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년 사
안녕하십니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이병돈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침이 오는 소리를 제일 먼저 우리에게 알려주는 부지런한 닭의 해를 맞이하여 사랑하는 10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항상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는 국가적으로도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하여 많은 혼란이 야기되었고 우리 시각장애인계에서도 활동지원제도의 불합리성이 표면에 드러났고 점자법이 제정되는 등 많은 일들이 숨 가쁘게 발생하였습니다.
임기 3년차를 맞은 저로서는 연합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취임 당시 회원님들과 약속한 바를 이루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면서, 100만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회장이 되기 위하여 불철주야 방방곡곡을 누비며 한 해를 보내왔습니다.
특히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한 조직위원회의 원활한 해산을 이끌어냄으로서 시각장애인들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지난 한 해는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싸우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먼저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에 있어 시각장애인이 타 장애인에 비해 등급 심사 및 판정에 있어 불이익을 받아 서비스 등급이 대거 하락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민연금공단에 제도 개선 의견을 제출하고, 국회의원 면담 및 담당자 면담 등을 진행했습니다. 더 나아가 7월 26일 활동지원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여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인정조사표 등의 개선의지를 밝혔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점자규정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점자규정은 2006년 개정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를 국립국어원에 제안해 한국점자규정 개정안을 도출하고 지난 12월 국어심의회를 최종 통과함으로서 앞으로 보다 개선된 한국점자규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점자법에 대한 시행령 마련을 위해 별도의 테스크 포스 팀을 운영해 점자법 시행령(안)을 마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였습니다. 특히 점자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한 점자심의위원회 설치, 점자 기념일에 대한 명문화, 점자 관련 전문자격에 대한 세분화(점역사, 교정사, 점자지도사 등)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행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법률 발의 당시 점자심의위원회 설치, 점자 기념일 명문화 등의 내용이 법률안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많은 논란 끝에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위법령에 관련 내용을 담아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집합 교육을 통해서만 점역교정사와 보행지도사를 양성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각장애인관련 전문가들의 저변확대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과정을 개설하였습니다. 1차적으로 온라인 과정을 개설한 보행지도사는 이론편 34강, 실기편 11강을 개발 홈페이지에 탑재해 보다 쉽게 누구나 시각장애인 보행지도사 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 점역교정사는 점자규정의 개정과 맞물려 온라인 강의는 개발하지 못하였으나, 그 동안 서울권에서만 이루어지던 교육을 권역별로 강의를 개설해 점역교정사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였습니다.
중도시각장애인의 재활 지원을 위한 지원센터는 2015년 사업평가 결과를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였고, 지난해에 비해 5개 지회를 더 추가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복지관이 없는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의 재활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재활상담을 강화하여 2인의 상시 상담인력을 배치하여 누구나 쉽게 시각장애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1,000여건의 재활 상담을 실시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 안내 방송 서비스에 대한 개선, 시각장애 전문인력 양성 및 국제 교류 연수 강화, 시각장애편의시설 전문가 양성 확대, 6급 시각장애인 1종 운전면허 취득 가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지난 2016년 한 해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 개선 및 역량확대와 더불어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토대 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17년 새해에는 2016년에 제기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임기 마지막 해를 우리 100만 시각장애인의 권익증진과 복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것입니다.
첫째,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각장애인 차별적 요소 철폐를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2016년은 활동지원서비스 재판정으로 인하여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타 장애인에 비해 20% 이상이 등급이 하락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해 정부에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였고 현재 시각장애인 전문가 및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는 1/4분기 내에 도출되면 이를 바탕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제도의 개선을 위해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겠습니다.
둘째, 시각장애인의 직업영역 확대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소득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며 소득보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온전한 직업생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장애인 고용 정책은 시각장애인 특히 중증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국가 및 지자체 3,2%, 민간 2.9%)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 고용률은 1%도 안 되고 있어 시각장애인 직업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법적으로 보장된 안마 업조차도 무자격 불법 마사지사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애인 고용관련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 시각장애인 직종 개발 및 전문 훈련 기관 설치 등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자격제도의 확대 개편을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점자법이 제정됨에 따라 점역교정사에 대한 국가 자격 획득의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국가공인 민간자격 점역교정사를 세분화(점역사, 교정사, 점자지도사)하여 국가 자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온라인 강의 개발을 완료한 보행지도사가 국가공인 자격이 될 수 있도록 하여 시각장애인이 보다 양질의 보행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변화하는 장애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의 내실화를 꾀할 것입니다. 현재 장애인등급제 개편이 2017년 하반기에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2차 시범사업에 이어 3차 시범사업이 2017년에 예정됨에 따라 연내 개편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또한 장애인건강권법, 장애인보조기기 지원법 등이 연이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련 법률 및 제도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우리 시각장애인의 복지 발전을 위한 공약을 개발하고 적극적인 정치참여 활동을 추진하여 각 정당에서 대선공약으로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정책이 공약화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계 의견을 한 데 모을 수 있도록 지부지회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과 공약개발 테스크 포스팀을 운영해 시각장애인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임기 4년차를 맞이하여 건전하고 안정적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만들어 2018년 실시되는 연합회 지부지회 및 중앙회장 선거를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시각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질적 수준 보장, 가전제품 등 생활제품에 대한 접근성 보장, 모바일 접근성 보장 등 시각장애인 복지증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참으로 많습니다. 제 임기 중에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7년 한 해도 우리 시각장애인 동지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더불어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제는 우리 힘으로 우리 권리를 쟁취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지난 12년간 우리를 대변하던 장애인 국회의원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국가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탄핵 국면으로 인해 개점 휴업상태입니다.
이럴수록 우리 100만 시각장애인계가 하나 되어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가 후퇴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흘린 한 방울의 땀과 눈물이 결실이 되어 돌아올 그 날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정유년 새해에도 우리 100만 시각장애인 가정에 웃음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이병돈 드림