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읽는 국정 제163호 2021. 5 발행: 문화체육관광부 www.mcst.go.kr 발행인: 황희 발행일: 2021. 5. 1. 제작협력: (주)도서출판 점자 www.kbraille.net 문의: 02-3426-7212, 044-203-3016 음성 사서함: 02-2092-9000 (7511) 이 책자에 수록된 내용은 정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차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최초 공립학교 교감 구만호 교사 4 알짬 정보: 장애인 실감콘텐츠 체험관 ‘상상누림터’ 조성 외 15 공감 정책: “아침에 따뜻한 물로 샤워라도 하세요. 움직이다 보면 기분과 생각도 바뀌죠” 25 공감 현장: ‘공유누리’에서 대한민국을 공유하세요! 40 짧은 글 긴 여운: ‘어린이의 대장’ 소파 방정환 53 재활과 건강: 어깨 관절일까, 목 디스크일까? 61 이동우의 음악칼럼: 러브 69 살며 생각하며: 클럽하우스, 그 오묘한 매력에 대하여 85 문화재 이야기: 한국수어교재 ‘수화’ 94 사람의 향기: 시각장애인 최초 공립학교 교감 구만호 교사 “학생도 선생님도 모두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봄날, 서울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교감으로 부임한 구만호 교사를 만났다. 망막세포변성증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는 장애에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교단에 섰고, 올 초 국내 최초로 공립학교의 교감이 됐다. 그는 “장애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동등한 학교 구성원으로 대해준 동료들, 장애인 이전에 선생님으로 존경하고 존중해준 학생들 덕분에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부임을 축하합니다. A. 감사합니다. 한때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했던 적이 있어 감회가 남다릅니다.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는 건축인테리어, 미용예술, 호텔조리 등의 직업교육을 하는 특성화고등학교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건축디자인을 가르쳤습니다. 대개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30여 년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니 학생들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더군요. 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모습, 끈기를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접할 때마다 ‘나는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가’라며 돌아보게 됩니다. ‘제자 앞에 당당할 수 있는 인생을 살자’라고 다짐하고 있고, 시각장애로 인해 포기하기보다는 인내하는 길을, 불가능하다고 체념하기보다는 노력하는 길을 걷자고 다짐합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Q.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A. 학창시절, 저 역시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담임선생님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호되게 꾸짖으시면서도, 고민이 있다고 말씀드리면 늘 진지하게 들어주셨어요.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특성화고 학생이기에 대학 진학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낙담만 하는 제게 선생님은 전공을 잘 살리면 얼마든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격려해주셨어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이 반가워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건축학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 Q. 중도 시각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A. 처음 진단을 받은 건 1998년, 야간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수업 준비는 물론 학습지도 집필해야 하고, 논문 발표와 심사도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에 피로가 상당했어요. 이따금 눈이 침침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그러던 어느 날 글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당시 느꼈던 당혹과 충격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죠. 부랴부랴 병원을 찾은 결과 망막 세포가 점차 퇴행하는 ‘망막세포변성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천천히 시야가 좁아지면서 가장 먼저 보행이 어려워졌어요. 무릎이나 이마를 다치는 일도 늘었습니다. 크게 넘어진 뒤로는 손부터 내밀어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죠. Q. 충격이 컸겠습니다. A. 저 스스로 시각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시각장애를 이유로 교편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게 억울했죠. 그러면서도 당연히 포기하는 게 맞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이 바뀌는 나날을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방학을 이용해 마음을 다잡을 겸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거기서 만난 한 의사가 “시력이 계속 저하되는 건 맞지만 실명까지는 안 될 것 같고, 만약 시력을 잃더라도 그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라는 의견을 전했어요. 병증의 양상이 중앙 시야부터 차츰 소실되면서 주변 시야까지 번져가는 것이기에 시력이 나빠졌을 뿐이지 아예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거든요. 그 점이 희망으로 다가왔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Q.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동료 교사들도 학생들도 “그래서 시력이 좋지 않았군요”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어안이 벙벙했죠. ‘장애’라는 것에 매몰돼 실제 시야뿐 아니라 사고의 폭도 좁아졌던 건 아닐까, 편견에 갇혀 세상이 보일 반응을 속단한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를 알렸기에 심리적 압박은 덜었지만, 부담은 남아 있었습니다. 업무상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 저하된 시력 탓에 행정 업무는 시간이 좀 더 걸리니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습니다. 확대독서기 같은 보조기기 덕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는 큰 무리는 없었어요. 아쉬운 부분은 학생들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점입니다. 시선 교환이 어려워진 대신 말의 뉘앙스나 손동작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교감하고자 노력했습니다. Q.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해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A. 2009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대회였는데, 금메달 확정 발표를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용산공업고등학교 재임 시절 한 학생이 조적 기술을 지도해달라고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눈이 불편한데 어떻게 지도할 수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는데, 학생이 “수업 때처럼 해주시면 되잖아요”라며 계속 설득하더라고요. 저를 믿고 따르려는 학생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조적은 벽돌을 쌓아 에펠탑이나 남대문과 같은 건축물을 만드는 분야입니다. 직접 재단하고 벽돌을 마름질해 시멘트로 접착하는 등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단 1mm의 오차도 큰 감점 요인이 되기에 섬세함과 정밀한 계산이 요구됩니다. 컴퓨터로 설계도를 확대해서 확인하고, 작업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개선하기를 수십 번 반복했어요. 시력의 불리함을 지속적인 노력과 집요한 분석으로 보강한 셈입니다. Q. 교육자로서 앞으로 어떤 바람이 있나요? A.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합니다. 애정과 관심을 준 만큼 돌아온다는 뜻이지요. 한때 저도 보이는 결과에 신경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결코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니더군요.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등을 밀어주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어깨를 잡아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을 학생과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 쓰겠습니다.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공립학교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알짬 정보 장애인 실감콘텐츠 체험관 ‘상상누림터’ 조성 외 01. 장애인 실감콘텐츠 체험관 ‘상상누림터’ 조성 장애인 특수교육시설에서 장애인이 교육·놀이·관광 등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상상누림터’가 개관했다. 현재 경남특수교육원과 충북특수교육원이 개관했고, 광주특수교육지원센터, 화성·오산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도 실감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상상누림터에서는 몰입형 영상, 상호작용 화면, 증강현실 활용 콘텐츠, 가상현실 체험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민간·공공 콘텐츠 총 29종 47편을 도입하고, 이용자와 교사의 수요를 반영해 각 특수교육시설마다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은 코딩 로봇을 활용해 학습 콘텐츠를 배우거나 직업체험, 전통문화공연, 놀이활동 확대를 위한 실감스포츠 등을 즐길 수 있다. 상상누림터는 정확한 지점을 누르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다른 실감콘텐츠에 비해 그 조작 범위를 확장하고, 이를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했다. 별도 이동 없이 휠체어를 탄 상태로 체험할 수 있도록 높이 조절 책상을 배치하고, 이용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물 등을 설치해 이용자의 접근성과 안전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문의 044-203-2000 02. 장애인 공동주택 특별공급 정보 모바일로 제공 경기도가 정보취약계층인 장애인이 공동주택 특별공급 관련 소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알림서비스를 운영한다. 장애인 특별공급은 장애인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청약저축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전용면적 85㎡ 이하, 9억 원 미만 아파트를 평생 1회에 한해 공급받을 수 있는 정책이다. 도내 거주 만 19세 이상 무주택가구(장애인과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의 장애인이면 신청할 수 있다. 알림톡 이용 시 공동주택 특별공급에 관심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이라면 누구나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장애인이나 그 가족은 도청 누리집 내 ‘분야별 정보 → 경기도민복지 → 장애인 → 장애인 특별공급’ 항목으로 들어가 ‘모바일 알림 신청’을 신청하면 된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은 거주지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 방문 또는 전화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후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31-120 03. 한국장애인개발원, 제3회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디어 대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제3회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디어 대전’을 개최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남녀노소 및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한 건축물, 관광, 제품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전시, 홍보, 시민참여 등의 행사를 열면서 점차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모집 부문은 건축물, 관광시설, 제품디자인, 캐릭터, BF인증 등 총 5개 분야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국민 누구나 개인 및 3인 이내 팀으로 참가할 수 있다. 접수는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받는다. 출품작은 택배나 방문 접수를 통해 제출하면 된다.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보건복지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 장관상과 함께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문의 02-3433-0600 04. 발달장애인 주간·방과 후 활동 서비스 대상 확대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을 지원하는 주간·방과 후 활동 서비스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2021 발달장애인 활동 서비스 지침’, ‘2021 장애인 활동 지원서비스 지침’ 개정에 따라 기존의 활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던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거주자 중 장애인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체험홈, 자립생활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취업자나 취업 지원 및 직업 재활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주 20시간(월 80시간) 이하의 취업자와 이용자까지 활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 규정을 완화했다. 방과 후 활동 서비스의 경우 기존에는 만 12세 이상 만 18세 미만 중·고등학생만이 이용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6세 이상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해 초등학생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도전적 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1인 서비스도 신설됐다. 문의 129 05. 전국 최초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 운영 서울 마포구에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가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는 내부의 바닥 높낮이를 제거하고 자동문·승강기를 설치하는 방식의 무장애 공간으로 조성됐다. 대소변흡수 용품 교환침대(너싱벤치), 천장주행형 이송장치인 ‘호이스트’와 같은 특수설비도 갖췄다.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동식 휴식용 침대도 함께 갖춰졌다. 간호사가 센터에 상근하며 매일 이용자들의 건강 상태를 관리한다. 의사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해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상담 등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뇌병변장애인이 등원하면 ‘휠체어 소독판’을 통해 휠체어 바퀴 소독, 손 소독, 의류 소독을 한 후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업 참여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문의 02-702-5771 공감 정책 “아침에 따뜻한 물로 샤워라도 하세요. 움직이다 보면 기분과 생각도 바뀌죠” -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전하는 우울증 극복 방법 그의 이름은 알지 못하더라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정신과 의사. 몇 권의 책을 쓴 저자.’ 블로그에 적힌 소개처럼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병수 원장은 병원 진료를 넘어 방송과 연재, 저서, 블로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거창하게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해소하거나 친근함을 높이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등의 목적은 아니다. “순전히 그냥 재밌고 좋아서”라는 게 이유다. 1999년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공의를 시작한 김 원장은 2018년 1월 자신의 이름을 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원했다. 무엇보다 다른 병원에 비해 상담 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초진 환자가 오면 적어도 한 시간은 상담하고 재진 환자도 기본적으로 15~25분의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정신과에서 환자 이야기를 많이 듣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개원하며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환자가 요구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심 어린 상담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는 그에게 우울증에 관한 증상과 극복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담 건수가 늘었는지요? A.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 수가 늘었습니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들의 호소 자체가 달라졌다는 게 더 인상적이에요. 감염병에 대한 공포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전반적인 삶의 방식을 갑자기 바꿔야 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특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환자 중 자영업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우울 등 증상이 더 심해졌죠. 코로나19로 상담 주제가 참 많이 바뀌었어요. Q.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를 소개한다면요? A. 알코올의존증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던 돈가스 전문 식당 사장님은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서 매일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했어요.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또 다른 업체 사장님은 이달 들어 폐점 상태라고 했죠. 그래서 평소 먹던 항우울제를 늘려야만 했어요. 감정 조절이 안 돼 치료 중이던 30대 주부는 요즘 들어 아들에게 짜증을 더 많이 낸다며 “내가 나쁜 엄마예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운동으로 우울증을 조절해오던 환자가 “체육시설이 문을 닫아서 운동을 못했더니 자꾸 우울해져요”라며 재발을 걱정했어요. 집에 갇혀 있다시피 했더니 불면증이 심해졌다는 환자도 늘었습니다. 사회성을 훈련 중인 청년에게 “모임에 나가 친구를 사귀라”는 과제를 내줬는데 “선생님, 코로나19 때문에 숙제를 못했어요”라며 당당하게 변명했어요. 마트에만 가면 호흡곤란이 오는 등 공황장애 환자는 코로나19가 무서워 마트에 더 못 가게 됐다며 한탄했어요. 이렇듯 세상 문제가 정신건강의 문제들을 압도해버렸습니다. Q. 자신 혹은 주변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는지요? A. “우울하다”라는 호소에만 주목해서는 안 돼요. 우울증은 세대에 따라 양상이 다릅니다. 소아·청소년 환자는 우울증보다는 짜증이나 반항이 더 많습니다. 공부하는 데 문제가 생기고 신체적인 증상, 특히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게 흔하죠. 청소년의 행동 문제 또한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중년 우울증 환자는 걱정 때문에 더 괴로워합니다. 건강염려증이나 죄책감 호소가 흔하죠. 우울보다는 “허무하다”, “공허하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합니다. 화병처럼 속에서 뭔가 꽉 막힌 것 같다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흔한데 주로 “가슴에 불덩이가 있다”, “소화가 안 된다”, “답답하다”라는 호소를 합니다. 노인 환자는 ‘비특이적인 신체 증상’이 흔합니다. 아프다고 하는데 자세히 설명을 못하거나 말이 자꾸 바뀌어요. 검사를 해도 이상은 없는데 픽픽 쓰러지고,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고 합니다. 딱 부러지게 아픈 것을 못 짚어내죠. 불면증이 특징적으로 흔하고 불안·초조가 동반됩니다. 기억력 저하도 특징입니다. 그래서 치매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Q.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신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우울증을 예로 들면 우울증 환자는 당뇨, 고혈압, 고지질혈증 등의 대사장애가 더 잘 생깁니다. 심장병 유병률도 높아지죠. 이 밖에도 신체 질환 중 우울증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질환이 없을 정도입니다. 뇌와 몸은 연결돼 있으므로 당연한 결과지요. 스트레스 호르몬, 생체주기의 변화, 염증반응의 변화, 자율신경계의 변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경로로 뇌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신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이것이 누적되면 신체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죠. 신체 질환으로 발병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통증이 생기기도 하고, 신체적 증상이 생기는 일도 흔하죠. 공황장애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곤란을 느끼고 땀을 흘리고 떨리고 어지럽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화병 환자는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된다고 하면서 심장내과, 소화기내과를 찾아다니지만 원인을 못 찾다가 나중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옵니다. 너무 많아서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네요. Q.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답이 달라지겠죠. 저는 행동 활성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행동 활성화 치료는 생활 사건들이 긍정적 강화를 감소시키고 자기 비난을 증가시켜 우울감을 일으키고 사회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여기서 생활 사건이란, 일상생활의 어려움이나 지속적인 작은 스트레스부터 중대한 삶의 변화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기분장애는 라이프스타일 질환입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만이라도 하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물로 샤워만이라도 하라고 해요. 우리의 기분은 힘이 셉니다. 기분에 내 행동과 생각이 좌지우지되죠. 기분이 먼저입니다. 생각보다 기분이 앞서고, 그 기분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합니다. 생각을 바꾸면 기분이 바뀔 거라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기분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걸 두고 ‘정서 우선주의’라고 합니다. 기분 때문에 우울한 생각을 하고, 덜 움직이게 되는데요. 기분에 따라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다 보면 기분이 바뀌고 생각이 바뀝니다. 몸부터 살살 달래가며 활성화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Q.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진실은 단 하나예요. 그건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수용’이라고 합니다. 상처, 열등감, 실수와 실패의 기억,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자기의 못난 부분을 모두 끌어안는 것이죠. 자존감을 올려보겠다고 과거의 상처에만 파고드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콤플렉스를 말끔히 날려버린다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면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없애려고 애쓰지 않아야 합니다. 상처에만 매달려서는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어요. 그저 묵묵히 그 아픔을 다시 거둬들이는 길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상처를 없애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벗어나 주어진 소명에 전념해야 자존감은 올라갑니다. 수용과 전념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성숙해져요.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책을 읽고 연습 문제를 푼다고 자존감이 커지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들을 (아프지만) 받아들이고 삶이 던져준 소명에 헌신할 때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이 자존감입니다. 자신을 사랑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지만, 그것보다는 타인을 향해 사랑을 나눠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어요. 아름다운 삶이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향해 멈추지 않고 행동할 때 일궈낼 수 있는 것입니다. Q.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사회적 과제가 있을까요? A. 우울증을 잘 치료한다고 해서, 사회안전망을 잘 갖춘다고 해서 쉽게 줄어들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자살 행동은 개인-사회-문화-가족-일 등이 복합적으로 연관된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노력보다는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어야 해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스스로 깨닫고, 그것이 존중받으며 삶에서 꾸준히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구축돼야 합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공감 현장 ‘공유누리’에서 대한민국을 공유하세요! - 주차장 안내부터 물품 대여, 공연·전시 정보까지 공유 행정안전부는 2020년 3월부터 ‘공유누리(www.eshare.go.k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유누리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공 부문에서 국민에게 개방하는 시설·물품 등 공공개방자원을 온라인에서 쉽고 편리하게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대국민 공공개방자원 공유서비스 포털이다. 회의실이나 강의실은 물론 여러 물품이나 실험장비 등을 대여할 수 있으며 전국 공공주차장의 주차 가능 시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공공개방자원을 이용하려면 기존에는 일일이 개별 기관에 전화하거나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유누리에서 전국의 공공개방자원을 온라인 지도 기반으로 검색·예약할 수 있다. 공유누리의 편리함을 확인하기 위해 주차장 찾기와 물품 대여를 직접 시도해봤다. - 공공개방자원 찾을 수 있는 공유누리 앱 최근 차를 타고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의 한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어서 빈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몇 차례 카페 주위를 돌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으나 주차할 곳이 없었다. 주차장을 찾을 수 없을 때 당황스러운 기분은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공공개방자원을 찾을 수 있는 공유누리 앱을 켰다. 공공자원이기에 상대적으로 주차장 비용이 저렴하리라 기대했다.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검색한 결과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 미사리경정장’을 찾았다. 온종일 주차해도 주차비가 4,000원이었다. 3,0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원을 발견한 다음에야 안심했다. 미사리경정장에 도착해서 보니 주차장이 넓은 데다 차량도 별로 없어서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카페까지는 도보로 이동했다. 공유누리에서 다른 편리한 기능도 알고 싶었다. 공유누리를 통해 물품 대여가 가능하다는 정보를 듣고 혹시 내가 필요한 물건도 있을지 알아봤다. 당장 필요한 물품은 진드기 청소기다. 침대와 이불을 청소하기 위해 사들이려고 몇 번을 망설인 물품이었다. 이런 물품까지 공유누리에 있을까? 우선 앱을 켜고 진드기 청소기를 검색했다. 집에서 차량으로 10~20분 거리에 두 대의 진드기 청소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 성내1동 주민센터에 찾아가기 전에 전화를 걸었다. 대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내1동 주민센터 행정자치팀의 공유누리 담당자를 찾아갔다. 담당자가 건넨 진드기 청소기는 거의 쓴 적 없는 새 상품이었다. 공유누리 담당자는 “공유누리 앱을 통해 진드기 청소기를 대여하는 분은 처음”이라며 공구 도서관을 보여줬다. 한쪽 벽면에 진드기 청소기 등 각종 공구가 전시돼 있었다. 구민에게 필요한 일회성 생활 공구를 대여해주기 위해서다. - 사용하지 않는 물품 기부 사용하지 않는 공구를 기부할 수도 있다. 버려지는 공구가 다른 누군가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드릴, 직소기, 타카, 절단기, 공구세트 등 다양한 공구가 갖춰져 있었다. 대여 기간은 2일 이내이며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담당자는 신분증을 받아가서 복사했다. 공구 대여 대장에 이름을 적고 서명을 했다. 가격도 저렴했다. 500원에 진드기 청소기를 빌릴 수 있었다. 앱으로 물품 담당자에게 문의할 수도 있다. 대여 관련 문의를 남기면 답장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기능도 공유누리에 있다. 휴대전화 삼각대가 필요해 강동구청에 문의를 남겼더니 공유누리 앱을 통해 하루 만에 답변을 받았다. 강동구청 마을협치과 이은지 담당자는 “문의한 휴대전화 삼각대 이용에 관해 답변드리겠습니다. 현재 물품을 사용할 수 있으며 대여 기간은 7일입니다. 유선상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답을 받고서 강동구청에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다. 공유누리 물품 대여 신청서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적었다.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고, 대여 기간 중 부주의로 파손하거나 분실 시에는 동일 제품의 변상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공유누리 담당자는 “구청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쓰던 삼각대인데, 코로나19로 행사가 줄어 구민들과 공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삼각대 포장을 벗겨내고 구청에서 상태를 확인했다. 사용을 많이 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삼각대의 경우 무료로 빌릴 수 있었다. 삼각대를 빌리고 나서 공유누리 앱을 열었다. ‘문화행사’를 검색했더니 때마침 강동구청 2~5층에서 미술품 전시가 진행 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유누리를 통해 공공기관에서 진행 중인 각종 강연, 전시 정보 또한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공유누리 덕분에 강동구청 2층으로 이동해 ‘가끔은 미술관, 잠시 울렁이다’ 전시를 관람했다. 구청 복도에 그림이 걸려 있었다. 2021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큰 주제는 ‘공존’이다. 본관 각 층에 ‘추상/구상’, ‘동양/서양’, ‘사진/회화/조형’, ‘공존’을 각각의 소주제로 전시 중이었다. 공유누리는 이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를 2021년 2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앱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공공개방자원 정보를 제공한다. 나만의 맞춤 서비스, 간편 클릭 등의 서비스다. 이번 개편으로 이용자 위치 기반 ‘공유지도’ 서비스를 통해 검색과 예약은 물론 길 찾기도 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민간업체에 공공개방자원 정보를 제공해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시·군·구 예방접종센터 주변의 무료 주차장 정보, 방역물품 대여 서비스 확대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상담 안내가 가능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정보소외계층을 위해 음성인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이번 개편부터 빅데이터 분석으로 이용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무엇을 검색하고 예약했는지, 이용 명세와 관심 자원으로 등록된 것을 바탕으로 유사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공공자원을 추천해준다. - 지자체도 지역 생활 정보 공유누리에 올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정보 등을 공유누리에 올리고 있다. 전남 곡성군은 공유누리 누리집을 통해 회의실 28곳, 강당 2곳, 주차장 29곳, 체육시설 6곳, 기타시설 2곳 등 67개 시설을 개방했다. 또 전남생물산업진흥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연구·실험 장비 185종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 수영구는 댄스 연습실이나 동아리방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강의실·회의실 22곳, 다목적실 2곳, 강당 2곳, 연습실 5곳, 주차장 1곳, 동아리방·창작실·갤러리 6곳을 공유자원으로 내놨다. 세종시는 방역소독기, 비말 차단 칸막이, 체온계 등 코로나19 관련 방역물품은 물론, 회의실, 주차장 등 일상 공간을 공유누리를 통해 시민에게 대여하고 있다. 공유누리에서 필요한 공공개방자원을 찾은 후 실시간 예약, 온라인 간편 예약 문의 등을 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행안부는 회원가입과 검색·예약 등 누리집 이용 방법을 공유누리에 이용자 지침과 동영상을 게시했다. 상담센터(1644-6566)로 전화해도 안내받을 수 있다. 주간 정책정보지 <공감> 짧은 글 긴 여운 ‘어린이의 대장’ 소파 방정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부부, 부모, 스승 등 많은 분과 함께 하는 달이지요. 이 중에서도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입니다. 이날 열리는 즐겁고 다채로운 행사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죠. 1900년대 초만 해도 ‘어린이’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애기’ ‘아들놈’ ‘어린 것’ 등으로 불렸죠. 제대로 된 의무교육도 받지 못했고 인격체로 존중받는 일 또한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은 농사일을 하거나 어른의 틈 속에서 막일을 했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소파 방정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어린이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하며 마음껏 뛰놀고 걱정 없이 지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어린이는 더욱 암울하고 고통받는 삶, 억압받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에 방정환은 1921년 김기전, 이정호 등과 함께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했고, 본격적으로 소년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인격을 가진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어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지요. 이후 방정환은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습니다. 1922년 천도교소년회는 ‘새싹이 돋아난다’라는 의미로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했습니다. 소년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1923년에는 ‘색동회’를 창립해 어린이날을 공포했고, 천도교당에서 큰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날 ‘소년운동의 기초 조건’ ‘어른들에게 쓰는 글’ ‘어린이에게 쓰는 글’을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그들에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어린이를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 시설을 행하게 해라” 등이 적혀 있습니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어린이들이 꿈과 민족정신을 품어야 한다”라는 방정환의 외침은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어린이날은 5월 첫 번째 일요일로 옮겨졌어요. 해가 지날수록 행사의 규모가 커졌지요. 1937년 일제가 소년단체를 해산하면서 행사마저 금지되었지만, 광복 이듬해부터 다시 어린이날 행사가 개최됐고, 1961년 ‘아동복지법’을 통해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방정환은 뛰어난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1920년 <개벽>에 번역동시 ‘불 켜는 아이’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들어선 그는 아동잡지 월간 <어린이>를 창간했는데, 당시 판매량이 10만 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깔깔박사’ ‘북극성’ ‘몽중인’ ‘은파리’ 등 39개가 넘는 필명을 사용해 500여 편의 글을 연재하거나 번역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쓸 작가가 부족한 당시 상황에서 이런 다양한 필명은 독자의 흥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시골쥐의 서울 구경’ ‘만년셔츠’ ‘칠칠단의 비밀’ 등은 그의 대표 작품입니다. <어린이>를 통해 박목월, 강소천, 마해송, 이원수 등도 글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고되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는 오누이, 어려운 현실과 장래를 이겨내려는 어린이의 모습을 담아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린이>에 독립을 염원하는 글도 수록하면서 방정환은 조선총독부에 불려가 수시로 조사를 받았는데, 원고가 통째로 삭제되거나 게재 중지, 강제 수정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방정환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그는 매년 70회, 통산 1,000회 이상의 구연동화를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000명 이상의 청중이 모여들었습니다. 잠시 감옥에 갇혔을 때 죄수들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몰래 듣던 간수들도 자지러지게 웃거나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활발한 강연과 잡지 발간, 집필 활동 등을 펼치던 그는 32세의 나이에 쓰러졌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구연동화를 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린이를 두고 갑니다. 잘 부탁하오”였습니다. 방정환뿐 아니라 그와 뜻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어린이가 미래 주체로 인식될 수 있었겠지요. 전 세계에도 어린이날이 있습니다. 유엔에서 정한 ‘세계 어린이날’은 11월 20일입니다. 러시아는 6월 1일을 ‘국제아동절’로 제정했는데, 중국과 북한도 이날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3년에 한 번 8월 1일 어린이 축제 ‘상갈렌’을 개최하고, 터키는 4월 23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그 주간에 어린이들이 대대적인 휴일을 만끽합니다. 김수정 기자 재활과 건강 어깨 관절일까, 목 디스크일까? 무리한 동작을 하거나 해로운 자세를 오래 유지하다 보면 어깨와 목 사이, 날개뼈(견갑골) 주위의 근육이 뭉친다. 목덜미가 아프고 팔이 가끔 저리기도 한다. 과연 주사로 근육만 잘 풀어주면 되는 걸까? 자세히 검진하지 않으면 근육 내 딱딱한 통증 유발점이 생기는 ‘근막통증후군’으로 잘못 판단하기 쉽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내버려 두면 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경추 X-선 촬영을 해 보면 척추체 간격이 좁아져 있어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탈출증)가 의심된다. 디스크가 찢어지면서 수핵 물질이 튀어나와 경추신경을 건드리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추간판탈출증과 신경통이 있을 때 주변 근육도 잘 뭉친다. 하지만 원인을 외면한 채 근육이 뭉치는 증상만 치료하면 병이 재발하기 쉽다. 그렇다면 회전근개힘줄 파열이나 오십견과 같은 어깨 질환과 목 디스크 탈출증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어깨에 큰 힘을 주거나 큰 범위로 움직여야만 통증을 느낄 때는 어깨 관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쉴 때도 어깨나 날개뼈 부위가 아프거나 팔이 저리다면 목 디스크로 인한 신경통이 의심된다. 어깨 문제로 인한 통증은 위팔 부위까지 퍼지기도 하지만 대개 팔꿈치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어깨 관절 질환과 목 디스크를 잘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 질환의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질환이 함께 생길 수도 있다. 각 질환의 특징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어깨 회전근개힘줄 파열은 어깨를 움직일 때 뼈와 힘줄이 충돌하거나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어깨를 감싸는 근육의 힘줄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한순간의 외상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만성 퇴행성으로도 발생한다. 통증은 팔의 위쪽 삼각근 부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흔히 팔을 옆 방향 위쪽으로 들어 올릴 때(옆으로 나란히 자세) 통증이 심해진다. 통증 초기에는 물리치료와 경구 약물치료, 주사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병행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오랜 기간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젊은 환자에서 외상으로 인한 힘줄 파열이 심할 때는 관절경으로 봉합수술을 하기도 한다. 유착성 관절낭염은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에 염증이 생겨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는 질환이다. 대개 50세 이후에 특별한 원인 없이 여러 방향으로의 관절운동 범위 제한과 통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 오십견이라 불린다. 물론 이보다 더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하며,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꾸준히 수건이나 책상, 벽을 이용해 어깨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하지만 관절운동 범위가 심하게 제한되거나 충분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관절강 내 주사치료 등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목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디스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디스크 안에서 물렁물렁한 수핵을 싸고 있는 섬유륜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는 것으로, 목덜미와 주위 근육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흘러나온 수핵 물질이 척추신경에 묻거나 척추신경을 누르는 경우 어깨와 팔로 통증이 이어지고 손까지 저린다. 다행스럽게도 탈출한 디스크는 수개월이 지나면 점차 흡수돼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팔 힘이 빠질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수술 없이 경구 약물 또는 주사치료로 조절하며 디스크가 흡수되기를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압박이 점차 심해져 팔이나 손에 힘이 계속 빠져간다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목을 뒤쪽으로 자주 뻗으면서 디스크 안의 압력을 줄여주고 컴퓨터나 휴대전화 사용, 설거지 등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의 위치를 높이고, 책은 받침대에 세워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 중 많은 시간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최소한 눈높이 정도로 들고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꺾거나 무리하게 목에 힘주어 근력 키우는 운동은 목 디스크 탈출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감이 생기면서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근육만 치료해서는 증상이 좋아지기 어려우므로 일찍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올바른 자세 유지, 운동으로 어깨와 목 문제를 잘 관리해 통증에서 벗어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범재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동우의 음악칼럼 러브 사랑은 진실한 것입니다. 진실한 것은 사랑 사랑은 느끼는 것입니다. 느끼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어루만지는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손 내미는 것입니다. 곁에 있는 건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랑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대 그대와 나 서로의 존재를 아는 것입니다. 사랑은 자유로운 것입니다. 자유로움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산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랑받길 원하는 것입니다. - 존 레논 ‘러브’ 가사 전문 5월입니다. 아파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5월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여러분과 같이 듣고 싶은 노래는 존 레논의 ‘러브’입니다. 가사와 멜로디도 단순하고 곡의 길이도 짧습니다. 마치 어른을 위한 동요처럼 들립니다. 꾸미지 않은 목소리와 선율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겨줍니다. 단순하고 쉬울수록 위대하다 했던가요. 명곡다운 면모를 모두 갖추었다고 할까요. 어렵고 현학적인 노래들보다 더 심오하고 숭고한 분위기가 아주 근사합니다. 1980년 총격 사고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 존 레논의 존재를 알았던 때는 그 후로 5년이 더 지난, 제 나이 열다섯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팝송을 많이 알고 있던 친구네 집에 놀러 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이런저런 엘피판을 골라가며 턴테이블에 조심조심 올려놓고 음악 감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제게 보여준 앨범 재킷 사진에 가슴이 떨어질 뻔했습니다. 대낮에 남녀 한 쌍이 길거리에서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찍은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둘은 손을 잡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과 어떤 자세도 꾸미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그저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이었죠. 어린 제 눈에는 호기심보다는 의심과 의문이 더 크게 번졌습니다. “이게 그림이 아니고 사진이라고? 진짜 이렇게 찍은 거라고? 왜? 경찰한테 안 잡혔을까? 그런데 이 사람들 얼굴도 별로고 몸매도 별로잖아! 하나도 안 멋있고 하나도 아름답지 않은걸!” 친구는 주절주절 혼자 흥분해서 떠드는 제게 말했습니다. “존 레논이랑 오노요코야. 둘이 사랑하는 사이야. 투 버진(to Virgin)이라는 앨범이고.”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면서 존 레논의 ‘우먼’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멀뚱히 앨범 사진을 보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친구가 또 말했습니다. “이건 존 레논이 오노요코를 위해 만든 노래야.” 그런데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였을까요. 사진 속 볼품없던 두 남녀가 점점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그날 그렇게 존 레논을 만나게 되었고, 그 후 오노요코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또 비틀스에도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넌 왜 이 사람이 좋아? 그리고 왜 이 노래를 가장 좋아해?” 그러자 친구는 덤덤하게 대답했습니다. “헤어지지 않고 솔직하고 열렬하게 사랑하는 모습이 영화보다 멋있으니까. 게다가 둘은 평화주의자들이야. 우리 엄마 아빠하고는 너무 다르지. 그래서….” 말을 잇지 못하는 친구의 표정이 시무룩해 보였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친구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엄마하고만 살고 있었어요. 저도 존 레논에 급히 빠져들었던 이유가 그때 그 친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이후 존 레논의 음악성보다 그의 삶과 철학, 세계관에 더욱 집중했고 오노요코와 나눴던 사랑 이야기를 몰래몰래 따라갔습니다. 그는 슈퍼스타였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사랑했고, 예술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유로운 사고와 각자가 걸어가는 길을 존중하고 응원했습니다. 국적과 나이를 초연히 초월했고, 본질적인 사랑을 불태웠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노래했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아파했습니다. 희귀 앨범을 많이 확보하고 판매하는 레코드 가게에서 그 앨범을 손에 넣었을 때는 그 후로 다시 15년이 지난, 서른이 되던 해였습니다. 디지털 마스터링으로 부활한 시디였죠. 물론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모든 허위와 가식, 위선과 이기를 벗어버리고 나무처럼 꽃처럼 그저 거리낌 없이 존재하는 극치의 아름다움, 그리고 존재의 가치 외에는 아무것도 위장하지 않았던 용기…, 아직도 말 전쟁이 끝나지 않은 성 불평등의 시대건만 말없이 행동으로 서로를 지키고 받들었던, 그 사진 한 장을 지금도 손에 들고 있노라면 제 기억이 더 또렷해집니다. 언제였을까요. 휴일을 맞아 아내와 딸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브런치로 유명하다는 맛집에 가서 향기로운 커피와 빵을 먹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바로 옆자리에 있던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제 가슴을 떨어뜨린 일이죠. 남편과 ‘시월드’ 험담을 앞 다투어 하던 그분들은 모두 흥분 상태였고, 저와 아내 그리고 딸은 마치 라디오 사연을 듣는 듯 조용히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들이 토해내는 가정사의 내용은 실로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마치 그 가운데 일등을 가리기라도 하듯, 험담의 달인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차마 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짐작할지 모르겠지만요. 자신과 자식 그리고 돈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 한결같은 울분 일색이었습니다. 서로 적극적으로 공감해주고 상호 위로하면서도, 하나같이 “내가 제일 고생스럽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아내와 딸은 억지 대화로 그 소음에서 조금 벗어나려 했지만, 저는 그냥 저의 귀를 열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슬퍼졌습니다. 또 한 번은 단골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목욕탕 안의 휴게실에 앉아 구운계란을 까먹던 중이었습니다. 6~7개의 테이블에는 아저씨들이 빼곡하게 앉아 수다를 즐기고 있었고, 혼자 앉아 있었던 저는 돌비 서라운드로 들려오는 그들의 수다를 무방비로 들어야만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집중이 됐나 봅니다. 그리고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그 휴게소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놀랍게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아저씨들은 모두 돈, 술, 골프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돈, 골프 그리고 술자리 무용담 때문에 현기증이 심하게 났습니다. 웅성거리는 소음도 힘들었습니다. 정말 슬펐습니다. 결코 우연히 스쳤던 그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니까요. 저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라고 해서 아내를 흉본 적 없었을까요? 돈과 운동, 술 이야기로 고래고래 떠든 적이 왜 없었을까요? 누가 빵집이나 목욕탕에서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시집이나 철학서적을 읽겠습니까? 가벼운 농담과 수다로 그저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고, 그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닐 진데, 저는 왜 슬펐을까요. 아마도 열다섯 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았던 벌거벗은 두 남녀의 손 잡은 사진 속 모습을 동경해 마지않은 순수 감성을 여태 간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남녀의 성별을 뛰어넘는 인간애를 품고 미움과 증오의 전쟁을 반대한 그들의 삶과, 제가 스치듯 보았던 우리나라의 현재를 살아가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모습을 너무 억지스레 오버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굳이 입고 있는 옷을 벗을 필요까진 없겠지만, 부부가 단둘이 손을 잡고 일상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좀처럼 보지 못하는 이유가 제가 시각장애인이어서만은 아니겠지요. 음식 사진, 어린 자녀 사진, 반려동물 사진, 꽃 사진, 나무 사진, 옷 사진, 명품 사진 등 넘치는 사진 속에 다정히 손잡은 부부 사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세상 모든 게 다 있는데 부부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어디에 있고 아빠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엄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고, 아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엄마와 아빠의 공통된 세계관은 무엇일까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라서 21일로 정했다지요. 각자 다른 존재가 어떻게 하나로 합쳐질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 의미는 물리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인류 역사의 측면에서 어떤 상징성을 갖는 것이 아닐까요. 둘이 만나 사랑을 하고 생명을 잉태하고 세상을 구성하는 존재로서 동반성장을 하는 숭고한 과정을 걸어갑니다. 부디 손잡고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관계였음 좋겠습니다. 다른 사진도 좋지만 우리 엄마와 아빠가 손잡은 사진 한 장이 아이들의 가슴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오늘이길 희망합니다. 거창하게 평화주의 세계관을 갖지 않더라도 그 사진 한 장 가슴에 품은 아이의 정서에는 평화가 깃들지 않을까요. 노래를 듣고 또 들어봅니다. 사랑은 그대이고, 그대와 나…. 이동우(가수 겸 코미디언) 살며 생각하며 클럽하우스, 그 오묘한 매력에 대하여 누구나 그렇겠지만 현실은 참 지루할 때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공간 속에 있다 보면 아무리 그 익숙함이 편하다 할지라도 그 일상이 무료함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에서 흥미로운 요소도 많이 찾을 수 있다. 가령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청취하고, 재미있는 유튜브 콘텐츠를 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지루한 일상 속의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 즐거움도 꾸준하게 즐기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와 동시에 무료함과 지루함이 찾아오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얼마 전,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 거리가 생겼다. 음성형 SNS ‘클럽하우스’가 그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초대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2020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인 로언 세스가 만들었다. 대부분의 SNS는 이용자가 가입한 뒤 친구를 추가해서 사용하는데, 클럽하우스는 기존 가입자로부터 초대를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을 게시하고 댓글을 달며 게시물을 공유하는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화방을 만들어 사용자를 초대하면 방을 만든 모더레이터와 모더레이터가 지정한 스피커는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고 나머지 청취자들은 이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약 1년여 전 만들어진 클럽하우스를 처음 알게 된 건 한국어 사용자들이 급증한 지난 2월이었다. 클럽하우스는 본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대기하는 공간을 표현하는 단어다. 종종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그 익숙한 단어가 심심치 않게 보였는데, 그 단어가 내가 알고 있는 클럽하우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클럽하우스가 매우 궁금해졌다. 하지만 가입이 쉽지 않았다. 오직 영어로만 돼 있는 앱이다 보니 가입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가입을 완료하더라도 내 연락처를 가진 사람이 나를 승인해주거나 초대장을 보내줘야 가입이 완료된다. 가입 절차를 여러 번 진행해 입문한 클럽하우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 이유는 클럽하우스의 소통 방식이 오로지 음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NS는 개인당 한 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에 널리 쓰인다. 빠른 인터넷 속도,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과 동영상, SNS에 공유하는 문화…. 이로 인해 SNS는 일상을 나누는 창구 역할 그 이상을 한다. 그런데 이미지와 동영상이 범람하는 SNS에서 시각장애인은 알게 모르게 소외감을 느낀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일부 이미지를 글자로 읽지만, 설명이 그리 완벽하지 않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오직 음성으로만 소통하는 클럽하우스는 상당히 반가웠다. 클럽하우스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딱딱한 온라인 공간임에도 온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글자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음성 엔진을 통해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글자로 전해지는 메시지는 모두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화면 읽기 프로그램에 내장된 음성 엔진을 통해 들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기계음으로 듣는 메시지가 싫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매일 똑같은 목소리로 듣는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만약 연인이 보내는 메시지를 딱딱한 기계음으로만 듣는다고 생각해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조금 서글퍼지지 않겠는가. 화려한 이모티콘과 함께 사랑의 메시지를 받더라도 기계음으로 그 메시지를 접하면 그 감정은 반감된다. 그런데 클럽하우스에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개성 가득한 대중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꽤 유쾌한 경험이다. 특히 서로 지닌 관심사가 같다면 그들 간의 소통은 유쾌를 넘어 유익이 된다. 클럽하우스라는 매체를 가까이하는 마지막 이유는 그곳에서 또 하나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는 ‘듣는 이’ ‘말하는 이’ ‘방 관리하는 이’, 이렇게 세 가지 중 하나의 역할을 맡게 돼 있다. 가령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방에 입장해 듣기만 하면 된다. 말을 하고 싶다면 스피커 신청 버튼을 눌러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 발언 기회를 얻는다. 방을 열고 싶다면 방을 열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즉, 통화 수단도 될 수 있지만 청취를 목적으로 하는 라디오나 팟캐스트 역할도 한다.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나로서는 이것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장 역할을 하기에 그 매력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다. 물론 클럽하우스도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나와 마음이나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고, 클럽하우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처음 클럽하우스에서 느낀 감정이 사그라지면서 들어갈 방이 없어 흥미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온정 넘치는 대화, 원활한 소통, 콘텐츠를 펼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꾸준히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싶다. 그곳에서 나는 온전한 자유를 느낀다. 권순철(칼럼니스트) 문화재 이야기 한국수어교재 ‘수화’ 한국수어교재 <수화>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책은 1963년 서울농아학교(현 국립서울농학교) 교사들이 수어를 체계화하고 한글로 설명한 교재다. 문법적·인위적 수어가 아닌 청각장애인이 자주 사용하는 관용적인 수어를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청각장애인의 언어생활을 기록했다는 점과 이들이 교육·사회 등 각종 영역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역사적 가치와 희귀성이 높고 문화재적 가치 또한 크다. 우리나라에 처음 ‘수화’가 정규과목으로 도입된 건 평양맹아학교에 농아부가 설치된 때부터다. 1913년 제생원에도 맹아부가 생겨 서울맹아학교로 이어졌고, 1959년 서울농아학교와 서울맹학교로 분리됐다. 수어는 ‘수화언어’의 줄임말이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청각장애인의 공용어로 인정받았다. ‘한국수어의 날’은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해 한국수어의 사용 권리를 신장하고 한국수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