를 제공해 준다. 모든 동식물의 죽음이 그러하듯 공기와 햇볕도 다시 생을 이어준다. 이를 통칭하여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하고 과학에서는 원자의 재구성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은 끝내는 썩고 만다. 여기서 썩는다는 의미는 죽음이고 몸의 생명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윤회의 작은 단계 또는 부분적 원자의 재구성 단계라 할 수 있다. 인간들은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오면서 배설물을 식물들에 거름으로 제공해 왔다. 비단 인간의 배설물뿐만이 아니다. 썩는 모든 것이 거름이 되었다. 우리가 바라본 모든 새싹은 세상에 와서 돌아가는 거름이 키운 결과이다. 그러므로 돌아간 것들이 돌아와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한 메타포(숨겨서 비유하는 은유법)가 새싹이다. 그리하여 자연 속에 숨 쉬는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된 인드라망(부처가 세상 곳곳에 머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즉, 동물이든 식물이든 혼자서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죽음은 생명을 가진 누구나 피할 수 없다. 그것이 명백한 진실이다. 그러나 죽음은 끝이 아니다. 생명 순환의 언어이다. 그래서 위 시에 거론한 똥냄새처럼 지상의 것들이 악취를 풍기며 썩는다는 것은 슬픔이나 공포가 아니다. 오히려 참 고맙고도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썩지 않는 것이 많아 참 심각하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이 아닌 것들이 생태 파괴의 주범들이다. 지구를 아프게 한다. 후손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시의 풍광은 자연 그 자체다. 자연과 자연을 연결하는 고리로 할머니의 삶이 있다. 할머니는 한 손으로 파리도 잡고, 돼지 간을 집어 주고, 똥도 푼다. 이 시점에서 돌아보자. 우리는 마치 자신이 가장 깨끗한 것처럼 생각하며 살지는 않았는가? 자신이 배설한 배설물에 코를 틀어쥐고 여전히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닌가? 비록 은유적 질문이기는 하지만 대답이 떳떳하지 못하다면 자연적 삶과는 먼 삶이다. 우리는 파릇파릇한 참살이를 실천하자면서 자연은 왜 훼손하는가? 자연과 자연이 노래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높은데 왜 행동은 하지 않는가? 다시금 읽어보자. 할머니는 변소마저도 밥 푸듯이 휘휘 저어 밑바닥까지 긁어 자연을 살찌운다. 그야말로 할머니의 삶이 경이롭다. 이 시가 정말 좋은 시이고 메시지가 강력한 것은 자연을 살찌운다는 할머니의 모습이 물질적 소유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할머니는 그저 세곡리 잔칫집에서 돼지고기 몇 덩어리 담은 비닐봉지를 허리춤에 매달고 꼬부랑 걸음으로 집을 향했을 것이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변소에 가득한 똥으로 텃밭에 덜 자란 어린 푸성귀에 거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이 할머니가 살아가는 일상이자 삶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할머니의 손은 성스럽다. 그야말로 위대하다”라고. 손병걸(시인) 문화재 이야기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 주상절리는 화산활동 중 지하에 남아 있는 마그마가 식는 과정에서 수축되고 규칙적으로 갈라져 형성되는 화산암 기둥이 무리 지어 있는 지질구조이다. 섬 전체가 하나의 주상절리로 된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 연일층군(주로 해양 퇴적암으로 구성) 내부에 소규모로 분포해 있다. 포항 오도리 주상절리는 작은 수로들에 의해 최소 3~4개 정도의 작은 섬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섬들에 발달하는 주상절리들은 내부의 불연속면(단절 또는 서로 잘림)이 없는 점, 주상절리의 방향과 모양이 서로 연결되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적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동쪽 부분(바다 방향)은 편평한 면에서 다각형(두께 10~50cm)을 잘 관찰할 수 있고, 서쪽(해수욕장 방향) 부분의 주상절리는 수평 또는 저각도(10~45도)로 위로 서 있는 육각기둥이 겹쳐서 발달한 모습이 관찰된다. 동쪽 부분은 해식작용이 활발하여 주상절리의 냉각면이 노출돼 있으나, 서쪽 부분은 해식작용이 약해 냉각절리면이 노출돼 있다. 오도리 주상절리는 바닷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곳으로, 학술적·교육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