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75호 2022. 5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황희 발행일: 2022. 5.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70-4618-5016,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읽는 국정 차례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보행 앱 ‘지아이’ 만든 엘비에스테크 4 알짬 정보: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 운영 외 15 공감 정책: 인구지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 25 공감 현장: 탄소중립 생활 속 실천 어렵지 않아요! 42 한국의 맛: 봄날의 향을 입과 코로 맛보리라 56 생활과 건강: 환절기의 복병, 출혈성 뇌혈관질환 64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고전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와 작품들 73 살며 생각하며: 장애인, 지하철 그리고 이동권 85 문화재 이야기: 삼강행실효자도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보행 앱 ‘지아이’ 만든 엘비에스테크 - “차별 없는 정보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화면 낭독 프로그램 센스리더, 전자도서 파일을 읽어주는 책마루, 바코드를 음성정보로 변환하는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다양한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은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보행만큼은 난제로 남아 있다. 흰지팡이와 안내견이 있고, 점자 유도블록 등이 설치돼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이따금 방향을 잃고 거리에 멈춰 선다. 늘 지나다니던 길이 돌연 낯설어지는 그 순간,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이시완 엘비에스테크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과 이용권을 높이기 위해 보행 애플리케이션 ‘지아이’를 개발했다. 위치 기반 내비게이션 기능에 주변 상가나 음식점의 주문 결제 서비스를 더한 앱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Q. 엘비에스테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엘비에스테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2017년 창업한 이래 보행약자 및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향상하는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지아이’를 바탕으로 매장이나 카페에서 키오스크 결제를 지원하는 ‘지아이키오스크’, 저시력장애인을 위한 ‘지아이로우비전’, 휠체어 내비게이션 서비스 ‘지아이휠’, 보행 장애물 정보 수집을 위한 플랫폼 ‘로드스캐너’ 등을 개발했습니다. ‘지아이’를 통해 2018년 공공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세종특별자치시와 ‘규제 샌드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아이’는 어떤 시스템인가요? A. 지아이는 ‘GPS’와 ‘EYE’를 합성한 명칭입니다. 전맹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 및 비대면 주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앱스토어에서 ‘G-EYE’를 검색하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어요. 지아이는 반경 3km 내의 보행로상 위험물이나 신호등을 알려주고, 건물에 다다르면 출입구의 위치는 물론 출입문이 자동인지 수동인지도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진동 모드를 통해 좌·우회전, 직진, 위험 회피 등 세 가지 신호를 실시간으로 보내줍니다. 지아이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경험이 곧 데이터가 된다는 것인데요, 지역의 랜드마크나 유도블록의 파손 등 크고 작은 현장의 데이터들이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됩니다. 4인의 시각장애인 컨설턴트와 함께 주 1회 이상 거리로 나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이들 외에도 제품 테스트에 도움을 주시는 장애인들이 많습니다. ‘G-EYE Wheel’은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앱으로, 보행로의 폭과 경사로를 고려하여 진입 가능한 보행로로 안내하고, 건물 출입구 접근성 정보를 통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이 사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도 IT 인프라가 잘 구축된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중도실명을 한 사촌 동생으로부터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듣게 되었어요. 목적지를 찾지 못해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머무르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을 찾아갈 때, 위험물 때문에 보행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잦다는 이야기였죠. 처음에는 내비게이션 지팡이나 포인터형 음성 지원 반지를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사촌 동생이 “반지는 빼놓았다가 잃어버리기 쉽고, 지팡이는 너무 무거울 것 같다”며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보급률, 시장 진입의 시기 등의 자료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인구가 90%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80% 수준에 이른다는 점, 전 세계 2억 5천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가장 큰 일상의 제약으로 ‘위치 찾기’를 선택했다는 점 등을 알게 됐죠. Q.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겠습니다. A. 처음엔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 노약자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와 기능을 앱에 탑재했거든요. 무려 46가지의 터치 동작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활용 방식이 복잡해졌고, 곧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접근성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최대한 간결하게’라는 원칙을 세웠고, 터치 동작을 실제 사용 편의에 더 적합하도록 6가지로 줄였습니다. 주춧돌이 튼튼해야 집이 무너지지 않듯, 기본이 잘 잡혀 있어야 응용도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비즈니스로서 이윤을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우려하기도 해요. 그러나 가장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비스를 다른 영역에도 활용하면 사회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믿습니다. Q.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이정표를 얻은 듯한 반응을 보입니다. “지아이를 통해 가보고 싶었던 카페의 위치를 알게 됐다”, “앱 터치가 복잡하지 않아 쉽게 익힐 수 있다”, “길을 덜 헤매게 되어 기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 있다 할지라도 세부적인 컨설팅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거예요. 4인의 컨설턴트와 피드백을 주는 이용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A.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키오스크 설치가 증가하면서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장벽이 생겼어요. 키오스크 결제를 지원하는 ‘지아이키오스크’를 개발했는데,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상점들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서울 일부 지역과 세종시 등에만 자리를 잡은 상태라 아쉽습니다. 지아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나 유아차 사용자에게도 유용한 기술이고, 무인 배달 로봇에도 접목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무장애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기술 고도화와 다른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 이전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먼저다’라는 원칙입니다.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활용하는 것도 사람이므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기술력을 잃지 않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 운영 외 01. 학대 피해 장애아동 쉼터 운영 보건복지부가 학대 피해를 본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쉼터의 설치·운영 기준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을 지난 3월 중순 공포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피해 장애아동 쉼터는 연면적 100㎡ 이상으로 하고, 유흥주점이나 사행행위 영업장 등 ‘청소년 보호법’에 따른 청소년 유해업소가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피해 장애아동 쉼터의 입소 정원은 4명이고, 쉼터 1개소당 시설장 1명과 생활지도원 등의 종사자 5명을 배치해 장애아동에 대한 효율적인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해당 관계자는 “피해 장애아동 쉼터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기준이 마련되어 향후 인권침해 등의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들이 보다 전문적인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129 02. 서울중앙지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출석·귀가 지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신체적·심리적으로 검찰청 출석과 귀가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제도를 실행한다. 지원 대상은 장애인과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성폭력과 스토킹 피해자 같은 정서적·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북한 이탈 주민 등 국내 형사사법 절차에 생소한 경우나 수사 과정에서 초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사건관계인 등이다.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사건관계인이 출석을 요청한 담당 검사나 인권보호관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지원을 신청하면 된다. 인권보호관은 담당 검사 등의 의견을 참고로 지원 여부를 결정해 당사자에게 통보한다. 지원이 결정되면 출석 때는 인권보호관실 전담 직원이 해당 사건관계인과 만나 검사실이나 조사실, 대기실에 동행하고, 조사를 마친 뒤에도 검찰청사 입구까지 보호 조치를 받는다. 문의 1301 03. 중증장애인 61명 경력직 국가공무원 채용 올해 중증장애인 61명이 경력직 국가공무원으로 채용된다. 선발 분야는 행정, 직업상담, 사회복지, 전산, 보건 등이다. 인사혁신처는 ‘2022년도 중증장애인 국가공무원 경력경쟁채용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지난 3월 온라인을 통해 서류를 접수했다. 5월에는 서류전형, 6월에는 면접전형이 이뤄지고, 8월 5일 최종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행정·직업상담·사회복지·전산·보건 등의 분야에 7급 6명, 8급 4명, 9급 48명, 연구사 2명, 전문경력관 나군 1명이 선발된다. 합격자는 우편물 관리, 장애학생 학습지원, 진료비 심사, 정보시스템 관리 및 데이터 운영 등 중증장애인 근무에 적합한 직위에 배치될 예정이다. 중증장애인 경력채용은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됐으며, 지난해까지 356명이 이를 경로로 임용됐다. 문의 110 04. 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디어 작품 공모 한국장애인개발원이 7월 25일부터 닷새간 ‘제4회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디어 대전’ 작품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이번 공모전은 건축, 관광, 제품 등 3개 세부 분야의 UD부문과 BF인증 부문으로 나누어 모집한다. 건축 분야 응모작은 ‘모두를 위한 휴’라는 주제로 휴식, 힐링, 여가 등과 관련한 다양한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관광 분야는 공원, 놀이터, 문화재, 유원지 등 관광지 내 시설 디자인을, 제품 분야는 생활용품, 사무용품, 레포츠 용품, 키오스크 등 제품 디자인 또는 서비스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 참가자격은 개인 또는 3인 이내의 팀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누리집(www.koddi.or.kr/ud)에서 신청서와 작품 설명서, 작품 이미지를 접수하면 된다. 접수된 작품은 1차 서면심사 후 선정된 작품에 한해 2차 공개 오디션을 실시, 최종 수상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문의 02-3433-0600 05. 따뜻한동행, 장애인 첨단보조기구 대상자 모집 따뜻한동행이 5월 31일까지 한미글로벌과 함께 ‘첨단보조기구 지원사업’ 대상자를 모집한다. 첨단보조기구 지원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고, 꿈을 향한 열정을 가진 장애인 당사자에게 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까지 198명의 장애인 당사자에게 개인별 장애 특성에 맞는 첨단 의족, 안구 마우스, 전동 휠체어 등을 지원했다. 따뜻한동행은 서류심사와 인터뷰 심사를 거쳐 지원자의 역량, 성장 가능성, 지원 필요성 등을 평가해 대상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따뜻한동행 누리집(www.walktogether.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문의 070-7118-1930 06. 시각장애인 위한 ‘생애주기별 금융생활 가이드북’ 제작 금융감독원이 시각장애인의 금융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생애주기별 금융생활 가이드북 개정판’을 점자도서와 오디오북으로 제작했다. 이 책은 생애주기를 5단계로 구분해 단계별 주요 재무문제와 대처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사회초년기, 신혼기 및 자녀출산기, 자녀학령기, 자녀성년기 및 독립기, 은퇴기 등 5권으로 구성돼 있다. 점자도서와 오디오북으로 제작된 가이드북은 시각장애인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책자의 표, 그래프 같은 시각자료를 최대한 서술식으로 변환했다. 가정에서도 점자 정보단말기로 가이드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점자 도서파일도 함께 제작됐다. 문의 02-3145-5114 공감 정책 인구지진 막을 마지막 골든타임 - 인구대책 패러다임의 전환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미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에다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예고하는 지표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부터다. 이제는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지진이란 영국의 작가이자 인구학자인 폴 월리스가 같은 이름의 저서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에 빗대 표현한 용어다. 이에 정부는 2019년부터 범부처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해마다 새로운 정책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4기 인구정책 TF를 구성해 장단기 과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인구정책 TF는 출범 첫해부터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획기적 정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대응과 적응’을 병행하는 인구대책의 패러다임(체계) 전환이다. 갈수록 심화하는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다. 전체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수도권으로 인구집중까지 심화하면서 지방의 ‘소멸 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중앙 주도의 하향식 지원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대응 전략 등을 수립해 추진하도록 했다. 대신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 기금 등을 통해 지자체가 수립한 전략이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재원을 지원한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사회·경제·문화적 환경 변화의 결과이면서 중장기적으로 사회·경제 구조는 물론 광범위한 영역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크다. 인구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앞서 경험한 선진국 사례들을 보면 정책 효과는 한 세대(30년)를 넘겨서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보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대책의 방향과 과제를 신속히 수립하는 것보다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 4기 인구정책 TF 주요 내용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지진의 초기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2021년에 국내 인구수는 5만 7,300명 줄었다. 사망자 수(31만 7,800명)가 출생아 수(26만 500명)를 초과하는 현상인 ‘인구데드크로스’가 발생한 탓이다. 국내 인구는 2020년에 사상 첫 자연 감소를 기록한 뒤 2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2020년 3만 2,611명 감소한 것과 비교해 인구 감소 폭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81명,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5.1명으로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 모두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선 아래로 떨어져 계속 추락하고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간한 ‘2020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면 통계를 낸 198개국 중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지금까지 추세와 혼인, 출산 통계 등을 토대로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면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에 따르면 2020년 5,184만 명이던 총인구 수는 50년 동안 1,481만 명이 감소해 2070년에는 3,766만 명이 될 전망이다. 이는 1979년의 인구 수준이다. 특히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70년 1,737만 명으로 5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계된다. 2021년에서 2025년까지 5년 동안의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만 177만 명에 이른다. 반면에 기대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2020년부터 약 71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인구 고령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7% 이상)에 진입한 뒤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에 들어섰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고령화사회에서 25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셈인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추세다. 가장 극심하고 빠른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보다 11년이나 빠른 속도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 공급과 소비 수요를 줄여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켜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경제 규모의 축소까지 초래하게 된다. 미국 워싱턴대 보건연구소(IHME)는 우리나라의 총인구가 2100년에는 지금의 절반 수준인 2,678만 명으로 줄어 국내총생산(GDP) 기준 국가 순위에서 20위권으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 본격 시행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가속은 다양한 인구구조 변화 요인이 쌓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부터 범부처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해마다 새로운 전략과 정책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4기 인구정책 TF를 구성해 생산연령인구 확충, 축소사회 적응력 강화, 고령사회 대비, 초저출산 대응 등 4대 분야에 대한 장단기 과제를 보완, 수정, 발굴, 기획 작업을 맡고 있다. 여기에는 인구정책과 관련된 18개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기관 중심의 인구정책연구단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다. 4기 인구정책 TF는 인구구조 변화 충격의 현실화 가능 시점에 따른 시급성을 고려해 4대 분야별 대응 시기를 단기(5년 내 대응 시급), 중기(10년 내 성과 필요), 장기(10년 후 충격 가시화) 등 3단계로 구분해 전략을 짤 계획이다. 인구정책 TF는 출범 첫해부터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다르게 접근했다. 이른바 ‘대응과 적응’을 병행하는 인구대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당장 발생한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응과 함께 진행되는 추세에 맞춰 적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출산 장려보다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새로운 정책 기조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2022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에서 잘 나타난다. 모두 4조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육아휴직 활성화, 월 30만 원의 영아수당 신설, 출생아에게 200만 원 상당의 이용권을 주는 ‘첫만남 꾸러미’ 도입, 2025년까지 공보육 이용률 50% 달성,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학등록금과 주거비 지원 확대 등으로 구성된다. - 지역 주도형 혁신으로 지역소멸 위기 대응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는 중앙과 지방 정부가 당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다. 2020년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돌파하며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국가의 총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처럼 수도권 인구집중까지 심화하면서 지방의 ‘소멸 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시·군·구) 228곳 가운데 소멸 위험 지역은 2017년 85곳에서 2021년에는 108곳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체 기초단체의 47.4%에 해당하는 지역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특히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7곳에서 2019년 16곳, 2021년에는 39곳으로 급증 추세다. 특정 지역의 만 20~39세 여성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2미만이면 소멸 고위험 지역, 0.2에서 0.5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역소멸은 일자리와 교육여건의 불균형이 맞물려 있다. 지역소멸 가능성은 지역 경제를 침체시켜 일자리와 소비 여력을 줄이고 이는 다시 지방의 청년인구 유출로 이어진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2016년 4만 2,000명에서 2021년에 9만 3,000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 심화는 수도권 과밀화로 결혼·출산 기피를 유발해 국가 전체의 출생률 저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의 일자리와 교육 수요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거점도시마저 쇠퇴하며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 고등교육 혁신모델로 지역 인재 육성 나서 정부는 2022년부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원을 지양하고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 감소 원인을 파악하고 특화 자원 등을 활용한 대응 전략 등을 수립해 추진하는 게 달라진 점이다. 정부는 이처럼 지역이 수립한 전략을 실행할 마중물을 대준다. 2022년 신설한 지자체 자율 재원인 ‘지방소멸대응기금’에 정부가 10년 동안 매년 1조 원씩 출연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행정안전부는 각 지자체가 2022년 5월까지 기금 투자 계획을 제출하면 기금심의위원회가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인구 감소 지역은 평균 80억 원을 주되 최대 160억 원까지, 관심 지역은 평균 20억 원을 주되 최대 4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육부는 지역의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선다.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 사업’과 가칭 ‘고등직업 교육 거점지구 사업’을 통해서다. 먼저 고등교육 혁신 특화지역 사업은 유망 신산업 등 핵심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지방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 핵심은 지역별 맞춤형 규제 완화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고등교육 혁신모델이 수립·추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2022년부터 시작할 고등직업 교육 거점지구 사업은 지역 전문대학에 특화된 사업으로 지자체와 전문대학 간 연계를 통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 역시 전문대학과 지자체가 연계해 특화 분야를 선정하고 지역 현지 수요에 기반한 직업교육과 지역 잠재 구직자의 생애 주기에 맞는 교육을 활성화하는 게 관건이다. 주간 정책주간지 <공감> 공감 현장 탄소중립 생활 속 실천 어렵지 않아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1년 사회 전반에서 탄소 저감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실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 가운데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천 수칙을 정리한다. - 에너지 절약 당장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건물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고효율의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이 필요하다. 적정 실내온도(여름철 25~28℃, 겨울철 18~20℃)를 고려하며 냉방(에어컨) 온도 설정은 평소보다 2℃ 높이고 난방(보일러) 온도 설정은 평소보다 2℃를 낮추도록 한다. 계절에 맞는 옷차림을 하며 특히 겨울에는 내복·수면양말·무릎담요 등을 적극 활용한다.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선풍기보다 30배 정도 높기 때문에 여름철에 에어컨을 ‘약’으로 운전하면서 선풍기를 함께 가동하면 좀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넓은 면적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에어컨의 풍향과 선풍기의 풍향을 같게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겨울철에는 보일러의 절약 모드를 활용한다면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잠시 외출할 때는 끄지 않고 외출 모드로 설정하는 게 좋다. 보일러 전원을 껐다 다시 가동하면 내려갔던 온도를 다시 끌어올릴 때 연료가 더 많이 소비될 수 있다. 가습기로 실내 습도를 높이면 공기 순환이 빨라져 보일러를 가동했을 때 온도가 빨리 올라간다. 전기밥솥과 냉장고는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전력 소비가 많은 전자기기다. 전기밥솥의 ‘보온 기능’은 긴 시간 전력을 소비해 다른 가전제품보다 전력소비량이 많다. 2018년 가구에너지 상설표본조사에 따르면 전기밥솥 1일 평균 보온 시간은 약 9시간에 달한다. 전기밥솥은 취사 때만 사용하고 남은 밥은 먹을 만큼씩 나눠 냉동 보관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냉장·냉동 기능을 늘 사용하는 냉장고도 소비전력이 크다. 냉장실은 냉기가 잘 순환할 수 있도록 60%만 채우고 냉동실은 냉기가 빠지지 않도록 꽉 채운다. 냉장고를 구매할 때 가구 인원수 등을 고려해 적정 용량을 선택하고 보관된 식자재는 메모해 냉장고 외관에 부착함으로써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이도록 한다. - 소비 절약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약 522만 톤이며 분야별 발생량은 가정이 76%, 음식점 17%, 사업장 7%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면 각 가정에서 적절한 식단계획과 유통기한을 고려해 먹을 만큼의 식자재만 구입해야 한다. 식자재는 한끼 분량으로 나눠 투명 용기에 보관하고 식사량에 맞춰 조리하는 게 좋다. 또 식자재는 생산·유통·보관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수입산보다는 국내산을, 먼 지역보다는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구매하는 소비습관이 필요하다. 세제·샴푸·섬유유연제·탈취제 등은 재구매할 때 리필용 제품으로 구매하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 방안이다. 리필제품을 판매하는 ‘알맹상점’에서는 액체류 제품을 1g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며 세제나 화장품 등 액체류는 5L 용기에 담겨 있고 제조업체·책임판매업체·제조번호·제조일자를 비롯해 제품에 들어간 성분들이 표시돼 있다. 플라스틱·비닐·종이 등 재활용하기 쉬운 재질·구조로 된 제품을 구매하고 저탄소 인증 농축산물을 이용하며 제품 구매 시 과대포장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과대포장은 플라스틱·비닐·종이 등의 자원을 낭비하고 제품의 가격까지 올려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중고제품을 이용하고 안 쓰는 제품을 나눠주는 것도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내게 쓸모가 없어진 제품도 누군가에게는 다시 사용하는 자원으로서 가치를 찾게 된다. 필요성이 다한 물건은 버리기 전에 중고거래나 나눔장터에서 쓰임새를 찾아보고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는 꼭 필요한지, 중고물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확인해본다. - 수송 분야 절약 화석연료 기반으로 구축된 수송시스템이 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가정에서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 또는 수소자동차로 바꿔나가고 이동할 때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 수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중 도로부문이 96.5%를 차지하므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체 자동차 중 자가용이 약 92.4%를 차지한다. 가정에서 1주일에 1회 휘발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연간 285.4kg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이는 1일 평균 주행거리를 30km로 가정했을 경우로 등록된 자가용 승용차(2019년 기준 1,807만 1,723대)의 10%가 참여하면 연간 51만 5,767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127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면 대중교통 요금의 최대 3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버스·지하철)을 이용하려고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로 돌려받는 제도로 국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덜면서 친환경 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됐다. 운전습관을 바로 해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지도나 인터넷 등으로 최적의 운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엔진 예열을 최소화한다. 엔진 예열은 여름은 10초, 겨울은 30초면 충분하다. 급가속·급정지를 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운행하고 정속 주행하는 것도 연료의 낭비를 막는다. 차 트렁크에서 불필요한 짐을 빼고 자동차 연료도 절반만 채워 운행한다. - 올바른 재활용 분리배출 탄소중립을 위해 근본적으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만 발생한 폐기물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제대로 분리배출되지 못한 재활용 폐기물은 수거되더라도 선별과정에서 잔재물로 분류돼 결국 소각·매립된다.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비우고 상표 띠(라벨)를 제거한 뒤 일반 플라스틱과 구분해 배출한다. 투명 페트병은 재활용 시 재생섬유 등으로 생산이 가능하며 의류·가방·페트 용기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공동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에서도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다. 골판지 상자는 택배송장·테이프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한 뒤 접어서 배출하며 신문·책은 스프링 등 다른 재질을 제거하고 배출한다. 플라스틱류는 이물질과 물기를 제거한 뒤 재질별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치킨 상자 속 기름종이나 컵라면 용기류, 음식물이 제거되지 않은 마요네즈 통 등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배출해야 한다. 과일 망과 포장재, 문구류(볼펜·칫솔), 고무장갑, 노끈, 식탁보 등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한다. 장바구니를 활용하고 비닐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이 410개에 달해 그리스(120개), 핀란드(4개) 등에 비해 매우 많다. 1회용 컵 대신 실내에서 개인용 컵, 외출할 때 개인 컵(텀블러) 사용은 현재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가면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밖에 물티슈를 덜 사용하고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사용하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이다. 물티슈는 플라스틱 계열인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으로 만들어 재활용되지 않는다. 종이통장 사용 자제도 탄소중립 실천 방안의 하나로 꼽힌다. 주간 정책주간지 <공감> 한국의 맛 봄날의 향을 입과 코로 맛보리라 “아직 쑥국을 먹지 않았는데 어찌 봄이 왔다고 할까?” 봄은 먹는 것이기도 하다. 눈과 코, 귀로 즐기는 봄이야 슬쩍 묻었다가 사라진다지만 입으로 삼킨 봄은 몸에 남아 오래간다. 봄을 가장 닮은 음식은 바로 쑥국이다. 특히 미항인 통영을 비롯해 거제, 사천 등 경남 남해안 쪽에서 봄철 국으로 끓여 먹던 도다리쑥국은 봄바다를 그대로 빼닮았다. 이름 앞에 도다리가 붙었지만 사실 주인공은 쑥이다. 쑥국에 도다리를 넣은 것이다. 봄은 도다리가 최고로 맛있을 때가 아니다.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하는 도다리는 산란기를 앞둔 가을에 가장 살이 오른다. 사실 쑥만 있으면 도다리 대신 가자미를 써도 상관없다는 얘기다(실제 이렇게 끓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도다리는 산란을 마친 겨울엔 뼈가 약하고 봄에 부드러운 새 살이 올라 국을 끓이기에는 봄철이 제일 좋다고도 한다. 결론적으로 도다리는 횟감으론 가을, 국거리론 봄에 맛이 가장 좋다는 얘기다. 제철이 두 번이다. ‘봄도다리 가을전어’란 말도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니다. 좌광우도(머리 쪽에서 볼 때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란 말이 있다. 원래 옛날에는 값비싼 고급 횟감인 넙치(광어)를 싼 도다리와 구분하기 위해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다. 대대적으로 양식하는 광어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쑥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나물이다. 번식력이 굉장히 강하지만 ‘한국인’이라는 무시무시한 천적이 있다. 세계 어디나 우리나라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면 쑥이 무성히 우거질 틈이 없다. 봄날에 죄다 캐 버린다. 대표적인 봄나물로 무쳐 먹고 국을 끓인다. 방부작용이 있어 상하기 쉬운 떡에 넣거나 상처에 바르기도 했다. 말리고 태워서 모기를 쫓고 뜸을 뜨는 데도 썼다. 식용이면서 약용이기도 했다. 통영의 수많은 섬에서 자란 해쑥을 쓴다. 차가운 갯바람 속 몇 가닥 안 되는 훈풍을 가려 맞고 돋아난 놈이다. 정월 대보름 전에 캐내서 끓여야 무병장수한다지만 그땐 쑥이 정말 귀하다. 일반적으로 4월까지는 쑥국을 해먹기 좋은 시기다. 생선살과 된장이 우러난 구수한 국물에 싱그러운 쑥을 한가득 올려 다시 한 번 팔팔 끓여낸다. 특별히 더 들어갈 것도 없다(그래서 ‘쑥국’이다). 한소끔 끓여내고 1인당 한 그릇씩 퍼주면 끝이다. 매운탕처럼 거창하지 않다. 밥을 말기 전에 국물 한 숟가락으로 향과 온도를 음미한다. 그 다음 보드라운 도다리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내 숨죽은 쑥을 함께 떠 입안에 밀어 넣으면 그만이다. 상큼한 봄 향기가 폐부까지 밀려든다. 찬물을 마셔도, 새콤한 볼락 김치를 먹어도 가시지 않을 만큼 진한 향의 여운이 남는다. 그 봄날의 향을 입과 코로 맛보는 음식이다. 나른한 춘곤증을 이겨낼 에너지를 주고 굳었던 미각의 소생을 돕는다. 상머리에 앉으니 숟가락이 저절로 춤을 추며 화창한 봄 소풍이 시작된다. 아직 바람이 찬데 뜨끈한 국물이라 더 좋다. 한 숟가락에 비타민과 단백질까지 모두 들었다. 봄날도 들었다. ○ 전국의 쑥국 맛집 - 동해식당 경남 통영시 중심가 항남동에서 지역 특성과 향토색 가득한 밥상을 차려 내는 집이다. 철 따라 제철 재료를 쓰는데 요즘은 도다리쑥국을 준다. 향기가 진한 해쑥과 큼지막한 횟감 도다리 하나를 통째로 넣고 끓여낸 국의 그 진한 녹색에 마음까지 파릇해진다. - 충무집 서울 노포와 맛집이 몰려 있는 중구 다동에는 통영 토박이 사장이 하는 통영향토음식점 충무집이 있다. 통영까지 가지 않고도 정통 도다리쑥국을 즐길 수 있다. 향긋한 멍게비빔밥과 함께 맛보는 시원한 국물은 잃어버린 봄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 광양만횟집 전남 광양에도 도다리쑥국을 잘하는 집이 있다. 남해를 끼고 있으니 그렇다. 신시가지인 중동 광양만 횟집은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내는 집이다. 특히 도다리를 넣은 미역국도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다. 주간 정책주간지 <공감> 생활과 건강 환절기의 복병, 출혈성 뇌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은 각종 암과 심혈관질환과 더불어 한국인 3대 사망원인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서구식 식습관과 스트레스의 증가, 운동 부족에 기인한 성인병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허혈성 뇌혈관질환(뇌경색)의 발병과 젊은 연령에서의 뇌혈관질환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창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찾아온 불청객인 뇌혈관질환은 완치가 힘들고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출혈성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에 비해 빈도는 감소하고 있지만 경과가 더 위중하고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가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40대에 접어들면 신체 노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의 성인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 등의 개인적인 기호가 있으면서 성인병이나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혈액, 소변 검사 등의 일반적인 신체검사 이외에 혈관 영상검사인 CTA, MRA를 통한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만성적인 두통, 어지럼증, 언어장애, 시야장애, 간헐적인 언어장애나 손발저림증 등의 이상징후가 발견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조기검사가 필수적이다. 위에 열거한 성인병 등의 위험요소는 단지 충분조건으로서 모든 환자에서 발견되지는 않기 때문에 갑자기 이상신호(몸이 평소처럼 자기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 속히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출혈성 뇌혈관질환은 뇌혈관의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발생하는 속칭 고혈압성 뇌내출혈이 있고 큰 뇌동맥의 꽈리(뇌동맥류)로 인해 주변 뇌 조직이 압박받거나 파열되어 생기는 지주막하출혈(거미막밑출혈), 선천성 뇌혈관질환인 뇌혈관기형, 해면상혈관종, 모야모야병 등이 있다. 고혈압성 뇌내출혈은 출혈 당시 이미 뇌세포의 파괴를 동반하면서 이차적인 뇌부종이 발생하고 주변 뇌조직의 혈액순환이 방해받기 때문에 속히 뇌CT 촬영을 하여 출혈의 부위, 정도를 평가한 후 혈압조절, 뇌부종 경감 및 진정을 위한 약물치료와 필요 시, 출혈을 제거하거나 뇌척수액을 빼내는 응급수술을 받는 등의 집중치료(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 경미한 두통을 보이는 경우가 20~30% 정도 있으며, 특정 발생 부위에 따라 한쪽 눈이 떠지지 않거나 머리 일정부위에 깊게 자리 잡은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역시 일반적인 두통(편두통, 긴장형두통 등)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경우 CTA, MRA를 통해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의 위치, 모양, 크기, 약제복용 여부에 따라 허벅지혈관에 관을 삽입하여 뇌동맥류 내부를 백금코일로 채워 넣는 코일색전술 방법과 두발제모를 최소화하여 개두술을 통해 뇌 사이의 주름을 통해 접근하여 동맥류를 의료용 금속제 클립을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결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터져 발생하는 뇌지주막하출혈의 경우 환자의 1/3 정도는 사망을 포함, 의식이 처지거나 마비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발병 24시간 내 절반 이상에서 재출혈하기 때문에 만일 태어나서 처음 겪게 되는 심한 두통이 있을 경우 속히 치료가 가능한 큰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신속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머리를 열지 않는 색전술과 클립 결찰술을 하는 개두술의 선택이 의료진과 충분한 협의 하에 적절히 그리고 신속히 이루어진다면 큰 후유증 없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출혈 후유증인 혈관연축은 약물이나 혈관조영술을 통한 혈관확장술을 통해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며 수두증은 피하에 관을 심는 단락술을 통해 어렵지 않게 치료가 가능하다. 두통이나 경기(뇌전증) 등의 전조증상을 보이는 뇌혈관기형, 해면상 혈관종, 모야모야병 등은 10대 전후의 어린 나이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발견이 되면 환자의 상태, 기형의 크기, 위치, 연관되는 혈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시간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으나 파열이 되어 뇌출혈이 생긴 경우에는 의료진의 경험에 따라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개두술로는 즉각적인 기형을 제거할 수 있고, 뇌의 중요한 부위에 위치한 경우에는 방사선수술(감마나이프, 노발리스 등)을 통해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통해 점진적인 혈관기형의 폐색을 기대할 수 있으며, 제한적이지만 색전술을 통해 뇌동맥에 직접 의료용 아교를 주입하는 경우도 있다. 양쪽 경동맥 말단 부위와 대뇌동맥이 모두 막혀 매우 가늘어진 이상혈관이 발생하는 모야모야병은 뇌출혈, 뇌경색 모두 발생 가능하며 뇌출혈이 발생한 경우 출혈제거술, 뇌경색이 발견된 경우 관자놀이의 두피혈관을 뇌혈관과 직접 이어 붙이는 혈관문합술을 통해 뇌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편의상 뇌출혈과 뇌경색을 따로 분리하였지만 이 두 가지는 병의 진행 과정이나 치료 과정 중에 순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치료 자체가 상반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의료진에 의한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질환은 일차예방 만으로 질병의 발생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두부검진을 통한 조기발견과 증상 발생 후 조기치료, 재발을 막기 위한 이차예방이 반드시 필요한,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중증질환임에 틀림없다. 이형중 교수(한양대병원 신경외과) 이상재의 클래식 뮤직 ‘고전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와 작품들 서양 음악사에서 고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세 작곡가,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이 시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몇 가지 중요한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8세기는 악기 제작 기술이 크게 발전한 시기였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크레모나에서는 현악기 제작자들이 높은 수준의 현악기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을 제작했습니다. 오보에, 바순, 플루트 등의 목관악기와 호른,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들도 크게 개량되었죠. 1710년을 전후하여 발명된 클라리넷은 그 제작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세기 말 즈음에는 다른 관악기들과 비슷한 수준의 악기가 생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1709년, 건반악기 제작자인 크리스토 포리는 바로크 시대의 건반악기를 대표했던 하프시코드를 대신할 피아노를 발명하여 건반악기 음악 발전에 공헌했습니다. 이 같은 기악 분야에 있어서의 눈부신 발전은 기악 음악의 양적, 질적 향상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기악 음악이 성악곡과 동등한 수준의 음악적 중요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18세기 초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독특한 기악 형식인 소나타 형식이 고전주의 시대에 이르러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교향악단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두 개의 관악기들 즉, 두 개의 플루트, 두 개의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 클라리넷(1760년대)과 현악기군, 그리고 팀파니~를 갖춤으로써 교향음악의 황금기를 맞이하였지요. 표정이 풍부한 피아노의 음색은 작곡가들로 하여금 뛰어난 독주곡들과 실내악 작품을 작곡할 수 있는 예술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1740년대부터는 4개의 현악기들~두 개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이 함께 연주하는 현악 4중주라는 실내악 연주 형태가 발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통해 더욱더 중요한 음악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음색의 명료성과 선율의 우아함, 조화와 절제를 바탕으로 한 균형미, 그리고 이 모두를 지배하는 세련미’ 등의 수식어들로 묘사됩니다. 모차르트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하프시코드 연주자로서 유럽 각지를 다니며 연주회를 가졌고, 여러 도시의 저명한 음악가들과의 교제를 통해 다양한 음악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8세에 이미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였고, 또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했지요. 모차르트의 600곡이 넘는 작품들 중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분야는 교향곡과 협주곡 그리고, 오페라입니다. 음악사의 모든 시대를 통틀어 한 작곡가의 기악 작품과 오페라가 같은 비중으로 연주되고, 그 음악적 가치가 인정되는 경우는 오직 모차르트뿐입니다. 그가 작곡한 41곡의 교향곡들 가운데 1788년의 6주라는 짧은 기간에 걸쳐 작곡한 3개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nos.39, 40, 41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곡 전체를 지배하는 40번 교향곡은 ‘비창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같은 시기에 작곡된 41번 교향곡의 밝고 명쾌한 색채는 이 곡을 감상하는 이에게 희망과 활력을 느끼게 합니다. 영화음악으로도 사용된 적이 있는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과 클라리넷 협주곡의 2악장, 그리고 2개의 빠른 악장들만으로 구성된 호른 협주곡 1번 등은 그의 협주곡 가운데 선율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들입니다. 1786년에 발표된 ‘피가로의 결혼’, 이듬해의 ‘돈 죠반니’ 그리고 1791년에 작곡된 ‘마적’은 그의 3대 오페라로 일컬어집니다.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을 오페라로 만든 ‘피가로의 결혼’은 나폴레옹이 “오페라에서 이미 혁명은 시작되었다”라고 말했을 만큼 그 내용과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지요. 하이든은 1761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에스테르 하지가의 궁정 음악감독으로 일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늘 소박하고 따뜻한, 그리고 절제된 고전적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그 역시 고전주의 시대에 발달한 거의 모든 분야에 작품을 남기고 있지만, 교향곡과 현악 4중주곡, 오라토리오(천지창조)가 대표적인 작품들로 손꼽힙니다. 100곡이 넘는 그의 교향곡들 가운데 후기에 작곡된 12개의 교향곡~교향곡 nos.93~98(잘로몬 교향곡 1집), nos.99~104(잘로몬 교향곡 2집)~이 하이든 음악의 완숙미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94번 ‘놀람’, 102번 ‘시계’가 자주 연주되는 곡들인데, 특히 ‘시계’ 교향곡의 제2악장의 유려한 멜로디는 그의 소박하고 따뜻한 예술혼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입니다. 그가 작곡한 많은 현악 4중주곡들 중 op.76의 No.3 c장조나 op.77의 No.2 f장조 등은 균형과 절제, 뛰어난 형식미로 대변되는 고전주의적 음악 정신이 잘 표현된 걸작들이지요. 베토벤은 흔히 ‘고전주의 음악을 완성하고, 낭만주의 시대의 장을 연 작곡가’로 묘사됩니다.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가장 혁명적인 작곡가라고 일컬어지기도 하고, 자신의 인간적 고뇌를 음악을 통해 극복한 위대한 예술가로 추앙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의 영웅적 몸짓이 두드러지게 표현된 것이 그의 9개의 교향곡입니다. 1799년에 시작하여 1823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 생애의 거의 전 기간에 걸쳐 작곡된 이 교향곡들은 그의 음악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지요. 베토벤은 1802년 청각을 상실해가는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여 자살을 결심하고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던 나폴레옹의 위대한 정신에 매료되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작곡을 시작했다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작품 첫머리의 헌사를 찢어버리고 발표한 제3 교향곡 ‘영웅’, 운명에 맞서 싸워나가는 인간의 의지를 호른의 c장조 팡파르~제4악장의 도입부~로 표현한 제5 교향곡 ‘운명’, 시골 사람들의 전원적인 생활을 묘사한 제6 교향곡 ‘전원’, 그리고 제4악장에 4명의 독창자와 합창을 첨가하여 교향곡의 새로운 지평을 연 대규모의 제9 교향곡 ‘합창’ 등은 그의 교향곡들뿐 아니라 고전주의 시대의 모든 음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들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이 곡들 중 특히, 3번의 4악장, 5번과 6번의 2악장, 그리고 9번의 3악장을 한 번 감상해 보기를 권합니다. 베토벤의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음악의 성경’이라고 불립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는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 외에도 16번, 17번 ‘폭풍우’, 31번 등은 특별히 형식미가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세 작곡가의 작품들을 몇 마디 말이나 몇 줄의 글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그 작품들이 갖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서투른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작품 속에 담겨 있는 그들의 위대한 정신이나 우리 모두를 향한 따뜻한 목소리는 마음을 열고 그 음악을 진지하게 들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사로운 오후, 편안한 마음으로 향기 짙은 커피 한 잔과 함께 모차르트의 협주곡이나 하이든의 교향곡, 베토벤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여러분의 일상을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지요. 이상재 교수(나사렛대학교) 살며 생각하며 장애인, 지하철 그리고 이동권 심야 마작게임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츠네오’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새벽 퇴근길에 그 할머니를 목격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유모차에는 선천적 장애로 인해 다리를 쓸 수 없는 ‘조제’가 타고 있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조제’가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았던 할머니가 밤마다 몰래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켜주었던 것입니다. 훈남 대학생 ‘츠네오’와 4차원 은둔형 외톨이 ‘조제’는 이렇게 처음 만나게 되었고, 둘의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이는 제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내용이에요.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벌써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수많은 ‘조제’가 존재합니다. 이들이 경험하는 고립된 삶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경험하는 일상의 제약은 자신의 신체적 손상에만 기인하지 않습니다. 사회의 불편한 물리적 환경과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 그로 인한 차별, 배제, 억압이 거대한 벽이 되어 많은 이들의 자유로운 삶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벽은 오랫동안 견고히 쌓아 올려졌지만 우리 모두가 나서서 없애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지는 못했습니다. 장애인의 고립된 생활을 당연시하며 벽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들의 고통 어린 외침을 외면했습니다. 첫 만남 이후 ‘츠네오’는 순수하고 독특한 성격의 ‘조제’에게 마음이 끌렸고, ‘조제’ 역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는 ‘츠네오’에게 호감을 느끼며 둘은 가까워집니다. 낮에는 한 번도 집 밖을 나와 본 적 없는 ‘조제’는 ‘츠네오’가 밀어주는 유모차를 타고 처음으로 한낮의 강변을 신나게 달립니다. ‘조제’는 꿈에 나올 만큼 호랑이를 무서워하지만 좋아하는 ‘츠네오’와 함께라면 무섭지 않을 거라며 동물원을 찾기도 합니다. 앞으로 겪어야 할 냉혹한 삶을 받아들이는 듯 그렇게 호랑이와 마주합니다. ‘츠네오’의 손을 꼭 잡은 채로요. 약 20년 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개봉할 즈음 오이도역에서 일어난 장애인 노부부 리프트 추락사고는 장애인 이동권 운동의 촉발 기제가 되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지하철 선로 위로 내려왔고 목에 사다리를 걸고 쇠사슬을 둘렀습니다. 꽤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는 벽을 없애라고 사회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들은 두려웠지만 호랑이와 당당히 맞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츠네오’와 같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응원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을 비난하며 손가락질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장애인이 느끼는 벽의 높이가 낮아졌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수록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지만 장애인의 삶의 변화 속도는 더딥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광화문에서의 천막농성은 많은 이들에게 광화문의 이질적인 풍경으로만 인식됐을 뿐,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외침에 귀 기울이지 못합니다. 할머니가 태워 준 낡은 유모차 속 세상이 전부였던 ‘조제’는 ‘츠네오’와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서로에 대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갑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떠난 여행에서 보고 싶었던 물고기를 끝내 볼 수 없었지만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 속 모습을 상상하며 ‘조제’는 말합니다. “빛도 소리도 없는 깊고 깊은 바다에서 살고 있었어.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나는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 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 ‘조제’와 ‘츠네오’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며 이별합니다. 그리고 혼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외출한 ‘조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조제’는 자신이 길 잃은 조개껍데기가 될 거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밀어주어야 하는 유모차가 아니라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생활하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어항 속에 고립된 물고기도, 무리에서 낙오된 외톨이 물고기도 아닌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20년 만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조제’라는 짧은 제목으로 새롭게 리메이크되었습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운동 또한 20년 만에 다시 지하철역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장애인들은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거대한 호랑이와 다시 맞서고 있습니다. 훗날 사랑이 식어 이별하고 서로를 외면하게 될지라도 지금 우리는 호랑이를 마주하고 있는 ‘조제’를 위해 ‘츠네오’가 되어 손을 잡아주고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조제’가 깊고 깊은 바다 속 길 잃은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바다 속을 마음껏 유영하는 물고기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은 손을 잡아주어야 할 때입니다. 최국화 앵커(KBS) 문화재 이야기 삼강행실효자도 ‘삼강행실도’는 세종대왕의 지시로 편찬된 책으로, 삼강오륜의 실천을 중요한 윤리도덕으로 삼는 조선에서 국민 윤리 교과서적 성격을 갖는 교본인 동시에, 뒤이어 편찬한 행실도류 도서의 전범이 되는 책이다. 1434년(세종16)에 처음 편찬 간행할 때 ‘삼강행실효자도’ ‘삼강행실충신도’ ‘삼강행실열녀도’의 3부로 구성하고, 중국과 한국의 역대 인물에서 선정된 효자, 충신, 열녀 각 110명씩 330명의 사적을 정리한 부분과 이를 찬양한 내용을 담은 시와 찬을 수록했다. 이 가운데 ‘삼강행실효자도’의 시는 ‘효순사실’에 수록된 칠언절구(2수)를 옮겨 실었고, 찬은 ‘효행록’에 실린 이제현의 찬을 전재한 것이다. 이 두 책에 수록되지 않은 인물의 경우는 편찬에 참여한 집현전의 학사들로 나누어졌다. 조사 대상본의 목록에 수록된 110인은 중국의 인물이 89명이고, 한국의 경우는 신라 2명, 백제 2명, 고려 7명, 조선 11명 등 모두 22명이다. 이 책의 편집체제는 1명을 1판(장)에 배치하고, 접었을 때 앞면에 해당하는 부분에 표제와 함께 그림을 놓고, 뒷면에 해당하는 부분에 전기와 시찬을 배치하였다. 시찬과 문장은 모두 읽기 쉽게 백권점으로 단구되어 있다. 보물로 지정돼 있기도 한 이 책은 1434년(세종16)에 판각된 판목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출한 책으로 사료된다. 비록 4건의 탈락이 있기는 하나 전존본이 희귀하고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갖는다. 특히 조선전기의 서지학 연구 및 한문표점의 연구, 회화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