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83호 2023. 1 발행처: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박보균 발행일: 2023. 1.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4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 씨 4 알짬 정보: 국세청, 52종 연말정산 자료 전자점자 서비스 제공 외 16 공감 정책: 마음건강 지킴이 우리를 찾아주세요! 26 특별 인터뷰: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인터뷰 35 공감 현장: 보라매안전체험관을 가다 45 BF 문화 한걸음: 성장의 아름다움 59 생활과 건강: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68 세대 공감 K-Pop: 새로운 음악의 흐름 ‘하이퍼팝(Hyper Pop)’ 78 살며 생각하며: 완전한 아침 85 문화재 이야기: 경주 옥산서원 무변루 94 사람의 향기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 씨 - “평범하고도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 싶어요” 프랑스의 행동주의 작가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말했다. 이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 영화감독 노동주 씨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해 중도 시각장애인이 되었으나 영화감독의 꿈을 놓지 않았고, 2008년 광주인권영상공모전에서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로 우수상을 받으며 감독으로의 첫발을 뗐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동주 감독의 삶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감독 노동주’가 개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영화감독이자 문화콘텐츠 회사 허니펀치프로젝트 부대표로 활동 중인 노동주입니다. 제작비 마련을 위해 자택 출장 안마사, 복지관 영어 강사,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및 인권 강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장애인 고용 현실을 반영한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를 시작으로 시각장애 여고생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한나의 하루’,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와 지적장애인들의 풋살 활동을 그린 ‘6명의 슈퍼맨’ 등을 제작했습니다. 현재는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Q.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감독 노동주’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A. 데뷔작 ‘당신이 고용주라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시겠습니까?’를 인상 깊게 보았다며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주인공이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장애인 인식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가 영화감독으로서 걸어온 여정과 단편영화 ‘그냥 걸었어’의 촬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임찬익 감독님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상당히 즐거웠어요. 자연스러운 연출 스타일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요. 영화를 매개로 비장애인들과 상생하는 저의 일상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영화감독이 된 과정을 들려주십시오. A.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영화광이셨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영화를 접했고 자연스레 “나도 저런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요. 하지만 제작비가 많이 드니,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을 갖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사물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이더니 의식을 잃었어요. 시각을 포함한 중추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지요. 2년여의 치료 끝에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되어 검정고시를 거쳐 조선대학교 환경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잔존 시력이 있었기에 연극 동아리, 스킨스쿠버 동아리 등에 적극 참여했죠. 돌이켜 생각하면 ‘시각장애 때문에 움츠리고 싶지는 않다’는 오기가 발동한 것 같아요. 여느 대학생처럼 자격증을 많이 따고 높은 토익 점수도 획득하고, 장학생에도 선정될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드니 위축될 수밖에 없더군요. 면접은커녕 이력서를 넣는 족족 고배를 마셨거든요. 더욱이 잔존 시력마저 감퇴해 명암만 분간할 정도가 되니 무력감이 커졌어요. “장애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는 어머니의 다독임이 없었다면 마음잡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각장애 적응 및 안마사 자격 취득을 위해 특수학교인 광주 세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영화감독의 꿈도 조금씩 멀어지는 듯했죠. Q. 하지만 꿈을 꿈으로만 묻어두지 않기로 결심하셨군요. A. 맞습니다. 영화감독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건 광주 세광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예요. 어느 날 친구들에게 꿈을 물어보았더니, 성우, 소설가, 교사, 요리사, 엔지니어, 가수 등 다양한 꿈을 말하더군요. 그때 ‘꿈 꾸는 것에는 시각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하고 고용이 안정적인 직업은 안마사였지만요. 물론 안마사도 좋은 직업입니다. 다만 본래 가지고 있는 꿈을 포기하게 되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양한 매체 중 영상을 택한 것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시각장애인이 가장 시각적인 매체에 도전한다는 것, 불가능할 것 같은 꿈으로의 도전이 서로 교집합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 길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아가 영상 제작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센터에서는 열정만 앞선 초보 감독 지망생에게 촬영 장비와 기술 노하우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었어요. Q. 영화감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장면을 찍더라도 어떤 구도와 어떤 순서로 화면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저는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면서 머릿속으로 시각화하는데, 막상 촬영이나 편집에 들어가면 화면 전개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소통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특정 장면에 대한 느낌, 연출 방향 등 세부적인 콘티를 설명한 뒤 촬영감독과 함께 영상으로 담아내요. 스태프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촬영 영상을 확인하고 재촬영 여부를 검토하지요. 촬영보다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더 많이 듭니다. 단편영화의 경우 보통 두세 달이면 제작이 끝나는데, 저는 조금 더 걸려요. 다른 사람보다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거죠. 영화란 본래 공동의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극대화한 기법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에요. Q.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A. 기획한 부분을 다 구현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겠지요. ‘영화감독 노동주’를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그냥 걸었어’를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제작사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로맨스나 서스펜스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은데, 제작비 확보가 어려워 주춤하고 있어요. 좋은 인연을 만나 영화의 지평을 넓히고 싶습니다. Q.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제 영화가 ‘장애인을 주역으로 주제 의식을 살렸다’는 평가를 주로 받지만, 그보다는 평범한 일상, 평범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담았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단지 그 주인공이 장애인일 뿐인 거죠. 특별한 성과를 낸 장애인, 안타까움의 대상이 되는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장애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저는 앞으로도 그런 작품을 찍고 싶고, 영화를 통해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장애 유무를 떠나 사랑하고, 싸우고, 꿈을 꾸는 사람이고 이웃이니까요. 이와 더불어 저의 사례가 각자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각장애인에게 격려가 되면 좋겠습니다.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국세청, 52종 연말정산 자료 전자점자 서비스 제공 외 01. 국세청, 52종 연말정산 자료 전자점자 서비스 제공 국세청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장애인 홈택스 활용 편의성 제고를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긴밀한 소통·협력체계 구축 및 장애인 서비스 시행 전 사전 협조이다. 앞으로 장애인단체는 전국 장애인 회원단체로부터 홈택스 이용, 세금신고, 민원증명 등과 관련한 불편·건의 사항을 수시로 파악해 국세청에 전달하게 된다. 또한 국세청이 장애인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 서비스 개통 전에 장애인단체에서 미리 사용해 보고 보완하도록 해 서비스 실효성과 편의성을 높이게 됐다. 현재 국세청은 홈택스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설명 서비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및 수어, 색맹인을 위한 색 배제 콘텐츠, 저시력자를 위한 1.5배 확대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점자 서비스를 시작했고, 52종의 연말정산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자료와 27종의 민원증명을 전자점자로 제공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상당한 편의와 기회를 주는 반면, 그 이면에서 디지털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분들의 불편과 소외감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할 수 있다”며 “서비스를 개발할 때부터 디지털취약계층을 고려하고, 그분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알려드리고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문의 126 02. 시각장애인 위한 무인정보단말기 음성 안내 의무화 앞으로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면 점형 블록 설치, 음성 안내 제공이 의무화된다. 이는 1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것으로, 사업자는 무인정보단말기와 모바일앱 등을 운영·배포할 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사용 중 오류가 발생하거나 문의 사항이 있을 때를 대비해 수어, 문자, 음성 등 운영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중계 수단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해서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고 발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현장 상황과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4년 1월 28일부터 공공·교육·의료·금융기관, 이동·교통시설에 먼저 적용하며, 2024년 7월 28일부터는 문화·예술사업자, 복지시설, 상시 100인 이상 사업주에 적용한다. 2025년 1월 28일부터는 관광사업자, 체육시설, 상시 100인 미만 사업주에도 적용한다. 문의 129 03. 경기도, 직업 훈련 장애인에게 ‘기회 수당’ 지급 경기도가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내 훈련 장애인의 처우 개선과 자립 기반 지원을 위해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기회 수당을 지급한다. 기회 수당은 경기지역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훈련 장애인 중 1개월 이상, 하루 4시간 직업 훈련을 받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1인당 월 16만 원을 지급하며, 세부 지급 항목은 훈련 수당 5만 원, 교통 수당 5만 원, 급식 수당 6만 원이다.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에서는 생산품 판매 수익금으로 훈련 장애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나 금액이 적은 데다 그마저 일부 시설에서만 지급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직업 훈련 장애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 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회 수당을 통해 장애인들이 더 나은 고용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역량과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장애인들의 자립 역량 강화 지원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의 031-120 04. 부산시, 치매 노인 가족 정보 담은 NFC 안심 신발 개발 부산시가 부산경찰청, (주)트렉스타와 ‘NFC 안심 신발’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FC 안심 신발은 10cm 이내 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인 NFC 태그가 내장된 신발이다. 이번 협약은 치매 노인이 외출할 때 반드시 착용하는 신발에 가족 연락처 등의 정보를 담아, 치매 노인의 신발이 보호자 인계를 위한 매개체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일선 현장의 의견으로 추진되었다. 그간 치매 노인이 발견되더라도 보호자 연락처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등록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 인계에 애로가 있었다. 부산시는 2025년까지 연간 300명의 치매 노인을 발굴해 우선 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신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의 051-120 05.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장애인 오케스트라단 창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KTL)이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 문화 조성을 위해 장애인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이번에 창단한 장애인 오케스트라단은 문화·예술 연주회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와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적 소양 함양과 장애인 인식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KTL은 앞으로도 장애인 인식과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KTL 관계자는 “장애인 예술 활동이 단순 취미나 복지가 아닌 예술 자체의 인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80-808-0114 06. 방통위, 공익·장애인복지채널 12개 선정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2024년 공익채널과 장애인복지채널을 선정했다. 공익채널 중 사회복지 분야에는 다문화TV·소상공인방송·육아방송·한국직업방송, 과학·문화 진흥 분야에는 사이언스TV·아리랑TV·토마토클래식, 교육·지역 분야에는 EBS플러스1·EBS플러스2·EBS 잉글리시, MBC 넷이 선정됐다. 장애인복지채널로는 복지TV가 선정됐다. 선정된 채널들의 유효기간은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이다. 문의 02-500-9000 공감 정책 마음건강 지킴이 우리를 찾아주세요! - 트라우마 극복 지원 국가트라우마센터 “이태원 사고 이후 잠도 못 자고 불안하고 일이 손에 안 잡혀요. 우울하다가 슬프고 슬프다가 화나고 감정이 오락가락해요. 그때가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뉴스에서도 이태원 사고 얘기뿐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태원 사고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평소 이태원에 자주 다녔다는 이미나(24) 씨는 사고 전날에도 그곳에 갔었다. 그는 “뉴스와 누리소통망(SNS)에서 본 현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상황이라 당분간 이태원을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인 데다 사고 장면이 방송과 누리소통망 등을 통해 여과 없이 노출된 데 따른 전 국민적 트라우마 회복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전 국민의 트라우마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이태원 사고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 마음속 깊은 상처… “혼자 참지 마세요” 국가트라우마센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경주·포항 지진 등 대형 재난을 거치며 재난 경험자와 국민의 심리지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설립됐다.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난이나 그 밖의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가족, 부상자, 대응 인력 등 재난 경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한다.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 강원지역 산불, 헝가리 유람선 침몰 등 각종 재난 발생 때마다 재난 경험자 심리지원을 전담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권역 트라우마센터(호남·영남·강원·충청),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총괄·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난을 겪은 전 국민이 트라우마 반응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자책하고 괴로워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겪을까 봐 불안해하는 등의 증상을 겪는다면 심리치료를 고려해볼 만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통합심리지원단은 “대형 사고에 노출된 직후 정서적·신체적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잠을 잘 자지 못한다든지 소화가 안 된다든지 무기력하다든지 불안하다든지 사고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든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현재 이태원 사고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재난 이후 마음 안정화기법 정보 및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등 트라우마 정보, 자가진단 서비스 등을 안내하는 심리지원통합플랫폼(www.nct.go.kr/itaewon/mentalSupport.do)을 구축해 안내하고 있다. 권역별 트라우마센터와 거주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1670-9512),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누리콜센터(1577-1366) 등의 연락처 정보뿐만 아니라 전문가 상담 신청도 가능하다.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활용하면 된다. - ‘혹시 스트레스 증상?’… 자가진단 해보세요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신경질적인 과민 반응, 분노, 무기력감, 명확한 이유 없는 울음, 수면장애 등은 재난과 관련한 일반적인 심리 반응이다.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점차 감소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회복 기간에 대한 개인차가 있으므로 주위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반응·감정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트라우마 증상이 의심된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누리집(www.nct.go.kr)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자가진단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질문은 ▲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이 있다 ▲ 그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 ▲ 늘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게 됐다 ▲ 다른 사람, 일상 활동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해 가졌던 느낌이 없어지거나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 ▲ 사건이나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등 5개 문항이다. 대답에 따라 총점 0점에서 5점까지 매겨지는데 3점 이상이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유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누리집에서 ‘마음프로그램’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위기 사건·사고를 경험한 뒤 나타나는 트라우마 반응과 불면증, 애도 반응에 대한 대처와 긴장 완화 방법 등을 배워보는 것도 좋다.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재난을 겪었다면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 ▲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 ▲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여길 것 ▲ 평범한 일상생활을 조금씩 시작할 것 ▲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 것 ▲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 ▲ 사고와 수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되 재난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는 일을 피할 것 등의 지침을 실천하라고 권고했다. 정책주간지 <공감> 특별 인터뷰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인터뷰 - “2가 백신 이상 반응 거의 없어 어르신들 반드시 예방접종해야”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이 우려됨에 따라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방접종 대상은 1차와 2차 기초접종을 완료한 12세 이상 전 국민이다. 2022년 9월 이전 예방접종을 했거나 감염된 사람을 대상으로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A.4와 BA.5를 기반으로 개발된 화이자와 모더나 2가 백신(개량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나도 3차까지 예방접종을 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며 “개량 백신은 4차까지 맞았던 구형 백신과 완전히 달라 현재 우세종인 BA.5 감염을 막아준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기석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예방접종 간격을 3개월로 단축했다. 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야 하나? A. 예방접종 간격을 단축한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주에 대한 분석 결과 4차 접종 7주 후부터 지속적으로 중화항체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겨울철 유행 정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방접종이 코로나19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예방접종 2주 후부터 3~4개월 동안은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만큼 겨울철 재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 추가접종이 꼭 필요하다. 예방접종의 이점은 다 알다시피 중증·사망뿐만 아니라 후유증을 낮춘다는 것이다.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는 감염 횟수가 많아질수록 위험도가 훨씬 올라가는 질환이다. 처음 감염됐을 때보다 세 번째 감염됐을 때 치명률이 네 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 번 안 걸리려면 두 번 안 걸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 자체를 막는 수밖에 없다. Q.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개량 백신만 접종하고 있는데 개량 백신의 이점은? A. 개량 백신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대응해 개발된 2가 백신을 말한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개발된 화이자 BA.1 백신, 화이자 BA.4/5 백신, 모더나 BA.1 백신, 모더나 BA.4/5 백신 등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는 오미크론 아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BA.5 검출률은 80%, BA.5 계열까지 합치면 85%를 차지한다. 개량 백신의 이점은 이렇게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BA.5를 직접 막아준다는 점이다. 다만 젊은 사람들까지 꼭 맞을 필요는 없다. Q. 젊은 사람은 개량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가? A. 기초접종을 했다면 개인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도록 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예방접종 유무를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지 정부가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자체의 위력이 약해졌고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렘데시비르 등의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의사도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고위험군은 반드시 개량 백신을 맞아야 한다. Q. 고위험군은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A.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이들은 고령자, 감염 취약시설 거주자와 종사자 등 크게 두 그룹이다. 60세 이상 모든 국민, 60세 미만이라도 사회경제적 취약자, 시설에서 생활하거나 시설 종사자, 기저질환자,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이 최선이다. 50세 미만의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평소 60세 이상 어르신들과 접촉이 많다면 개량 백신을 맞는 것을 권고한다. Q. 이상 반응 우려 때문에 예방접종을 꺼리는 국민이 있다. A. 델타 변이 이전에 만들어진 구형 백신은 20대 전후 남성들에게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반면 개량 백신은 이상 반응이 거의 없다. 특히 60세 이상 어르신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1억 3000만 번, 전 세계적으로 130억 번 접종됐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중단한 나라는 없다. 그만큼 안전성이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나도 개량 백신을 포함해 다섯 번 맞았다.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을 막아주느냐인데 개량 백신은 이를 감수하고 맞을 가치가 있다. Q. 이상 반응에 대한 보상체계에 대한 불신도 여전한데? A. 보상체계는 점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부작용이 없어야겠지만 나타나더라도 관할 보건소 건강증진과에 접수하면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심의해 보상하고 있다. 예방접종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이 생기더라도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할 것이다. Q. 코로나19 예방접종도 ‘N차 접종’이 아니라 독감 예방접종처럼 주기적으로 해야 하나? A. 그렇다. 코로나19는 독감보다 위험하다. 치명률도 두 배 이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나라 누적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었고 2022년 한 해만 해도 2만 4000명을 넘었다. 이는 2010~2019년 연평균 독감 사망자 210명의 100배를 넘는다. 고위험군 70% 이상이 독감 예방접종을 한 반면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은 이 수치에 못 미친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이제 코로나19 예방접종도 독감처럼 매년 겨울이 되면 해야 하는 계절 예방접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면? A.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해열제로만 버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항바이러스 특효약을 적극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중환자실에 갈 확률을 40% 줄일 수 있다. 고위험군이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갖추고 치료제를 복용한다면 매일 발생하는 50명 안팎 사망자 수의 30% 남짓, 하루 10여 명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정책주간지 <공감> 공감 현장 보라매안전체험관을 가다 - “안전 체험 하니 위기 대응에 자신감 생겼어요” 이태원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재난·재해 상황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는 시민들의 재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종합재난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진, 태풍, 화재 등 자연재해, 인위적인 재난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안전수칙을 배울 수 있는 서울시 보라매안전체험관을 방문했다. “아이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안전교육이 필수적인데 재난 체험을 해보니 진짜 상황처럼 느껴졌어요. 혹시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지난 연말 어느 날 서울시 보라매안전체험관에는 각계각층의 방문객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재난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온 지도교사와 장애인들, 영어 키즈 클럽의 직장인 등 20여 명이었다. 100분이 소요되는 재난 체험 첫 번째 코스는 재난영화 4D 상영관이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한복판에서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끔찍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영상이 상영됐다. 특수 안경을 착용한 관람객들은 영상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특수효과로 인해 의자에 앉아 있는 몸이 위아래로 요동치고 거대한 굉음,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삼풍백화점이 와르르 무너지자 “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유아교육과 관련된 회사에 다닌다는 한 직장인은 “아이들을 관리하기 때문에 비상사태 대응법, 응급처치법 등 안전수칙을 배우기 위해 왔다”면서 “현장에서 아이들 안전관리 시 오늘 배운 내용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제 상황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난 체험 두 번째 코스는 지진 체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가장 강력한 지진은 23명의 부상자와 1118건의 재산 피해를 입힌 2016년 9월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다. 최근에는 10월 29일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으며 지진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규모 7.0의 강진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규모 7.0의 지진은 교량이 뒤틀리고 벽이 파괴되며 사람들이 놀라서 밖으로 뛰어나갈 정도의 강력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지진 체험을 안내한 이성환 소방관은 “집과 회사에서 지진의 흔들림이 느껴질 때는 ‘지진이야!’를 외치고 재빨리 탁자 아래로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고 지진이 멈추면 가스 밸브와 전기를 차단한 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 바닥의 진동이 시작되자 흔들림과 함께 굉음,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면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진이야!”라고 외친 참가자들은 예상보다 격렬한 흔들림에 깜짝 놀라 우왕좌왕했고 탁자 밑으로 빨리 피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진이 잠시 멈추자 참가자들은 건물을 빠져나오기 위해 정전 상태의 좁은 복도를 한 줄로 이동했다. 이날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한쪽 벽이 지진으로 붕괴된 상태에서 왼손으로 불빛 없는 컴컴한 복도의 벽면을 짚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밖으로 탈출하는 체험이 진행됐다. 암흑의 복도를 지나가면서 벽이 추가로 무너지고 땅이 푹 꺼지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참가자들 사이에서 비명이 잇따라 터지기도 했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발밑을 조심하세요”라고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여성 참가자는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장애물이 나오자 긴장하고 당황해 너무 무서웠다”면서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건물 밖으로 무사히 나온 이후에는 여진의 낙하물이 떨어지지 않는 넓은 공터로 이동해 끝까지 신변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 어린이와 장애인에게도 꼭 필요한 체험 재난 체험 세 번째 코스는 태풍 체험이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초속 30m의 강풍을 뚫고 걸어 다니는 체험이었는데 30m의 강풍은 성인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균형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강력한 바람이다. 이성환 소방관은 “태풍은 지진과 달리 예고를 통해 미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처 요령을 알고 있는 게 좋다”며 “태풍이 올 때는 폭우가 퍼붓고 쓰레기 등이 날아다녀 위험하므로 집 안에 있어야 하고 창문이 깨지지 않도록 덜컹거리는 창틀을 흔들리지 않게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체험 프로그램을 찾은 학부모들은 “엄마들 사이에서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입소문이 나서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과 꼭 참여하고 싶어 3개월 전부터 예약해 겨우 올 수 있었다”면서 “막상 경험해보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고 유익한 교육”이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난 체험 네 번째 코스는 교통안전 체험이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버스 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요령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을 태우고 달리던 대형 버스가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어 다행히 자리에서 튕겨나가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최형수 소방관은 “버스 사고가 발생하면 밖으로 탈출해야 하는데 사고 여파로 버스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가 있다. 이때는 차량 내 비치된 비상용 망치로 창문을 깨야 한다”며 “이때 주의할 점은 창문의 중앙이 아닌 모서리 부분을 강하게 내리쳐야 빨리 창문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과 함께 방문한 지도교사는 “장애인의 재난 체험 실습이 필수 교육이기 때문에 매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처음에는 체험을 두려워했는데 반복적으로 오다 보니 익숙해졌다. 이런 체험을 하고 나면 평소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이태원 사고 이후 응급조치 교육 문의 급증 화재 현장에서 대피할 때는 유독가스가 포함된 연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이동해야 한다. 만약 물이 없다면 탄산음료, 커피 등도 위급 시에 수건을 적시는 데 사용이 가능하며 알코올 종류는 피해야 한다. 또한 화재가 난 건물에서 밖으로 이동할 때는 비상 유도등을 따라 이동하며 문을 발견했을 때는 문밖 화재에 대비해 손잡이가 뜨겁지 않은지 확인하고 대피한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이동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불이 있을 때는 옥상으로 가야 하며 옥상에도 불길이 있을 경우 창문과 베란다가 있는 곳에서 옷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다섯 가지 코스의 재난 체험 프로그램이 끝난 후 참가자 중 일부는 심폐소생술 실습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사고 등을 보며 심폐소생술을 꼭 익혀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어 키즈 클럽을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민경민 씨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게 됐다. 특히 심폐소생술의 경우 평소에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자세도 제대로 교정받을 수 있었다”면서 “나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런 교육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위기 상황 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보라매안전체험관 김영도 소방관은 “이태원 사고 이후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전화 문의가 급증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교육의 인원수가 정해져 있어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심폐소생술 온라인 교육을 긴급 편성해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도 심폐소생술을 미리 배워두면 위급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책주간지 <공감> BF 문화 한걸음 성장의 아름다움 ◇ 별의 정원 사춘기 소녀 수하는 어둠을 무서워하고 엄마와도 사이가 좋지 못해 고민입니다. ‘별 볼 일 없는 곳’이라고 여긴 수하리의 외갓집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 수하는 우주의 별이 담긴 ‘어둠의 돌’을 통해 별의 정원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정원사 ‘오무’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주를 구하기 위해 떠납니다. 수하는 모험을 통해 별빛 친구들과 따뜻한 우정을 나누고, 아빠를 잃은 후 관계가 서먹해진 엄마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를 그린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수하와 오무가 만나는 아름다운 빛깔의 별 정원이나 플루토가 만든 환상 속 정원은 SF 영화로서의 발전을 기대하게 하죠. 아울러 태양계의 가장 끝 행성이었지만 현재는 태양계에서 퇴출된 명왕성과 관련된 요소가 자주 등장해 시선을 끕니다. 이 영화는 영양군이 2015년 아시아에서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자 지역특화 콘텐츠인 밤하늘과 별을 개발하고자 만든 ‘별정원사와 플루토’가 원작입니다. 정보 - 2019/한국/애니메이션/장편/75분/전체관람가 - 감독: 원종식 - 목소리 출연: 김연우, 전태열, 신용우 배리어프리버전 - 연출 원종식 - 내레이션: 김보라 - 제작지원: 효성그룹 ◇ 그레타 툰베리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15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변화 법안 마련 촉구를 위해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며 의회 앞에서 홀로 시위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홀로 시위를 벌였지만, 그의 계속된 시위의 진정성을 본 사람들이 점차 참여합니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시위는 점차 북유럽과 서유럽으로 퍼졌고, 결국 700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 시위에 동참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은 단 하나,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를 위기로 보고 우리에게 안전한 미래를 주는 것이에요.” 평범한 10대 소녀가 어른들의 무감각한 환경 의식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에 숙연해집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등을 만나 기후위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유럽 의회 등에서 연설하는 장면에서는 큰 울림을 주지요. 단 한 사람의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그는 분명 시대의 리더입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설레고, 영감을 받으며, 자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니까요. 정보 - 2021/스웨덴/다큐멘터리/장편/102분/전체관람가 - 감독: 나탄 그로스만 - 출연: 그레타 툰베리 배리어프리버전 - 연출: 부지영 - 내레이션: 조현철 - 제작지원: 현대중공업그룹1%나눔재단 ◇ 위 캔 두 댓!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넬로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다 좌천됩니다. 바로 정신질환자가 모여 있는 ‘안티카 협동조합 180’으로 말이죠.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우표 붙이기 등 간단한 일이지만, 그마저도 뒤죽박죽입니다. 이들의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해 넬로는 방안을 고안하고, 마룻바닥 공사 일을 시작합니다. 이들은 성실함과 순수함, 독창적인 재능을 발현해 공사를 완성하고, 넬로는 무기력했던 그들에게 협동조합원의 의무와 권리를 가르치며 자활을 돕습니다. 이 영화는 1981년에 설립한 ‘논 첼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모델로 해서 제작됐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동기부여와 협동조합의 사업 방식, 갈등과 위기 대처 방안 등을 알 수 있지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함께라면 할 수 있다” “정해진 틀에 가두려 하지 말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올지라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자”라고 외쳐봅니다. 정보 - 2008/이탈리아/극영화/장편/110분/15세이상관람가 - 감독: 줄리오 만프레도냐 - 출연: 클라우디오 비시오, 안드레아 보스카 배리어프리버전 - 연출: 정지우 - 목소리 출연: 김성균, 김서형, 최유화, 이수현 - 내레이션: 정경호 ◇ 배리어프리 영화 공동체 상영 이용 방법 -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누리집(barrierfreefilms.or.kr) 접속 후 바로 신청하거나 신청서를 내려받은 뒤 이메일로 신청 - 문의: 02-6238-3200, barrierfreefilms@gmail.com 생활과 건강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누구나 한 번쯤 같이 자는 사람의 코골이 소리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고, 이로 인해 잠을 설친 적이 있을 겁니다. 코골이는 기숙사나 군대 등 단체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합니다. 일반적으로 동물들은 엎드려 자거나 옆으로 자기 때문에 혀나 턱뼈가 뒤로 쳐지는 일이 없으므로 코를 골지 않는데, 사람은 천장을 보고 누워서 자기 때문에 혀나 턱이 뒤로 쳐지고 숨 쉬는 길을 좁게 만들어 코를 곱니다. 평소 코를 안 골던 사람도 술을 마시거나 몸이 피곤한 경우 구강 내 근육의 쳐짐이 심해져 코를 골 수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비만하거나 턱이 작고 뒤로 들어간 경우, 편도가 큰 경우 코를 골고, 아이들은 편도가 크면 입을 벌리고 자고 코를 심하게 곱니다. 그 외 비염, 비중격만곡증, 축농증 등으로 코가 막힌 경우도 코골이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코골이가 있는 사람이 코를 골며 자다가 갑자기 한동안 숨을 안 쉬더니 ‘푸우우’ 하면서 숨을 몰아쉬고, 다시 자다가 숨을 안 쉬기를 반복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수면무호흡’이라고 합니다. 대개 ‘숨 넘어간다’ ‘자다가 숨을 안 쉰다’는 표현을 씁니다. 코골이는 수면 중 기도의 일부분이 좁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무호흡은 기도가 완전 막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 코골이가 소리가 문제라면 수면무호흡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증상입니다. 10초 이상 숨을 안 쉬면 무호흡이라고 하고, 1시간 동안 이런 무호흡이 몇 번 발생하는지가 수면무호흡의 심한 정도를 의미하는 ‘무호흡지수’라고 합니다. 1시간에 5번 이하가 정상이나, 30번 이상 생기면 심한 무호흡이라고 합니다. 수면무호흡이 있는 환자는 자는 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뇌의 각성이 일어나서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치 않습니다. 직장에서 낮에 졸기도 하고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기도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자는 내내 무호흡으로 인한 지속적인 산소공급 저하는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고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혈관 염증으로 이어집니다. 다양한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수면무호흡 환자는 정상인보다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등의 심혈관계 위험도가 2~3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고, 경도의 인지장애나 치매, 뇌졸중의 위험도도 2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뇨, 비만과 같은 대사성질환,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상호 악화인자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 외에 역류성식도염, 야간뇨, 빈뇨, 발기부전을 포함한 남·녀 성기능장애 유발 및 악화인자로도 보고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암의 유발 및 악화인자로 보고되는데, 20년 동안 대규모의 집단을 추적 관찰한 결과 수면무호흡 환자에서 암 발생률이 2.5배 높았고, 암 사망률은 3.4배 높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어린이 코골이의 경우 성장장애, 허약체질, 학습장애, 야뇨증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코골이로 인해 수면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저하되거나 얼굴 모양의 변형이 오기도 합니다. 코골이와 무호흡이 있는 사람은 비만의 유무 및 코와 구강을 포함하여 숨 쉬는 길인 상기도의 전체적인 진찰을 받고 어느 부위의 문제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필요하면 코, 목 내시경을 사용하여 좁아져 있는 부위를 찾기도 합니다. 수면무호흡의 진단과 심한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검사실에서 밤에 자면서 수면 상태를 관찰하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합니다. 이는 현재 가장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의료보험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무호흡지수가 15 이상이면 치료 시 의료보험이 적용됩니다. 치료법으로는 보존적인 치료법과 수술적 치료법이 있습니다. 과거에 수술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수술을 많이 시행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지고 지속적인 이물감이나 구강건조감 등 후유증이 생겨, 최근에는 체중감량과 함께 양압기 등을 포함한 보존적 치료를 대부분 하고 있습니다. 코골이, 무호흡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체중감량입니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살을 빼면 많이 호전됩니다. 술을 마시고 바로 자면 더욱 심해지기에 평소 코골이와 무호흡이 심한 사람은 금주하는 것이 좋고, 술을 마셨다면 술이 깬 뒤 잠을 자는 게 좋습니다. 피곤하면 구강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서 코골이와 무호흡이 심해지기 때문에 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침대의 머리 쪽을 높이고 자면 혀와 턱이 뒤로 밀리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여줍니다. 너무 낮거나 높은 베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적 치료는 전신마취 하에 편도와 함께 느슨한 목젖 주위 인두 조직을 잘라내고 봉합해 기도를 넓혀 주는 방법을 취합니다. 그러나 수술은 전문의에 의해 정확한 진찰로 이뤄지며, 수술로 좋아질 수 있는 환자만 시행합니다. 비만한 경우나 혀 뿌리가 큰 경우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편도와 아데노이드 절제 수술을 하면 아주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표준적인 치료는 양압기입니다. 잘 때 들숨과 날숨에 따라 적절한 압력의 공기를 넣어주는 마스크를 쓰고 잠을 자는 치료법인데, 후유증도 없고 효과도 뛰어납니다. 양압기를 쓴다고 코골이와 무호흡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잘 때 코를 안 골고 무호흡이 없어져 산소 공급이 잘 됩니다. 수면다원검사에서 일정 수치 이상의 무호흡이 있으면 의료보험으로 양압기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에 끼우는 장치 또는 입에 붙이는 테이프, 턱을 앞으로 당겨주는 구강 내 장치 등은 극히 일부 특정 형태의 코골이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원인을 찾은 후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이나 장치를 찾아야 합니다. 코골이, 무호흡이 있는 분 가운데 비만, 고혈압,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중 한 개 이상의 질환이 있거나,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은 경우 식단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입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무호흡지수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하여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하길 바랍니다. 정진혁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 세대 공감 K-Pop 새로운 음악의 흐름 ‘하이퍼팝(Hyper Pop)’ 나는 시각장애를 딛고 대학에서 클래식 작곡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영상음악을 전공했다. 현재는 대중음악 작곡·편곡자로 일하고 있다. 1월호부터 문화, 특히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모든 사람들은 유례없는 답답한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로 인해 인내심에 대한 임계가 많이 내려가는 현상이 생겼다. 인내심이 내려간 이들을 위해 애니메이션과 연기 분야에서는 다소 과장된 스타일의 연기 해석이 인기를 끌었고, 아직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쇼츠, 틱톡, 트위터 등에서도 극단적으로 짧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는 것으로도 인내심에 대한 임계점이 많이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짧은 시간(30초 내외)에 내용을 담다 보니 극단적인 사운드가 부각됐고, 사람들은 가장 귀에 들어오는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음원 자체의 분당 비트수를 인위적으로 올려 길이를 줄여서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하이퍼팝(Hyper Pop)’은 2010년 영국(뮤지션 A.G.쿡, 소피, 찰리 XCX)에서 시작된 마이크로장르의 일종이다. 2019년 8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가 쿡, 100 겍스와 같은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재생 목록의 이름으로 ‘하이퍼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이 장르가 보다 분명하게 확립됐고, 틱톡을 통해 젊은 층에게 퍼졌다. 우리나라 아이돌도 최근 이 장르의 곡을 발표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는 ‘컬러링에 들어갈 시간(약 20초) 안에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만한 멋진 멜로디와 반주,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컬러링의 법칙’이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후렴구를 컬러링에 들어갈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넣는 사람이 히트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3초 안에 귀를 사로잡을 무언가, 눈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MZ세대를 두고 “요즘 세대는 인내심도 없고 의리도 없다”고 하고, 그들이 3초 이상 콘텐츠를 시청, 청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그러나 기성세대 또한 3초 이상 콘텐츠를 보려 하지 않는다. 기사를 읽더라도 제목만 읽어, 본문과 다른 내용의 댓글을 적기도 하고, 누군가가 콘텐츠 링크를 보내주어도 3초 이상 보려 하지 않는다. 이는 현대사회의 넘쳐 나는 콘텐츠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선택한 콘텐츠를 끝까지 소비할 여유,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콘텐츠 제작자는 영상을 쪼개거나 몇 분 몇 초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식의 시간 절약형 축약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마지막에 요약을 해주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한 재가공 콘텐츠가 인기몰이 중이다. 모든 분야에서 ‘시간단축’이 주요 키워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퍼팝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기괴하고도 공포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위험한 장난(예를 들면 6~7세 아이들이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담벼락 위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을 보는 느낌이랄까? 날이 서늘하게 서 있는 키치함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로 답답해진 마음을 묘하게 녹이는 요소가 있긴 하나,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금방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하겠다. 분명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에, 언젠가는 느림의 미학이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 속에서 명상을 할 수도 있다. 로봇이 가사 일을 대신해주는 상황 속에서 얼마든지 ‘정중동’을 다시금 찾아 나갈 것이다. 하지만 초 극단적인 자극을 찾아가는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큰 사진을 작게 보면 또 다른 영감이 떠오르듯, 느린 음악을 빠르게 하여 새로운 행간을 발견해 나가고, 이렇게 새로운 인류는 다시금 진화해 나갈 것이다. 임채섭(작곡가) 살며 생각하며 완전한 아침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가슴 떨리는 새해가 열렸다. 언제나 그렇듯 여기서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믿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물론, 가끔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더 나아가서 몇 분과 몇 분 사이에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묘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맘때면 묵은 것들을 털어내고 마음을 새로이 다질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 기쁨의 크기만큼 가슴이 마구 뛰고 채 이루지 못한 꿈도 다시 펼치곤 한다. 의기소침했던 시간을 지우고 나는 내일의 햇빛을 품는다. 아, 무조건 지난해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과거 없이 미래가 펼쳐지지 않음을 직시한다. 멈춤 없이 걸어온 가파른 통증만 버리고 축적된 긍정의 힘으로 새로운 언덕을 가볍게 넘어야 한다. 삶은 한 해 한 해 이어진 기나긴 길이다. 희로애락이 반복적으로 이어진 길이다. 숨 쉴 겨를 없는 삶에 잠시 쉬어갈 틈을 선물로 주는 것이 한 해의 끝과 시작의 사이이다. 지난 시간을 추스르고 마음을 새로이 챙겨야 할 때이다. 새해를 굳건히 걸어낼 장딴지에 힘을 주어야 할 때이다. 바로 지금이다. 어제의 힘으로 내일을 살아낼 세상을 기쁘게 맞이할 때이다. 완전한 아침 죽자사자 밤새 달려간 땅끝 바다 어둑어둑한 수평선에서 시뻘건 해가 불쑥 솟아오르자 궁극이다 두루뭉술 부풀어 오른 만삭의 배를 닮은 적나라한 궁극이다 모든 생의 끝과 시작이 다른 말, 같은 의미이려니 더는 궁싯거릴 수 없다 어둠 속에서도 햇빛은 있고 얼마든지 있고 누구나 그 자리에서 아기 울음 벅찬 아침은 온다 - 손병걸, ‘완전한 아침’ 전문 - 서른 살 무렵 나는 시력을 잃었다. 사방이 캄캄해졌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좀처럼 일어설 수 없었다. 골방에 갇혀버렸다. 미래가 없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그러나 아득한 시간 속으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생의 끝은 쉽지 않았다. 다시 골방에 처박혔다. 그저 숨만 쉴 뿐이었다. 무기력한 시간이 먹먹하게 흘렀다. 살아 있음이 참담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힘겨운 날들이 켜켜이 쌓여 갔다. 그러나 이대로 생을 끝낼 수는 없었다. 바닥을 더듬었다. 벽을 짚고 일어났다. 흰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길은 낯설었다. 그러나 멈춤 없이 걸었다. 세상은 온통 턱이었다.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깨지고 터진 상처가 늘어 갔다. 그러던 어느 해 어느 날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눈동자가 열렸다. 촉각이 그토록 환한 감각인지 몰랐다. 캄캄한 생활이 반짝 켜졌다. 섬세한 소리와 함께 빛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짜릿한 감동이 곳곳에 번졌다. 쭈그리고 앉아 무수히 코가 깨진 신발을 만져 보았다. 신발 끝에서 눈부신 길이 활짝 열렸다. 굳게 닫힌 손끝과 발끝이 열리자, 세상이 섬세하게 들렸다. 보인다는 것은 꼭 보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온몸의 감각을 연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받아 안고 느낀다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끝은 끝이 아니었다. 그 지점이 바로, 시작이었다. 한 해의 끝 지점에서 밤새도록 달려간 땅끝마을 해남에 다다라서야 알았다. 떠오르는 해를 온몸으로 느끼며 비로소 알았다. 지구는 명백히 둥글었다. 모든 생의 궁극은 내가 서 있는 그 자리가 궁극이었다. 지금도 땅끝 바다에는 어둠이 걷히고 있을 것이다. 아침이 열리고 있을 것이다. 만삭의 수평선이 출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아침이 잉태되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발걸음은 원을 걷는 걸음이 맞다. 점과 점으로 이어진 하나의 길이 맞다.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길이 맞다. 내 손끝이 그러했다. 내 발끝이 그러했다. 내 머리끝이 그러했다. 세상의 모든 생의 끝과 시작은 하나의 점이었다. 언제든지 걸을 일이다. 뚜벅뚜벅 걸을 일이다. 매 걸음이 시작이다. 흰지팡이를 다시 손에 쥔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발걸음을 뚝뚝 끊는 유도블록을 만나도 괜찮다. 연거푸 발목을 턱턱 거는 턱들을 만나도 괜찮다. 캄캄한 벽 앞에서 한계를 느낄 때마다 나는 오히려 한 번씩 더 기뻐할 것이다. 삶은 언제나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하듯 발자국이 없는 쪽으로 발끝을 향하고 내딛는 발걸음 발걸음이 비로소 나의 길이 될 것이다. 나의 자유가 될 것이다. 손병걸(시인) 문화재 이야기 경주 옥산서원 무변루 경상북도 경주시 옥산서원 무변루는 1572년에 서원 창건 당시부터 누각으로 건립되었으며, ‘납청루’라 불렸다고 한다. 이후 노수신이 제액을 찬하면서 ‘무변루’로 명칭을 고쳐 지었다. 무변루 배치는 서향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규모는 정면 7칸, 측면 2칸의 중층 문루로 건립되었다. 구조는 5량가이고, 공포는 초익공 양식으로 지붕은 겹처마 맞배지붕에다 좌·우 측면에는 홑처마 부섭지붕을 설치하였다. 주요 특징은 1572년 건립 이래로 옥산서원 무변루는 위치 변동이 없이 그 자리에 지속되어 왔다는 점과 처음 건립 시 경상도 유림이 힘을 모아 건립하고 그 이후에도 중건 중수를 지속하여 왔다는 점, 유생들의 교육기관으로서뿐만 아니라 문화 창달과 지식보급에 큰 역할을 하여 왔다는 점, 무변루의 중수 연대를 명확히 알게 해주는 세 종류의 명문기와가 존재한다는 점, 비 훼철 사액서원 중 삼문과 방, 대청, 누마루, 고상식 아궁이를 두고 있는 아주 드문 문루라는 점, 상층에 고상식 온돌방을 설치하여 기숙을 겸하는 점, 양 측면에 부섭지붕을 달아낸 누마루를 설치하여 주변의 자연경관 조망을 무변루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 등이다. ‘어제제문’(1792), ‘을사년 옥산서원 통문’(1905)에 따르면, 이곳은 토론과 휴식, 모임, 숙식의 공간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고종 때 훼철되지 않은 사액서원의 문루로 역사적 기록과 함께 잘 보존되어 있다. 2022년 7월 보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