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65호 2021. 7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황희 발행일: 2021. 7.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212,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차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미술교육 앞장서는 ‘우리들의 눈’ 엄정순 디렉터 4 알짬 정보: 취약계층에 편의 제공하는 ‘열린관광지’ 공모 외 14 공감 정책: 7월부터 50~59세, 수험생 등 코로나19 예방접종 23 공감 현장: 장애인 바리스타 키우는 히즈빈스 커피 37 짧은 글 긴 여운: 슬기로운 여름생활 53 재활과 건강: 외상성 뇌손상 후 회복 62 이동우의 음악칼럼: 행복한 사람 70 살며 생각하며: 화면해설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84 문화재 이야기: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제121호)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미술교육 앞장서는 ‘우리들의 눈’ 엄정순 디렉터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으로 시각장애를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합니다” “하하 호호 시끌벅적 미술 시간 시끄럽긴 하지만 하하 호호 시끌벅적 미술 시간 재미있어요.” 즐거운 미술 수업을 표현한 동요 ‘미술 시간’의 노랫말이다. 하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시각장애인은 이 노랫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술은 다가가기 어려운, 난해한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은 이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여겼고, 시각장애인 또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 엄정순 디렉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대학 교수의 길을 마다한 채 당시만 해도 척박했던 시각장애인 미술교육 현장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면서 용기를 북돋웠고, 그 결과 많은 시각장애인이 눈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점차 미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작품을 창작한다. 단지 그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있을 뿐”이라며 “가능성, 이것이 ‘우리들의 눈’ 프로젝트를 지속한 가장 큰 비결이다”고 전했다. Q. 시각장애인 미술교육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한 맹학교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시각이 아닌 또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마주한다는 걸 깨달았죠. 비장애인이 눈으로 무언가를 볼 때, 시각장애인은 만지거나 향기를 맡고, 맛을 보거나 두들기면서 그것을 본다는 사실을요. 그러면서 ‘본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과 미술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습니다. 충주성모학교를 찾아가 제 의지를 밝혔고,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바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도예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저도 자연스레 진흙을 활용했습니다. 진흙을 만지며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진지하게 표현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Q. 그 일이 재단 창립으로까지 이어졌군요. A. 다른 맹학교에서도 수업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찾아왔고요. 사람이 모이고 수요가 늘어 1997년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우리들의 눈’을 발족했습니다. 맹학교 미술수업은 물론 미술관 투어나 전시회 개최도 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혔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책 등 교구 연구·제작, 미술 워크숍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눈’은 시각장애인 미술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술을 매개로 교류하고 탐구하는 ‘아트 랩’을 지향합니다. Q. 재단이 지향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십시오. A. 모든 활동에서 꼭 지켜야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전문성을 지닐 것, 둘째 섬세하게 교류할 것, 셋째 양질의 재료를 사용할 것입니다. 미술은 작품 완성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활동이죠. 마음껏 표현하려면 환경이 최상이어야 합니다. 양질의 재료와 다양한 교구, 여러 방법을 제시할 전문 예술인, 그리고 시각장애 학생의 시야에 공감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가령 피복선과 알루미늄 막대로 일상의 소품을 엮어내기도 하고, 도화지에 털실을 고정해 윤곽을 잡은 뒤 물감으로 색칠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저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온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걸 봅니다. 한번은 미술수업에 두 종류의 진흙을 가져간 적이 있었는데, 시각장애 학생들이 점성과 찰기, 냄새로 두 진흙의 차이를 인식하더라고요. ‘온몸이 곧 눈이다’란 표현이 딱 맞아요. Q. 다양한 연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맹학교 환경이나 시각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연계 활동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업에 도움이 되는 교구를 제작해 지원하는 서포터 역할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가령 ‘움직이는 궁궐’은 시각장애 학생들이 만질 수 있는 크기로 궁을 축소해 각종 건물을 옮겨볼 수 있게 한 조형 작품입니다. 교외 학습의 일환으로 9개 맹학교가 참여한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를 10년 이상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 미대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시각장애 학생 두 명이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차츰 진학률이 증가하리라 확신합니다. 신발 브랜드 반스와 시각장애인 디자이너의 작품이 들어간 운동화도 출시했습니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장애예술인 지원사업에 쓰일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20~30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미술 강좌를 기획했습니다. 시각장애 강사도 양성할 계획입니다. 몇 년 안에 맹학교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하는 시각장애 강사가 등장할 겁니다. 아쉬운 점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으로 맹학교 미술수업이 중단된 겁니다. 감염 위험으로 인해 외부인의 학교 출입이 금지되니 어쩔 수 없었어요. 미술수업을 유난히 좋아하는 학생들이 떠올라 안타깝더라고요. 빨리 상황이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Q. 예술가를 꿈꾸는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보이는 것만을 표현하는 게 예술의 전부가 아닙니다. 봤어도 놓치고 지나쳤던 무언가를 담아내는 게 중요해요. 비장애인이 넓은 세상을 담는 대신 얕게 본다면, 장애인은 한정된 범위 안에서 좀 더 깊은 면까지 더듬어 헤아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장애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제3의 눈’입니다. 미술은 감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고요. 시력과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여러분과 함께 작업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취약계층에 편의 제공하는 ‘열린관광지’ 공모 외 01. 취약계층에 편의 제공하는 ‘열린관광지’ 공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7월 30일까지 ‘2022년 열린관광지’를 공모한다.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등 이동 취약계층의 관광지 내 이동 불편을 해소하고, 관광지점별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관광지점별로 이용시설, 편의시설, 주요동선, 경사로 등을 직접 현장에서 점검하고 관광지 본연의 매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열린관광지로 선정되면 전문가 맞춤형 컨설팅, 경사로 및 보행로와 이용·편의시설 등의 인프라 개·보수, 체험형 관광콘텐츠 개발, 취약계층 대상 나눔여행, 관광지 종사자·공무원 대상 무장애 인식개선 교육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번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www.mcst.go.kr)와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44-203-2000 02. 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서체 공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유니버설디자인 서체인 ‘KoddiUD온고딕’을 무료로 배포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나이·장애·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한 디자인이다. 장애인개발원은 기존 서체를 분석해 오독의 여지가 높거나 인지상의 문제가 있는 글자를 조사했다. ‘KoddiUD온고딕’은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인쇄용으로 익숙한 명조꼴의 편안한 손맛을 응용해, 고딕글꼴임에도 가독성 높게 디자인됐다. 장애인개발원 홈페이지(www.koddi.or.kr)에서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장애인개발원은 사용성을 확장하기 위해 더 굵은 서체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문의 02-3433-0600 03.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고용 통계조사 실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와 ‘장애인고용패널조사’ 등 2종의 통계조사를 진행한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는 장애인 고용률과 실업률 등의 국가통계지표를 생산하고, 장애인 고용정책 대상의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것이다. 무작위로 추출된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7월 11일까지 실시한다. 장애인고용패널조사는 매년 동일한 대상의 추적조사를 통해 장애인 경제활동과 관련된 동태적 통계자료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2016년 구축된 4,577명을 대상으로 오는 8월 말까지 실시한다. 공단 관계자는 “올해 조사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장애인 경제활동의 변화와 영향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을 다수 포함하는 등 시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문의 1588-1519 04. ‘시각장애인 보행지도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승격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보행을 지도하는 보행지도사가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승격됐다. ‘보행지도사’는 흰지팡이를 사용해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보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전문 자격이다. 보행지도사 자격검정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 합격해야 자격증이 발급된다. 필기시험은 보행이론, 보행지도법, 시각장애의 이해 등 세 과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과목에서 40점(100점 만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보행기초기술, 지팡이보행기술, 실외보행기술 등 세 과목으로 구성된 실기시험 또한 평균 6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제1회 국가공인 민간자격 보행지도사 자격검정시험은 7월 중순 실시된다. 문의 02-799-1000 05. 시각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점자 항균패치 출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항균패치가 출시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부분의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항균패치가 부착됐으나, 항균필름이 엘리베이터 점자를 가려 많은 시각장애인이 불편을 호소해 왔다. 이번에 출시된 점자 항균패치에는 구리섬유가 사용돼 항균 및 항바이러스 효과를 더욱 높였다. 또한 엘리베이터 층별 버튼마다 탈부착할 수 있게 제작돼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낭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제품을 개발한 (주)단텍스타일은 구리섬유 관련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한 회사다. 점자 항균패치도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특허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구리섬유 마스크도 개발해 국내외에 납품하고 있다. 06.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학생 대상 진로멘토링 수업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수업을 진행했다. 장애인 진로멘토단은 유튜버, 소프트웨어개발자 등 장애학생의 희망진로와 최신 취업동향을 반영해 장애 유형 및 직업분야별로 선정됐다. 시각장애(7명), 청각장애(7명), 지체장애(7명), 발달장애(14명) 등 총 35명의 진로멘토단은 취업 준비 단계부터 실제 근로하며 느끼는 점을 공유했다. 공단 관계자는 “고용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할 뿐 아니라 학령기 장애학생에게 직업과의 연관성이 높은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격영상 진로멘토링 수업이 문화·예술, 체육, IT 등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문의 1588-1519 공감 정책 7월부터 50~59세, 수험생 등 코로나19 예방접종 - 1차 접종자 7월부터 야외 ‘마스크 해방’ 7월부터 50대와 고등학교 3학년을 비롯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및 교사 등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는다. 하반기부터 18∼59세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먼저 예방접종을 받을 대상이 정해진 것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김기남 접종기획반장은 “우선적으로 7월에 먼저 50~59세 그리고 고3 및 수능 수험생, 초·중·고교 교사 등에 대한 접종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방식은 현재 60세 이상 74세까지와 같이 본인이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고 원하는 날짜와 원하는 의료기관, 접종 기관을 선택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종교활동, 실외 다중시설 이용 자유롭게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진행 상황에 따라 3단계로 방역 조처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예방접종을 받고 면역을 형성한 사람들이 일상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혜택) 성격이 크다. 앞서 6월부터 시행된 1단계 조처에선 1차 접종자에 대해 8인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 기준에서 제외했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7월부터 접종자들은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전 국민 70% 접종이 달성되면 12월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6월 1일부터 예방접종을 한 차례 이상 받은 사람은 직계가족 모임이나 노인복지시설 운영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조처가 완화됐다. 이에 따라 1차 예방접종 후 14일이 지난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까지 끝내고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는 현재 8인까지 제한된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됐다. 현재 직계가족은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만약 조부모가 접종을 받았다고 하면 최대 10명까지, 직계가족 내에 5명이 접종을 완료했다면 최대 13명까지 모일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이처럼 접종자를 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하면 추석 연휴에 더 많은 가족이 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차 접종자와 접종 완료자에게는 국립공원 등 주요 공공시설의 입장료·이용료 등을 할인·면제하거나 우선 이용권을 제공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등 인기가 많은 문화재 특별 관람행사에서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등 지자체나 민간에서도 접종자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권장하고 고령층 접종률이 높은 지자체의 방역조처 조정 권한도 확대해주기로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민간 부문에서도 접종 완료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적극 실행해준다면 코로나19 조기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9월 말 이후 방역 기준 전면 재조정 전 국민의 25%인 상반기 1,300만 명 1차 예방접종이 완료된 이후인 7월부터는 2차 방역조처 시행에 들어간다. 2차 방역조처에선 접종 완료자의 경우 5인 또는 9인(일부 지자체) 등 사적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돼 소모임과 추석 명절 가족 모임 등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1차 접종자는 실외 이용 인원 기준에서 제외되고 접종 완료자는 실내외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스포츠 관람, 영화관에서 접종 완료자로만 구성된 별도 구역에서 음식 섭취와 함성 응원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2차 방역조처부터는 1차 접종자와 접종 완료자에게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된다. 공원과 등산로 등 실외 공간에선 마스크 없이 산책과 운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다수가 모이는 실외 집회·행사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전 국민의 70% 이상 1차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9월 말 이후에는 예방접종률과 방역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칙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간다. 전 국민 예방접종률 70% 수준이 달성되는 12월 이후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 낮아지는 추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현재까지 신고된 이상반응 의심 사례 분석결과에 대해 설명하며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은 접종 초기에 비해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사망자 현황은 신고 당시 기준으로 148명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0명, 화이자 백신이 88명”이라며 “백신별 10만 명 접종당 사망신고율은 유사했고 영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전체 예방접종 553만 건 중 이상반응을 신고한 비율은 0.44%였다”면서 “신고된 사례의 대부분인 95.3%는 근육통·두통 등의 일반 이상반응 사례였으며 나머지 4.6%는 사망,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등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신고율이 높았고, 연령대로는 18~29세가 2.5%로 가장 높았다”며 “7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이상반응 신고율이 0.15%로 낮았다”고 말했다.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0.81%, 화이자 백신이 0.18%의 신고율을 보였다. 2차 접종이 본격화된 화이자 백신의 경우 2차 접종 후 신고율이 높았고 연령이 낮을수록 2차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이 높았으나 75세 이상에서는 1차와 2차 예방접종 후 신고율이 0.15%로 유사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현재까지 60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백신 예방접종 효과를 분석한 결과 1차 예방접종을 한 경우 감염 예방 효과는 89.5%로 나타났다”며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예방접종 효과가 거듭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60대가 89.5%, 70대가 91.3%, 80세 이상에서 90.3%의 감염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면서 “예방접종 후에 감염이 됐더라도 사망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어 사망에 대한 예방접종 효과는 10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접수 한편 정부는 저소득층에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올해 12월 31까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접수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바우처는 동·하절기 냉·난방을 위한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는 사업으로, 2021년에만 70만여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는 행정복지센터 방문이 어려운 대상자의 신청 편의를 위해 복지로(online.bokjiro.go.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는다. 지원 대상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중증·희귀·중증난치성 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가정위탁보호 아동 포함)이 포함된 가구 등이며 지원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므로 올해부터 가구원 수 구분을 3인 이상에서 3인과 4인 이상으로 조정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인 외국인이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표기된 경우 에너지바우처 세대원에 포함해 지원한다. 여름 바우처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겨울 바우처는 10월 6일부터 2022년 4월 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여름 바우처 사용 후 잔액은 겨울 바우처로 사용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책 담당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이 감소한 취약계층의 에너지 요금 부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에너지바우처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대상자가 없도록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에너지바우처 콜센터(1600-3190) 및 에너지바우처 홈페이지(www.energyv.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공감 현장 장애인 바리스타 키우는 히즈빈스 커피 - “도전과 자활의 희망 담은 커피 맛보세요”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한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부 층고가 높은데 실내가 전면 창으로 돼 있어서 창밖으로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가 보였다. 커피숍 히즈빈스에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세계커피대회(COE)에서 1위를 차지한 게이샤 원두 가운데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원두를 쓴 커피다. 카페라테를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블루베리 향과 싱그러운 포도 향, 마지막에는 캐러멜의 단맛이 우유와 함께 느껴졌다. 가격은 5,000원. 게이샤 원두를 쓴 커피치고는 저렴하다. 이곳의 특징은 일하는 사람들이다. 히즈빈스는 장애인 직업인을 양성하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커피 브랜드다. 전체 직원 100명 중 60여 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대다수 전문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로 서울·포항 등 전국 16곳의 매장에서 일한다. 그러나 매장을 둘러봐도 ‘장애인 고용 기업’이라는 표식이 눈에 띄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장애인 고용 기업을 지향했을까? 향기내는사람들의 이민복(44) 공동대표, 바리스타 김정수(50) 씨를 히즈빈스 성수점에서 만났다. - 대부분 정규직에 직업유지율도 높아 이민복 대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구별된 공간 속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라는 공간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대면하는 실험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히즈빈스의 장애인 사원은 대부분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다. 정신장애인의 고용 현황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2020년 5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NMHC 정신건강동향’에서 정신장애인의 고용 현황을 밝혔다. 2019년 전체 인구의 15세 이상 고용률은 61.5%인데 장애 인구 고용률은 34.9%다. 장애 유형별 고용률을 보면 정신장애는 11.6%로 전체 장애 유형 중에서도 가장 낮다. 장애 유형 가운데 낯선 개념인 정신장애인에 대해 이 공동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신장애의 한 유형인 조현병은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습니다. 원인은 현대의학에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사람도 있고 어릴 때 학대나 충격을 받았던 사람도 있어요. 감정의 기복이 좀 있는 편이지만 카페 메뉴를 숙지하는 등 일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장애인은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인데 히즈빈스에서는 대다수가 정규직 사원이다. 3개월 이상 직업유지율이 90%를 넘는다. 이 대표는 비결을 ‘다각적 지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다각적 지지 시스템은 히즈빈스가 2018년 특허 출원한 장애인 고용 위탁 관리 시스템이다. “(장애인의) 3개월 직업유지율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0%, 히즈빈스는 90%가 넘어요. 저희는 장애인 직원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히즈빈스는 일하다가 포기하고 싶은 감정이 오더라도 다각적으로 지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현장에 매니저가 있고 본사에 카페 사업 담당자,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가 얽히고 설켜서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을 돌보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필요한 시스템입니다.” - 가상현실 도입해 업무 숙련도 높여 성수점에는 장애를 가진 바리스타 네 명과 비장애인 매니저 한 명이 더불어 일한다. 매니저는 업무일지를 쓰는데 커피와 관련된 업무 외에도 바리스타가 약은 제시간에 챙겨먹는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전문 상담이 필요하면 사회복지사가 바리스타를 돕는다. 그 외에 업무 교육 과정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해 반복 학습을 한다. 실제 카페와 같은 가상현실을 구축해서 주문 받기, 음료 제조 등을 연습할 수 있어 업무 적응 기간이 줄어든다. 바리스타들의 근무 환경은 어떨까? 김정수 씨는 바리스타로 일하기 전에 구청에서 공공근로를 했다. 고정적인 일자리는 아니었다. 과거에 한 식당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두 달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히즈빈스 바리스타 채용 공고를 접했다. 김 씨는 면접 당일을 회상했다. “조현병·정신건강 환자 모임에 나갔는데, 그곳 팀장님이 제게 직업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권했어요. 히즈빈스를 소개해준 것이죠. 첫 면접을 보던 날이 기억납니다. 히즈빈스 성수점은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 있는데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으로 착각해 첫날부터 지각을 했어요. 무척 긴장했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미리 따놓았습니다.” 그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김 씨는 “첫 면접에서 ‘피해망상 때문에 인간관계가 힘들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관계 안에서 의식적으로 이겨내고 있다. 동료 선생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퇴근하면서 늘 ‘오늘 더 잘할걸’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내일 더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기대도 한다. 그는 “커피를 좋아해 항상 집에서 드립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데 매장에서 만드는 커피는 내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한테 주는 거다. 그래서 더 잘 만들어야 하고 손님들이 맛있게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맛있다는 평을 들으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가 만든 카페라테의 풍미가 좋았다고 하자 그는 수줍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 “커피숍이 서로 이해하는 창구 됐으면” 히즈빈스는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히즈빈스가 추구하는 것은 전문성이다. 장애인이 전문가로 성장하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높아지길 원한다. 히즈빈스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 중에는 매장에서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뿐 아니라 커피 원두를 볶는 로스터로 일하는 직원도 있다. 이 대표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단계가 첫 번째라면 두 번째 단계는 그들이 그만두지 않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카페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소통의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히즈빈스에 가면 장애인이 만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히즈빈스 매장은 국내에 16곳, 해외에 1곳에 있다. 코이카와 밀알복지재단, 히즈빈스가 협업해 필리핀 마닐라에도 매장을 냈다. 국내 1호점은 창업자인 임정택 대표가 2008년 개업한 경북 포항의 한동대점이다. “히즈빈스 한동대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지금은 그만둔 어떤 직원이 있었어요. 한 손님이 그 직원을 콕 지명해서 커피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대요. 그 직원이 만들어야 커피가 맛있다고 하면서요. 그때 그 직원의 나이가 43세였는데, 그 말에 어깨가 올라가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표가 말을 이었다. “사회에 쉽게 나오지 못하던 분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엄청난 도전이죠. 그런데 자기가 만든 커피가 너무 맛있다는 인정을 받은 후 병세가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약을 그렇게 먹어도 낫지 않던 병이었는데 일터에서 삶이 회복되는 경험을 한 거죠. 커피숍 매니저들도 처음에는 장애인 직원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다가 나중에는 그들로부터 격려와 위로를 받는답니다. 커피숍이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그런 공간이 되는 것이죠.” -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업에도 해법 제시 히즈빈스는 질 좋은 커피숍을 추구한다. 게이샤 원두 중에서도 높은 등급인 G1, G2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질을 높여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좋은 커피가 나오려면 좋은 원두와 더불어 로스팅을 잘해야 하는데 히즈빈스는 웰던 로스팅 기법을 사용한다. 솥에 있는 원두를 뜨거운 기운으로 완벽히 로스팅하는 기법이다. “원두 선별과 로스팅 등 일련의 과정으로 특허를 냈습니다. 자체 로스팅 공장도 포항에 두고 있고요. 2020년에 SK스토어 홈쇼핑에서 세 차례 콜드브루 제품을 판매했는데 모두 반응이 좋았고, 2021년에는 GS홈쇼핑에서도 판매할 계획입니다.” 히즈빈스는 사회적기업이다. 그러나 딱히 커피숍 내부를 둘러봐도 사회적기업이라는 알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사회적기업 인증도 2020년에야 받았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 어느 순간 주저앉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전했다. 히즈빈스는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업에도 해법을 제공한다. 사내에 히즈빈스 커피숍을 설립하도록 돕고 위탁 운영을 맡아 장애인 고용과 직업교육 등을 책임진다. 장애인고용의무제도는 국가·지방자치단체와 50명 이상 공공기관, 민간기업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못 채우는 기업은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반면 히즈빈스를 사내 카페로 운영하면 고용부담금을 감면받고 카페 매출도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장애인 직원은 해당 기업에 직접 고용된다. 현재 히즈빈스 16개 매장 중 절반이 고용의무제를 해결하는 가맹점이다. 애터미, 와디즈, 롯데건설, 포항세명기독병원, 안양샘병원, 부천예손병원 등이 히즈빈스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짧은 글 긴 여운 슬기로운 여름생활 대자리 깔고 적삼으로 바람 맞고 누웠는데 꾀꼬리 서너 소리에 그만 꿈이 깨었다 빽빽한 잎에 가려졌던 꽃이 봄이 지났지만 남아 있고 엷은 구름 사이로 나온 햇볕이 비 속에서 오히려 밝구나 - 이규보 ‘하일즉사(여름날의 풍경)’ 고려 중기 문인 이규보가 지은 한시로, 여름의 정경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시에서처럼 봄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여름이 찾아오더니 삼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립니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켜고 눕자니 전기요금이 두렵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그 옛날, 선조들은 어떻게 여름을 견뎠을까요? 한복과 버선, 갓… 생각만 해도 등줄기에 땀이 흐릅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는 여덟 가지 피서법이 나와 있습니다. 깨끗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뛰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 동쪽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가 그것이지요. 여덟 가지 모두 자연을 벗 삼아 어떤 일에 몰두하는 방법입니다.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투호 때문에, 떠오르지 않는 시상 때문에 순간 괴로울 법도 하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는다면 더위가 잠시 잊힐 듯도 합니다. 현대인은 국내외 여행지로 떠나거나 호텔·리조트 등지에 머물면서 휴식을 즐기곤 합니다. 여름휴가를 위한 적금을 들기도 하죠. 선조들은 어땠을까요. 여름은 결코 한가한 계절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라는 속담이 있겠습니까. 무더위와 장마를 견디고 극성스런 모기 떼와 싸우며 일한 까닭은 여름이 한해 농사의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하다가 원두막에 잠시 누워 참외, 수박 등 여름 과일을 먹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선조들은 ‘바람 빗질’이라고 해서 바람이 잘 부는 산에 올라 상투를 풀어 헤치고 바람을 맞았습니다. ‘탁족’이라고 하여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요. 탁족은 “창랑의 맑은 물로는 갓끈을 씻고, 창랑의 흐린 물로는 발을 씻는다”는 맹자의 말에서 비롯되었는데, 온도에 민감한 발만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이치가 반영된 피서법입니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도 “삼청동 남북계곡에서 발 씻기 놀이를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농부들은 옷을 훌훌 벗고 개울에 들어가거나 등목을 했습니다. 우물가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등허리에 부어주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농경의 바쁜 시기를 마치면 마을 사람들끼리 인근 시내로 물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이를 ‘천렵’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 중기 화가 정세광의 ‘수증도’에는 강에서 헤엄치고 고기를 잡고, 그것으로 매운탕이나 어죽을 끓여 먹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집에서는 몸을 최대한 편히 하는 것으로 더위를 이겼습니다. 부채는 여름의 대표적 소품입니다. ‘부치는 채’라는 의미의 부채는 ‘삼국사기’ 견훤조에 “견훤이 고려 태조에게 공작 깃으로 만든 부채 공작선을 보냈다”는 기록으로 남아 있어요. 더위를 쫓기도 하고 햇빛 가리개로 써도 그만이었죠. 팔은 좀 아프지만 등골 서늘한 에어컨이나 선풍기와는 다른 살랑거림에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겁니다. 부채는 훗날 여인들이 멋을 낼 때 쓰거나 공연을 할 때 사용되었습니다. 한옥은 처마가 길어 햇빛이 직접 방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는데요, 선조들은 그늘이 있는 곳에 평상을 놓고 돗자리를 깐 뒤 낮잠을 잤습니다. 대나무 줄기를 엮어 만든 원통형의 죽부인을 껴안고 자면 서늘한 대나무의 기운 덕분에 쉽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아 후덥지근할 땐 속옷 적삼 밑에 등거리를 입기도 했습니다. 등거리는 베나 무명, 등나무로 만든 조끼입니다. 슬기로운 여름나기를 위해서는 보양식이 필수입니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의 자세로, 삼복에는 삼계탕, 장어탕, 개장국 같은 뜨거운 음식을 먹었습니다. 폭염에는 밀전병이나 메밀국수, 콩국수 등 찬 음식을 먹었지요. 일부 계층은 얼음 저장 창고 석빙고에서 ‘빙표’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겨울에 강이 얼면 얼음을 잘라 석빙고에 보관해두었다 요긴하게 쓰곤 했지요. 장빙제 같은 제사를 지낼 정도로 얼음 저장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선조들의 여름나기를 정리하다 보니 강제로 더위를 식히거나 그럴 듯한 멋진 곳을 물색한 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덥다”, “습하다”며 야단법석을 떤 건 아닌가 싶습니다. 올여름은 부채와 죽부인을 이용해 더위를 벗 삼아 지내봐야겠습니다. 김수정 기자 재활과 건강 외상성 뇌손상 후 회복 ‘외상성 뇌손상’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주인공이 머리를 세게 부딪치거나 둔기로 가격당한 후 한동안 깨어나지 못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회복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외상성 뇌손상은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한 뇌 손상을 말합니다. 가벼운 손상부터 심한 경우에는 의식을 잃은 기간이 상당히 지속될 수 있지요. 의식이 돌아오더라도 곧바로 평소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비교적 특징적인 회복경과를 보입니다. - 뇌손상 회복 과정 바르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국내에서도 외상성 뇌손상은 상당히 높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만 명당 475명의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했습니다. 70세 이상 고령에서는 외상성 뇌손상 발생이 점차 증가합니다. 낙상 위험이 높아 외상성 뇌손상 발생 또한 증가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외상성 뇌손상 환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회복하며, 또한 환자 가족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외상성 뇌손상을 입으면 부위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과 행동이 나타납니다.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회복 과정을 이야기할 때는 대개 ‘란초 로스 아미고스 척도’(이하 란초 척도)를 이용합니다. 란초 척도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란초 로스 아미고스 국립재활센터에서 뇌손상 회복 과정을 관찰하면서 개발한 척도입니다. 총 8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1단계부터 3단계는 의식장애가 있는 상태입니다. 말을 걸거나 자극을 주어도 깨어나지 못하는 무반응 상태인 1단계, 잠자는 것처럼 보이나 깨어 있는 시간도 종종 관찰되고 소리, 움직임, 접촉 등에 반응을 보이는 2단계, 깨어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자극에 반응하거나 간단한 지시를 따를 수 있는 3단계로 나뉩니다. 이들 단계에서는 잦은 체위 변경, 구강 관리, 적절한 경관식이 유지 등을 통해 욕창, 감염 등의 합병증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의식의 회복을 돕기 위해 환자에게 익숙한 음악이나 소리, 사진 등의 시청각적 자극을 제공하고, 의사는 아만타딘(amantadine)과 같은 경구약제 투여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란초 1~3단계에서 벗어나 주위 상황을 인지하면 환자가 비로소 ‘깨어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위 환경을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거나 반응 정도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는 란초 4단계에 해당합니다. 환자는 외부 환경에 반응해 울고, 소리치고, 비명을 지르거나 팔을 흔들고, 침대 안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공격하거나 의료용 튜브를 빼고, 병상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나려고도 합니다. 대화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거나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 섞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환자 가족들이 매우 당황하고 의료진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이는 회복의 징후입니다. 더 이상의 사고 발생에 주의를 기울이고 편안한 환경을 유지하며, 여러 자극이 동시에 제공되는 상황은 최소화하는 게 좋습니다. 행동 조절이 어렵거나, 환자 본인이나 주위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을 땐 항정신성 약물 등의 진정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란초 4단계를 벗어나면 점차 적절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는 란초 5~6단계에 이릅니다. 흥분된 반응은 줄어들지만 성적인 언행을 하거나 부적절한 식사 예절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기억력 및 주의력 손상이 흔하게 관찰됩니다. 새로운 정보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성격의 변화가 관찰되면서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환자가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에 대해 적절한 단서들을 제공, 스스로 기억해내도록 돕는 게 좋습니다. 규칙적인 일과를 만들어 스스로 수행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8단계에 이르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복잡한 업무를 동시 다발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가족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외상성 뇌손상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발생합니다. 회복 과정에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힘든 상황을 겪습니다. 환자마다 회복 과정과 속도가 다르지만 빠른 치료를 통해 뇌 손상을 최소화하고, 이후 적극적인 재활을 진행하면 사회 복귀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공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원석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동우의 음악칼럼 행복한 사람 그대 사랑하는 난 행복한 사람 잊혀질 때 잊혀진대도 그대 사랑 받는 난 행복한 사람 떠나갈 때 떠나간대도 어두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그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어두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그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 이문세 ‘나는 행복한 사람’ 전문 1988년 저는 전기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감에 시달렸습니다. 움츠러드는 몸과 마음을 도무지 추스를 수가 없었습니다. 먹고 싶지도 않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말하기도 싫고 누구를 만나기도 싫었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였기 때문에 남을 탓하거나 원망할 수도 없었습니다. 후기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나 아니면 전문대 진학을 염두에 두어야 하나, 재수를 해야 하나… 내키지 않는 선택지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명문대에 합격한 친구가 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였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친구와 전혀 다른 기분일 게 분명하니까요. 친구 앞에서 작아지는 것도 싫었고, 그게 티 날까 싶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동우야, 아무 생각 말고 가자. 우리 같이 가자. 너 말고는 그 누구와도 가고 싶지 않아. 너라도 그러지 않았겠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진심이 느껴지는 담백한 부탁이었지요. 저는 여행 가방을 꺼냈고 생각을 비웠습니다. 잊자, 모두 잠시 잊고 일단 가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목적지는 하의도.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기차로 여섯 시간, 다시 배를 타고 네 시간을 가야 하는 멀고도 먼 외딴섬이었습니다.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지금 한가로이 여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혹시 떠나고 나서 불편한 내 마음이 더 가중되는 것은 아닐까? 다녀온 이후로 후회만 남으면 어떡하지?’ 목포행 기차에 친구와 나란히 몸을 싣고 까만 차창 밖을 내다봤습니다. 흔들리는 기차는 흔들리는 마음으로 가득한 저를 태우고 달렸습니다. 워낙 말수가 적은 친구이기도 했지만, 제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친구는 그저 묵묵히 책만 읽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얘가 나에게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한 건 친구로서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풀죽은 나와의 여행이 뭐 즐거울 게 있다고…. 눈치보고 말 조심해야 하는 여행이 될 게 뻔하잖아. 내가 끝까지 여행을 안 가겠다고 해주길 바라지는 않았을까?’ 점점 불필요한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사방으로 흩어져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날뛰었습니다. 정말 의무감 때문이었다면, 제가 미안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도무지 잡을 수 없어서 시선을 돌리다가 친구가 읽는 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무슨 책이야?” 친구는 유달리 책을 좋아했습니다. 제게 좋은 책을 자주 선물해주었고, 친구 덕분에 자연스레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축구나 농구를 밥 먹듯이 하는 여느 친구들과 달리 우린 거의 날마다 등산을 했습니다. 서로의 집이 가까워서 틈만 나면 우면산에 오르곤 했었지요. 꼭대기에 오르면 한두 시간 정도 너른 바위에 앉아 수다를 떨었습니다. 책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고민도 나누면서 미래의 꿈을 응원해주었습니다. 친구는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딱히 하고 싶은 공부도 없고, 갖고 싶은 직업도 없었습니다. 그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제일 좋았지요.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친구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저는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에게 진심을 잃지 않았고, 만나면 조금씩 성장한 서로를 확인하며 대견스러워했습니다. 대학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나누었고 응원했습니다. 친구는 제게 멋진 뮤지컬 배우가 될 거라 믿는다며, 연극영화과에 꼭 붙을 거라고 했습니다. 기차에서 친구와 저는 다른 처지와 입장이기에 어색한 간격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기차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친구는 책을 덮어 제목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타니 슬라브스키의 <배우수업>이었습니다. “네가 왜 그 책을 읽어?” 멍청하고 졸린 표정으로 다시 묻자 친구가 말했습니다. “동우야, 난 네가 서울예전에 가면 좋겠어. 거기가 너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 학교 분위기가 틀림없이 너와 잘 맞을 거야. 너도 재밌어할 것 같아. 서울예전 시험을 보는 건 어때?” “그거랑 네가 읽는 그 책이랑 무슨 상관인데?” “너의 졸업 작품을 보면서 나도 연극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너도 알지? 옛날 유명한 희극작가들 중에는 철학자들이 아주 많았잖아. 난 철학 이외에도 연극 공부도 하고 싶어. 넌 서울예전에 꼭 합격할 거야. 나는 네가 출연하는 작품은 다 보러 갈 거야. 친구가 나오는 연극인데 뭘 좀 알고 가야할 거 아니겠어?” 이렇게 말하더니 허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것입니다. 저도 피식 웃으며 까만색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왠지 여행 오길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날뛰던 원숭이들이 차분히 걷는 듯했고, 흐트러진 마음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은 설렘으로 서서히 변해갔습니다. 친구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제 손에 한가득 담아 주었습니다. “엄마가 까줬어.” 군밤이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밤 기차 안에서 먹는 군밤이 왜 따스하게 느껴졌을까요. 마실 것도 없어 캑캑거렸지만 곧 낄낄거리며 웃었습니다. 우리는 철학의 섬으로, 연극의 무대로 어느덧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 뱃멀미로 토하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도착한 하의도. 우린 어느 작은 성당의 텃밭에서 수녀님의 일손을 도우며 감자를 얻어먹었고, 그물 손질을 하는 어부 아저씨의 심부름을 하며 듣도 보도 못했던 회무침도 맛보았습니다. 집집마다 아주머니들이 손짓을 하셨고, 인사를 드리면 밥상을 한가득 차려 주셨습니다. 한 할아버지께서 물으셨습니다. “여긴 왜 왔는가?” “이 친구는 대학에 붙어서 왔고요, 저는 떨어져서 왔습니다.” 그러자 우리에게 막걸리 한 사발씩을 나눠 주셨습니다. 우린 그걸 받아 마시고는 취해버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가서 힘차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태훈이 사랑하는 난 행복한 사람 / 잊혀질 때 잊혀진대도 / 동우 사랑 받는 난 행복한 사람 / 떠나갈 땐 떠나간대도 / 어두운 창가에 앉아 / 창밖을 보다가 / 친구를 생각해 보면 /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여행에서 돌아와 저는 곧장 시험 준비를 했고, 서울예전 연극과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작품을 올릴 때마다 친구는 객석 어딘가에 앉아주었습니다. 함께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다녔고, 친구는 철학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얻고 상실하며 살아갑니다. 기대하고 실망하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아무리 절규하고 통곡을 해도, 눈물이 마르고 나면 또다시 무거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만약 어디론가 여행을 할 계획이 있다면, 떠날까 말까 망설인다면, 그냥 떠나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진 땅 외딴 하늘 아래 작은 섬 혹은 소박한 마을 어귀로 친구 손잡고 떠나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미국 시애틀에서 단란하고 소박하게 살고 있는 친구를 가끔씩 생각합니다. 저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동우(가수 겸 코미디언) 살며 생각하며 화면해설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 우리는 어떤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가?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음성 매체를, 비시각장애인이라면 영상 매체를 꼽을 것이다. 최근 시각장애인이 영상 매체에서 정보를 얻거나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음성으로만 전달 가능한 매체는 서서히 사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각장애인은 자연스레 영상에 화면해설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내에 화면해설이 도입된 시기는 2002년으로, 화면해설이 처음으로 삽입된 프로그램은 ‘전원일기’다. 국내에 화면해설이 도입된 지 벌써 19년이 지났지만, 화면해설이 포함된 영상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시각장애인도 많을 듯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변할 정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화면해설이 삽입된 영상물이 조금씩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드라마에만 국한됐던 화면해설 삽입 프로그램이 영화, 예능, 뉴스 등으로 확대됐고,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영상물에 화면해설 삽입이 의무화돼 있다. 시각장애인이 주인공인 유튜브 영상에서도 화면해설이 삽입된 걸 보면 격세지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를 발견하고, 단숨에 그 드라마를 모두 시청했다. 드라마의 제목은 ‘무브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다. 이 드라마는 국내 1세대 유품정리사인 김새별의 논픽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드라마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와 그의 후견인 상구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한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궁금한데다 인기차트 상위권에 랭크돼 있어 선택했으나, 이 드라마에 화면해설이 삽입되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가진 그루가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인생이 꼬일 대로 꼬여 거칠어진 상구를 만나 아버지와 진행했던 유품 정리를 해나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묵직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처럼 내가 드라마의 줄거리를 잘 정리할 수 있는 건 화면해설이 삽입돼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해설이 삽입되지 않았다면 드라마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령 유품정리사들이 경건하게 유품을 정리할 때, 그루가 유품을 정리하다가 돌아가신 분의 마음을 읽으려고 그 유품에 담긴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 그루가 좋아하는 물고기인 가오리가 담긴 아쿠아리움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영상에선 거의 아무 대사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돌아가신 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유품이 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데 화면해설이 없다면 시각장애인은 “대체 이 드라마 뭐가 재미있다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에는 비언어적 표현과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이 다수 포함돼 있다. 화면해설이 시각장애인의 영상 콘텐츠 시청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얼마 전 지인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내 눈에 펼쳐져 있는 장면만 해도 100개가 넘는데 그 많은 화면해설을 어떻게 다 할까?” 그렇다. 1초 안에 지나가는 60장이나 되는 이미지 안에는 무수히도 많은 장면이 들어 있다. 더욱이 화면해설은 대사가 없는 빈 공간에 넣어야 하기에 화면해설은 상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아무리 드라마를 화면해설과 함께 즐긴다고 할지라도 놓치는 장면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해설은 꼭 필요하기에 이런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화면해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꼽아보겠다.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아마도 시각장애인이 좀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화면해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첫 번째는 ‘선택’이다.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장면이 꼭 있다. 그 장면 중 가장 눈에 잘 띄는 장면을 우선 해설하는 게 시각장애인이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이나 멀리 보이는 장면, 눈에는 띄지만 이야기와는 무관한 장면이라면 굳이 화면해설 대본에 넣을 필요는 없다. 두 번째는 ‘집중’이다. 장면의 선택을 아무리 꼼꼼하게 잘한다 해도 화면해설에서는 이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대사가 없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해설을 붙이다 보면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장면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땐 화면해설을 읽는 내레이터가 그 분위기를 적절한 톤으로 전해줘야 한다. 영상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에 맞는 목소리로 화면해설 대본을 전해준다면 시각장애인의 콘텐츠 몰입도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영상 콘텐츠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초고속 광랜 속도를 구현할 가능성이 높은 5G, 기가 인터넷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10기가 인터넷이 구축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품질의 영상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에게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에 화면해설을 삽입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화면해설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긴다. 좀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화면해설 콘텐츠를 접하고, 화면해설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 발전하고, 더 많은 영상에 화면해설이 삽입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영상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길 바란다. 권순철(칼럼니스트) 문화재 이야기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제121호) 경상북도 안동군 하회마을과 그 이웃인 병산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탈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놀이 가면이다. 하회탈로는 열한 개가 전해지는데 주지 두 개,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 탈이 있다. 병산탈은 총각, 별채, 떡다리 탈이 있었다고 하나 분실되어 현재는 두 개만 남아 있다. 한국의 가면은 대개 바가지나 종이로 만든 것이 많아서 오래 보존된 예가 드물다. 그 해 탈놀이가 끝난 후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회탈과 병산탈은 드물게 보이는 목조탈이며, 격식과 세련됨을 갖춘 유물이다. 원래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거행되는 별신굿에 쓰이던 것으로, 마을마다 따로 가면들을 보존해 왔을 뿐만 아니라 탈에 대한 금기나 제약이 매우 엄격했다. 이 탈의 재료는 오리나무로, 그 위에 옻칠을 두 겹, 세 겹으로 칠해 정교한 색을 냈다. 턱은 따로 조각되어 있는데, 아래턱을 노끈으로 달아 놀이할 때 말하는 것처럼 움직이게 함으로써 생동감을 주도록 만들었다. 하회탈 중에서도 특히 양반과 백정은 입체감과 조각기술 면에서 우수함이 돋보인다. 이 탈들의 제작자와 정확한 제작 연대는 알 수 없으나 마을에는 허도령이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다만 하회마을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기록으로 허 씨가 살았고, 안 씨 집안이 들어온 후 유 씨가 조선 전기에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어 대체로 고려 후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